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일 동백리 해녀분들을 만나기로 하고 약산 당목항을 출발하면서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여보세요~″″............?″몇 번의 시도 끝에 어렵게 연결이 되어 만나기로 하고 부랴부랴 약속 장소인 그의 집에 도착하니 김옥심 씨와 유흔희 씨가 함께 있었다. ″물질 갔다와서 뻐쳐 죽것구만 머할라고 그라고 만날라고 했싸까~잉″?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 좀 들어볼라고 그런데 시간을 쪼금만 내주시면 됩니다″ ″내 인생을 이야기 할라먼, 책으로 몇 권을 써야 쓰것인디? 그래도 다 못써~″ 물질을 다녀와서 막
인품에 문제가 있는 자에게는 비장의 기술을 전수하지 말며, 재주나 지식이 덕성을 이겨서는 안된다며 옛말에 이르길, 비인부전 부재승덕(非人不傳 不才勝德)이라 했다. 인품과 인격은 가르칠 수 없다. 가르치려고 덤벼드는 것 자체가 어쩌면 오히려 사람을 망가뜨리는 일. 그렇기에 인연이란 함부로 맺는 것이 아니고, 그렇지만 한 번 인연이 맺어지면 나의 인성과 인품, 인격이란 그냥 보여주는 것.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지금이 아니라도 뒤늦게라도 배울 수 있으면 배우게 하는 것.그리고 그가 깨달을 때까지,
먼 산빛은 내 마음의 거울이다. 봄산은 부드럽게, 천천히, 노래를 부르며 들어오라고 한다. 청라언덕에서 네가 내게 부르는 노래가 아니라 내가 나에게 부른다. 봄 산의 꽃들은 빨간 철쭉과 더불어 녹색으로 핀 꽃들이 많다. 상수리나무, 도토리나무가 연녹색의 꽃을 피운다. 봄산에서 나온 나물은 그 부드러움의 절정을 이룬다. 고사리, 취나물, 엄나무가 지금 한창 자라고 있다. 나무뿌리는 중력 방향으로 뻗어가고 줄기는 반대 방향으로 자란다. 지구 무게의 발판 삼아 하늘로 가지를 뻗는다. 우리가 하늘을 보는 데에는 발끝에서 에너지를 충분하게
옛날엔 현금이 귀해서 외지에서 학교를 다닌 학생들이 주말에 집에 와 다시 외지로 나갈 때면 쌀 포대를 하나씩 짊어지고 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 계란을 팔아 돈을 만들어 차비를 써야 하는 경우가 많았죠. 어머니가 손에 쥐어 준 계란 몇 개를 가지고 가면 며칠 간 차비를 써야했는데, 어느 장날 아침, 어머니가 계란 3개를 주면서 차비로 쓰라고 하셨죠.그때의 시골버스는 고무로 만든 버스 같았습니다. 비포장 도로에 장날이면 정원 이상의 사람들이 타기에 주머니에 넣어둔 계란이 혹여나 깨질까봐 책가방에 옮겨놓고 초긴장 상태에서 이리치이고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잎새에 이는 바람에도나는 괴로워했다.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걸어가야겠다.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정호승 시인은 너의 어깨에 기대고 싶을 때, 너의 어깨에 기대어 마음 놓고 울어보고 싶을 때, 너와 약속한 장소에 내가 먼저 도착해 창가에 앉았을 때, 그 창가에 문득 햇살이 눈부실 때 윤동주의 서시를 읽는다고 했다.또, 별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목동과 스테파니 아가씨와의 하룻밤, 알퐁스도데의 별이 떠오른다. 나는 아가씨를 안
봄은 생성의 계절이다. 4월의 중간쯤은 봄의 2탄이 시작된다. 어디선가 봄은 스프링처럼 불쑥 올라온다. 연한 새싹이 탄력적으로 우리의 마음을 만져준다. 무인 탐사선 보이저1호가 목성에서 보내온 지구 사진을 보면 창백한 파란 점이다. 그 점 속에서 80억 인구가 살고 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푸른 점에서 얽히고설킨 일이 있겠는가. 모두가 아름답고 선한 일만 있을 것 같다. 집을 떠나봐야 내 집이 소중함을 안다. 빛의 속도로 몇 십 광년 떠나 봐야 푸른 지구를 그리워하듯이 말이다. 봄은 작은 먼지부터 시작된다.
시인 중의 시인, 릴케가 말테의 수기에서 말한다. "젊은 나이에 시(詩)를 쓰는 것만큼 무의미한 것은 없다. 시는 언제까지나 끈기 있게 기다려야 한다. 사람은 일생을 두고, 그것도 할 수만 있다면 70년 혹은 80년을 두고, 삶의 의미와 감미를 꿀벌처럼 모아야 한다""그리고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몇 줄 쓰는 것, 그것이 바로 시(詩)다"고. 그 말은 곧, 한 줄의 시에서 한 생의 전모가 드러나는 것. 나의 모든 순간 순간이 그 한 줄에서 멈춰서야 한다는 말로, 문학의 시(詩)와 가장 닮은 스포츠를 꼽으라한다면 역도를 꼽을 수 있겠다.
