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초도에서 하룻밤 유숙하고 우이도행 여객선 섬사랑 6호를 탔다. 나그네는 첫 기항지, 동소우이도에 내린다. 이곳 사람들은 동리라 부르는 섬이다. 섬사랑 6호는 우이도 항로에서만 모두 여섯 곳을 들르는 완행 여객선이다. 우이도 본섬의 진리, 예리, 돈목, 성촌과 동소우이도, 서소우이도를 빼놓지 않고 기항하는 여객선은 우이도 사람들의 ‘마을버스’다. 섬의 전성기 때는 동리에만 200여명의 사람이 살았던 적도 있었다.지금은 6가구 10여명의 노인들만 산다. 짐을 풀고 마을 뒷산을 오른다. 산 고개를 넘으니 외딴 해변에 낡은 집 한 채 오
명도에서 어선을 대절해 방축도로 건너 왔다. 여기도 홍합작업이 한창이다. 올해의 거의 막바지 작업이다. 명도와는 달리 이 섬은 권리을 팔지 않아 주민들 모두에게 채취권이 있다. 홍합은 20킬로 한 포대 2만 원 정도에 수집상에게 넘겨진다. 많이 따는 사람은 하루 일곱 포대 까지 따기도 하지만 보통은 서너 개다. 명도, 말도, 방축도는 세 섬이 다 행정구역상 군산시 옥도면 말도리다. 같은 옥도면에 속한선유도와는 달리 고군산군도 관광산업의 혜택을 거의 못 누리고 산다.해상 유람선에서 구경하고 가는 장자할아버지 바위나 거북 바위, 시루
삶은 온통 모순 덩어리 삶이다. 생명을 유지 시켜주는 산소가 생명을 파괴하는 노화의 원인이 되고 삶을 사는 일이 삶을 소진하는 일이 되기도 한다. 삶의 대가로 끝내는 목숨을 지불해야 하는 삶. 모순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람들은 태초부터 초월을 꿈꾸었다. 초월의 공간, 유토피아는 대게 깊은 산 속이나 머나먼 바다 어디쯤에 있다고 믿어졌다. 하지만 과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세계의 비밀이 한 꺼풀씩 벗겨지면서 유토피아의 꿈은 점점 더 멀어져 간다.지상을 벗어나 하늘에 있다고 믿어져 온 천국은 또 어떤가. 유감스럽게도 우주선 따위 기계의 도움
오는 12월 19일 치러지는 제18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의 후보가 되기 위한 주자들이 속속 출마선언을 하면서 대권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전국 지역주간신문 2백여개의 연합체인 한국지역신문협회(회장 정태영)에서는 각 정당 대선주자의 정책과 비전을 전 국민들에게 소개하고자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경남도의원과 거창군수, 경남지사를 연임한 이후 국무총리로 지명됐으나 아쉽게도 자진사퇴했다. 그러나 그 아픔을 딛고 지난해 4월 김해을 보궐선거에서 승리하고 지난 4·11총선에서도 이겨 재선
해안도로를 따라 용초마을로 간다. 옛길은 흔적도 없고 자동차 한대 다니지 않는 시멘트 포장도로가 괴물처럼 깔려있다. 자연스런 해안 경관을 죽이고 터무니없이 크게 깔아놓은 도로는 폭력이다. 주민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토목 업자의 공사를 위한 도로다. 두 마을 사이는 걸어가도 10분 남짓이니 이런 길에 주민들이 차를 몰고 다닐 일은 거의 없다.주민들이 아니라 도로 공사용 트럭들 지나다니기 편하라고 만든 길. 섬 주변 어장에서 물고기가 고갈되는 것은 바다와 섬이 만나는 해안선을 단절시킨 저런 도로의 영향도 크다. 섬에서 흘러내려오는 유기
“군의회가 국회처럼 장관을 임명하는데 후보자를 검증하는 시스템은 없다고 하지만 원 구성하는데 문제를 일으킨 의원들은 스스로 자제해야 한다. 원 구성에 앞서 간담회 때 이를 지적하는 발언을 했고 많은 의원들이 공감까지 했다. 하지만 후반기 의장단이 구성되는 것을 보면서 이건 정말 아니다 싶어 나를 희생해서라도 바로 잡아야겠다 생각했다.”“밤늦은 시간에 동료의원을 관사로 데리고 가서 폭행하고 칼을 휘두른 의원이 부의장에 출마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 사건을 잘 알고 있는 의원들이 묵인하고 부의장으로 선출한 것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된 것이다
