군내리 옛 수협건물 맞은편 자그마한 단층건물에 자리한 주도 방앗간은 365일 고소한 기름 냄새, 고추 빻는 기계 소리, 떡을 뽑는 정겨운 풍경으로 넘쳐난다.추석을 맞아 더욱 분주한 요즘 방앗간 안은 햇볕에 바짝 말린 고추와 참깨로 가득하다. 오랜만에 읍에 나온 어르신들은 방앗간에 맡긴 고추가 빻아지고 깨가 기름이 되어 나올 동안 근처 미용실에서 머리손질을 하거나 옹기종기 모여 앉아 올해 농작물 가격과 자식, 며느리, 손자 자랑으로 시간을 보내면서 성큼 다가온 추석 명절 이야기꽃을 피운다.매콤한 고추와 고소한 참기름 냄새로 주변을 오
이웃 건물끼리 다닥다닥 정답게 붙어있는 군내리 주도길을 걷다보면 옛 정취를 담은 오래된 건물들과 수십 년은 그 자리를 지켰을 상점들이 보인다. 60년 넘게 이 길을 지키고 있는 생명농약사도 그 상점들 중 하나이다.한국전쟁 이후 모든 물자가 귀하던 시절 오정국, 임옥희 씨 부부는 당시 완도의 중심이었던 이곳에 생명약방을 시작했고 농약이 보급되기 시작하고부터는 농약도 같이 팔았다. 사람의 병은 약종사인 오정국 씨가 식물의 병은 임옥희 씨가 처방했었는데 지금은 사별 후 홀로 된 부인 임옥희(81) 씨가 생명농약사만 운영하고 있다.임 씨는
어릴 적 철공소 앞을 지날 때면 눈을 감고 총총걸음을 치던 기억이 난다. 쇠를 용접하면 빨간 불꽃이 사방으로 퍼지며 튀어 오르는데 그 불꽃을 쳐다보면 눈이 나빠진다고 어른들이 말해서였다.군내리 광주은행 뒤편에 있는 완도철공소는 근대 식민지 건축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완도에서 가장 오래된 철공소로 알려지고 있다. 70년대 구 시가지가 매립되기 전까지 철공소 바로 앞이 부두여서 대부분 배를 고치는 일을 많이 했다.지난 15일 완도철공소를 방문했다. 예상했던 대로 쇠를 자르고 다듬는 기계소리가 요란하다. 이곳 대표 이복남(56)씨는
세월이 지나면 도시의 모습도 바뀌기 마련이지만 언제나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며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곳도 있다. 군내리 원일상회에 들어서는 순간 그 동안 잊고 지내던 학장시절의 추억들이 떠올랐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는 속담처럼 등하굣길 친구들과 함께 군것질거리를 사려고 들락거리던 상점이 그 골목 그 자리에 있었다.어릴 적 일들은 사소한 추억이라도 아름답게 기억되나보다. 초등학교 시절 군것질이 우리에겐 유일한 낙이었기에 원일상회는 우리에게 보물창고 같은 곳이었다. 어쩌다 친구가 과자 라도 한 봉지 사면 여러 명의 친
1883년 서울 중구에 우리나라 최초의 사진관이 문을 연후 백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사진관들이 태어나고 사라졌다. 디지털 카메라가 일반화되고부터 사진관이 사라지는 속도에 가속이 붙고 있다. 어디서나 핸드폰을 꺼내들고 누구나 사진을 찍는 시대, 눈이 부시게 밝은 조명과 함께 ‘찍습니다! 하나, 둘, 셋’ 하던 사진사의 목소리도 사라져가고 있어 안타깝다.이십년 전 완도읍만 해도 사진관을 쉽게 볼 수 있었지만 현재 영업을 하는 곳은 몇 곳 되지 않는다. 늘 카메라와 함께 다녀야하고 사진에 관심이 많았기에 완도 최초의 사진관은 어디이
커피전문점에 밀려 다방이 사라져가고 있다.완도읍 군내리 농협 군지부 옆 한 장소에서만 70년 넘게 명맥을 유지했던 ‘나포리 다방’이 있다. 이곳은 한 때 청해 다방과 함께 어르신들의 만남의 장소 아니 낙원으로 불렸다.언제 또 누가 지었는지 ‘나포리’라는 이름이 멋있게 느껴진다. 근대식 건물의 흔적인 나무벽도 남아 있다. 그 동안 주인이 여러 번 바뀌었던 다방은 2013년까지 영업을 했다.나포리 다방에 대한 추억을 알기 위해 찾아간 곳은 완도읍 어느 경로당. 그곳에서 만난 여든이 넘은 할아버지들이 말했다. “해방(1945년) 후 바로
완도읍에는 군청이 중심인 구시가지와 매립지에 형성된 신시가지가 있다. 오랫동안 읍의 중심이었던 구시가지는 아직도 근대식 건물이 남아있고 1970년 전후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드는 거리가 남아있다.지금 그 거리에 가보면 믿겨지지 않지만 40년 전 시내버스는 물론이고 타지로 나가는 시외버스가 다녔다는 군내리 주도길도 그 거리 중 하나이다.이곳은 오랜 세월에 걸쳐 쌓아온 완도의 거점이자 얼굴이라 할 수 있다. 예전의 모습은 많이 사라졌지만 아직 남아있는 오래된 장소 중 청해이발관이 있다. 연탄난로 위에 양은 솥단지에서 물이 끓고 그 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