살찐 소가 누워있는 형상이라는 덕우도는 완도군의 대표적인 자연산 전복 주산지이다. 주변으로 매물도, 솔섬, 갈쿠섬, 작은도(소 덕우도), 송구섬 등 크고 작은 섬들이 몸섬(덕우도)을 호위하고 있다. 섬이 많은 만큼 해녀들이 일할 수 있는 어장이 넓고 해산물이 지천에 널려있다. 이곳에는 완도군에서 유일한 이경자·이경례 의좋은 자매해녀가 살고 있다.이들의 생활은 마치 둘이서 펼치는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처럼 맞물려 있다. 자매이고,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바로 이웃에 살면서 함께 물질을 다닌다. 자매 해녀를 만나기로 몇 번을 약속하고 또
한 번쯤은 네가 쌓아 올린 모든 걸 걸고내기를 할 수 있다면, 그래서 다 잃더라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그러면서도 네가 잃은 것에 대해 침묵할 수 있고 다 잃은 뒤에도 변함없이 네 가슴과 어깨와 머리가 널 위해 일할 수 있다면.. 설령 너에게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는다 해도 강한 의지로 그것들을 움직일 수 있다면. 만일 군중과 이야기하면서도 너 자신의 덕을 지킬 수 있고 왕과 함께 걸으면서도 상식을 잃지 않을 수 있다면. 적이든 친구든 너를 해치지 않게 할 수 있다면 모두가 너에게 도움을 청하되 그들로 하여금 너에게 너무
봄비가 안부를 물어온다. 우리는 대지를 적히고 있지만 너의 가슴을 먼저 만지고 있다고 한다. 꽃들에서 먼저 만지고 있지만 너의 이마를 만지고 있다. 물길은 저 먼바다로 가고 없지만 새싹은 자라 너의 발길 이르는 곳에 아주 부드러운 길을 만들어 준다. 봄의 향기를 만들어 온 세상을 향기롭게 한다. 하얀 건반에 봄노래를 만들어주고 봄의 창공에 별을 바라보게 한다. 유채꽃에 하얀 나비는 리듬을 치며 노래를 부른다. 생동하는 봄은 눈으로 보지 마라. 있는 감각을 모두 동원하여 감동하라. 눈으로 책을 읽지 마라. 소리 내어 시를 노래하라.
한 소년이 꿈을 안고 침범할 수 없는 존재 앞에서 최초로 낯설고 신비스러운 바다를 발견했다.바다는 유일한 자연이었고 결코 정복될 줄 모르는 영원한 나였지만, 소년이 바다에서 받은 감동과 경이로움은 무의식 속에서 무한한 가능성으로 커 가고 있었다.이후의 모든 바다는 그때의 복사판에 지나지 않았다.아이는 수많은 넘어짐 끝에 걸음마를 배우고 뛸 수 있다. 우리의 정신 또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한다. 한 세계를 깨고 또 다른 세계로의 성장은 독수리가 알을 깨고 나오는 아픔을 겪지 않으면 안 된다. 출렁거리던 무의식의 바다, 철이
우리 완도군에는 265개의 유무인도가 있다. 그 중에 가장 오지를 고르라면 누구든지 망설이지 않고 여서도를 말할 것이다. 여서도는 완도군의 조금만 섬이지만 큰 마음 먹지 않으면 정말 가기 어려운 섬으로, 완도사람이지만 평생 한 번 가보기도 어려운 섬이기도 하다.그곳은 또 비운의 삶을 살다간 천재시인 김만옥의 숨결이 숨 쉬고 있는 곳. 김만옥은 1946년 3월 6일 여서도에서 3대 독자로 태어났다. 어려서 아버지를 바다에서 여윈 김만옥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홀어머니의 지극한 사랑과 헌신적인 뒷바라지로 1960년 완도중학교에 수석으로 입
출장을 떠났던 남편이 열차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을 언니와 남편 친구를 통해서 들은 루이즈는 절망적인 심정으로 자신의 방에 홀로 앉아 창밖을 통해 바라보는 풍경으로부터 마음속에서 서서히 일어나고 있는 무엇인가를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호흡이 가빠지고 심장 박동이 빨라진 그녀는 무언가 다가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것이 존재를 찾아주고 자신을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무엇인 것 같았다. 그것과 마주하며 알아낼려고 애를 쓰고 있었지만 그녀의 마음은 작고 여린 하얀 두 손만큼 나약하기에 쉽게 찾아 낼 수가 없었다. 갑자기 그것과의 싸움을