통영 여객선터미널, 배를 타기 전에 충무 김밥으로 허기를 채운다. 전국적인 명성 덕분에 지금은 어느 지방을 가도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됐지만 아무래도 충무김밥은 충무에서 먹어야 제 맛이다. 소를 넣지 않고 흰 쌀밥만을 말아서 내는 김밥과 오뎅을 곁들인 오징어무침과 큼직한 나박김치 몇 조각. 시락국 한 그릇. 어느 지방이나 유명한 음식들은 저마다 원조임을 내세우는 탓에 어떤 집이 진짜 원조인지 분간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통영의 충무김밥 집들도 저마다 원조라는 간판을 달고 있다. 하지만 원조집을 찾아가는 일은 부질없다. 원조는 없
오는 12월 19일 치러지는 제18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의 후보가 되기 위한 주자들이 속속 출마선언을 하면서 대권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전국 지역주간신문 2백여개의 연합체인 한국지역신문협회(회장 정태영)에서는 각 정당 대선주자의 정책과 비전을 전 국민들에게 소개하고자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대통령 실장까지 역임. 현 정부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임태희 후보가 출마를 선언하셨는데요, 의외의 행보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대권도전을 선언한 배경은?갑작스러
일제하 소안도에서의 항일 운동은 소안 출신 송내호와 김경천, 정남국 등에 의해 주도 됐다. 이들에 의해 조직된 수의위친계, 배달청년회, 소안노농대성회, 마르크스주의 사상단체 살자회, 일심단 등의 항일운동 조직이 소안도와 완도 일대의 항일 운동을 이끌었다. 후일 송내호는 서울청년회와 조선 민흥회, 신간회 등의 중심인물로 활동했고 정남국은 일본으로 건너가 재일 조선인노동총동맹 위원장을 지냈다.외딴 섬 소안도에 항일운동의 씨앗이 뿌리내릴 수 있었던 것은 '중화 학원'과 '사립 소안 학교’란 텃밭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는 12월 19일 치러지는 제18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의 후보가 되기 위한 주자들이 속속 출마선언을 하면서 대권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전국 지역주간신문 2백여개의 연합체인 한국지역신문협회(회장 정태영)에서는 각 정당 대선주자의 정책과 비전을 전 국민들에게 소개하고자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박준영 전라남도 지사는 올 연말 대통령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도전장을 던졌다. 박 지사는 김대중 정부에서 공보수석 겸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고, 전남도지사로 내리 3선에 성공하면서 도정을 이
완도 화흥포항에서 소안도행 여객선에 오른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됐지만 아직 피서객들은 많지 않다. 그래도 모처럼 여객선은 활기차다. 뱃전에서 웃고 장난치고 신이 난 아이들. 휴가철이 끝나면 여객선은 다시 고요해 질 것이다. 선실 바깥 나무 의자에 섬 노인들이 나와 앉았다. 노인들은 뛰어 다니는 아이들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다음 주에 오기로 한 당신 손주들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휴가철이 와도 고향에 올 수 없는 자식들 걱정을 하는 걸까. 안개 속에서 횡간도의 사자 바위가 모습을 드러낸다. 산 정상의
오는 12월 19일 치러지는 제18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의 후보가 되기 위한 주자들이 속속 출마선언을 하면서 대권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전국 지역주간신문 2백여개의 연합체인 한국지역신문협회(회장 정태영)에서는 각 정당 대선주자의 정책과 비전을 전 국민들에게 소개하고자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전국 방방곡곡의 국민들에게 소감과 인사 한 말씀.지난 2년 동안 저희 경남도는 일자리 창출과 복지, 균형발전, 신뢰받는 도정구현을 정책목표로 삼아 340만 도민이 일치 단결하여 힘차게 달려