이 지상에서 따뜻한 온기를 느낄 때가 봄이다. 봄은 굳어져가는 몸도 재생의 에너지로 싹을 돋게 한다. 생각을 다시 새롭게 하여 너를 보게 한다. 봄은 최초의 몸이다. 이것이 달라질 때 또 봄을 맞는다. 내 육신과 마음이 힘이 들 때 봄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때가 나를 힘들게 할 때도 있지만 때가 되면 새롭게 나를 찾아온다. 송곳니가 올 봄에 빠졌다. 입 안에서 한 움큼 없어진 듯하다. 때가 되니 내 육신에 떠난 이가 생기고 만다. 떠난 만큼 그 자리에 채워 넣으라는 뜻도 있다. 자식을 위해서 남을 위해서 그런 뜻도 있겠지만 자신이
당신이 무슨 일을 하든 상관이 없다. 당신이 또 어떤 직위를 가졌든 상관이 없다. 생명을 직접적으로 구하는 의사가 아니라도 상관없다.설령, 예수와 부처를 사랑하는 일마저 중요치 않을 수 있다.지금 당장,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는 일에 주저하지 않는다면.언제부터였을까. 외국인을 외국인으로 다 똑같이 여기지 않고 따로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 외국인 노동자를 보면 괜히 피하고 부담스럽게 생각한 것이.우리도 그런 때가 있었다. 월남전에 나가 목숨을 걸고 달러를 벌어 들였다. 머나 먼 서독 땅에 가선 1,000미터가 넘는 깊은 땅굴에 들어가
심장이 약한 루이즈 멜러드에게 그녀의 남편, 브렌틀리가 죽었다는 소식을 어떻게 최대한 조심스럽게 전해야만 한다는 것을 조세핀과 리쳐스는 알고 있었다. "열차 사고가 났는데, 루이즈," 루이즈의 언니, 조세핀이 조용히 말을 꺼냈다. 루이즈 남편 친구인 리쳐스는 조세핀 옆에 함께 서 있었다.사고 소식은 리쳐스가 가지고 왔지만 조세핀이 떨리는 목소리로 두서없이 동생에게 전하기 시작했다."리쳐스...가 신문사에서...""사고소식을 접했는데....""루이즈...루이즈... 브렌틀리의 이름이 리스트에 있었데.""브렌틀리가.... 죽었다고 해,
'공춘화 해녀를 처음 본 순간 저 분이 해녀가 맞나? 다른 분이 나오신 건가? 해녀가 아닐 것 같은데?' 짧은 순간이었지만 많은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이유인즉, 지난해 슈트를 입은 모습을 본 적이 있어서다. 큰 키와 늘씬한 몸매 잡티 하나 없는 얼굴, 나이를 물어보니 70세란다.″머할라고 나를 이렇게 만날라고 해싸까 잉~″'전복 요리로 하도 유명하시니까 전복요리 이야기도 들어보고 물질하는 모습을 기록하고 생애사를 듣기 위해서죠'″이야기를 할라먼 책으로 몇 권 인디? 어찌게 다 들을라요″'그래도 조금만 들려주시죠'공춘화 해녀는 소안
지난 주에 이어 (주) 바다품애 정희진 대표의 이야기를 이어가면, 정 대표는 대학을 졸업하고 병원에서 첫 직장을 시작했다고 했다. 어느 날, 함께 일하던 동료가 묻기를, "희진아, 멸치 잡는 남자 한 번 만나 볼래?" 잠시 궁금증이 일어나면서 동료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그렇게 만나게 된 사람이 남편될 사람이었고, 그 사람과의 만남은 인생을 바꾸게 되었다고 했다. 희진 씨는 아버지를 소띠 중 근면 성실의 대명사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남편도 아버지와 같은 소띠에 근면성실의 표본이었다고. 희진 씨는 자신이 숫자에 약한 것을 잘 알기 때
첫 인상이 좋으면 다 좋다.오경순 해녀가 딱 그렇다.″내일 오전 11시까지 와 그라먼 시간이 된께″다음날 아침 전화벨이 또 울렸다. ″낼 비온다 한께 우리 전복양식장 비설거지를 해야 쓰것구만, 오후에 오면 좋것어″그렇게 해서 오경순 해녀를 만나러 금일로 향했다.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를 퍼 부을 듯 먹구름이 가득하다. 철부선에서 내려 동백리에 도착하니 인상 좋은 오씨가 반갑게 맞아 준다.금일읍 동백리에 살고 있는 오경순 해녀는 북제주군(오늘날 제주시) 구좌읍이 고향이다. 그곳에서 18세까지 살다 동네 언니들을 따라 금일읍으로 물질을
아름다운 머리결을 휘날리며 목련과 어울리고 있는 여인은 완도군청 기획예산실 홍보팀의 정지혜 주무관이다.본래는 지난 주 1면에 오를 사진이었다. 조강철 홍보팀장에게 완도의 목련과 어울리는 사진을 요청했더니, 만발한 목련과 함께하고 있는 정 주무관의 사진을 보내왔는데 하필 편집날인 목요일이었다. 이미 잡혀 있는 사진이었기에 교체가 어려웠는데, 조 팀장의 말은 다음호에 싣게 되면, 의미가 퇴색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언론을 상대하는 책임 팀장으로서 시의성을 안다는 건 뛰어난 감각. 하지만 글.해마다 목련이 피어날 때면 떠오르는 노래,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