폐교가 된 학교는 학교마을 고개 넘어 풀숲에 묻혀 있다. 온갖 풀들이 자라나 학교로 들어가는 길을 막아버렸다. 고개 마루에는 게을러 보이는 개 한 마리, 흑염소 한 마리가 묶여있다. 염소는 배가 부른지 풀을 뜯는 데는 별 관심이 없다. 먹이보다 낯선 길손에게 더 흥미를 보인다. ‘안녕’ 인사 한마디 건네고 그냥 지나치려는데 쪼르르 뒤쫓아 온다. 소심하고 겁이 많기로 유명한 염소가 낯선 사람에게 먼저 관심을 보이는 경우는 드물다. 녀석은 드물게 겁이 없거나 지독히도 외롭거나 그중 하나 일 테지. 자전거를 탄 청년 하나가 고갯길을 내려
어미가 섬을 출타하면 처녀는 연기를 피워 청년에게 신호를 보냈다. 총각은 노를 저어 단숨에 처녀의 섬으로 건너왔다. 청년은 처녀의 몸 안으로 깊이 들어갔다. 처녀는 쾌락에 흐느끼며 몸을 떨었다. 열락에 들뜬 둘은 모래톱과 소나무 그늘, 끝내는 바다 속을 유영하면서도 서로의 몸을 탐닉했다. 외딴 섬, 적막 속에서 처녀와 총각이 지르는 교성이 하늘까지 들렸다. 그 소리가 선녀들과 열락에 빠져 있던 천신에게까지 들렸다.천신은 자신은 수도 없이 많은 딸들, 선녀들과 쾌락 속에 살면서도 둘의 사랑은 용서할 수 없었다. 천상의 법도와 인간의
바다는 어머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물의 세계이며 대륙은 모든 것을 둘러싸고 있는 바다 수면 위로잠시 솟아 있는 땅덩어리에 불과하다.”(레이첼 카슨 ‘우리를 둘러싼 바다’)한 여름 섬은 도시의 열기를 피해 찾아온 피서객들로 열병을 앓는다. 뱃시간이면 덕적도 여객선부두는 섬을 들고나는 여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백아도로 건너가기 위해 덕적도 뱃머리에서 해양호를 기다린다. 덕적도의 외곽 섬들만을 순회하는 여객선. 섬에서 다시 외딴 섬으로 건너는 발걸음에는 기대와 불안이 교차한다.선창머리에서는 건너 섬 소야도 늙은 어부들이 잡
면 소재지에서 작은 언덕을 넘어가면 고구리 마을이다. 마을은 교동의 너른 들에 물을 대는 저수지가 있다. 교동은 강화에서 논이 가장 많은 면이다. 가구당 평균 경작 면적이 2만여 평에 이른다. 고구리 저수지를 지나 마을 숲으로 들어선 것은 물푸레나무를 만나기 위해서다. 어디선가 천년목이라는 소문을 들었던 터였다. 확인해보니 물푸레나무는 400년 수령의 보호수다. 천년목이 아니어도 물푸레나무는 신령스런 숲의 주인이다. 이 땅에서는 물푸레나무가 당산나무로 모셔지는 경우가 드물지만 북유럽 신화의 이그라드실 물푸레나무는 '하늘과 땅
인천시 강화군 교동도는 민간인 출입 통제선(민통선) 안의 섬이다. 휴전선을 기점으로 남북이 각각 2킬로미터씩 뒤로 물러난 남방 한계선과 북방 한계선 안의 지역이 비무장 지대다. 민통선은 비무장 지대 남방 한계선에서 다시 남쪽으로 5~20킬로미터 사이에 그려져 있다. 민통선은 1954년 2월, 미 육군 8군 사령관이 직권으로 그어놓은 선이다. 미국 군인이 한국 땅에 임의로 그어놓은 선에 불과하지만 한국인들에게 민통선은 법보다 무서운 강제력을 가진다. 전쟁이 끝나지 않은 전장(戰場)에서 무력은 법보다 우위에 있다. 교동은 북의 황해도
진도 팽목항 부근에 남도석성이 있다. 성은 고려 원종 때 배중손 휘하의 삼별초가 해안 방어를 위해 쌓은 것이다. 성 안에는 누대에 걸쳐 사람들이 살아온 마을이 남아 있다. 마을 안길 담장에 핀 능소화가 곱다. 성의 안길, 임시로 복원된 관아 건물 옆 집 마당의 텃밭에서 할머니 한분이 들깨 사이에 돋아난 풀을 뽑고 있다."옛날에는 호랭이가 얼마나 많았든지 사람도 물어가고 개도 물어가고 그랬다 해요." 진도는 예로부터 호랑이가 많은 섬으로 유명했다."하도 오래 산 게 존 세상도 보고. 너무 너무 존 세상인디. 하도 명이 긴 세상이
진도 버스터미널, 팽목항으로 가는 막차는 끊겼다. 하룻밤 읍내에서 유숙을 한다. 무작정 읍내시장 골목을 어슬렁거린다. 어느 골목쯤이었을까. 문득 시간이 멈춰진 듯한 풍경과 맞닥뜨렸다. 지금은 진열장에 아무것도 없는 낡은 가게. 반쯤 열려진 격자 문 안, 할머니 한분이 바닥에 주저앉아 저녁밥을 먹고 계시다. 그 쓸쓸한 생의 풍경 앞에 나그네는 무너졌다. 그리고 무엇엔가 홀린 것처럼 가게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언뜻 저 할머니는 진도홍주를 만드는 분이 아닐까 생각이 스쳤다. "할머니, 혹시 여기서 홍주 빚으세요?" 할머니는 말없이 채
목포 버스터미널, 코 앞에서 진도행 버스를 놓쳤다. 이번 일정은 진도의 섬들, 조도, 관매도, 독거도 등을 걸으려 가는 길이다. 자동차나 기차, 배를 놓치는 것이 꼭 그렇다. 많이 늦었다면 아쉬움이 없으련만 늘 몇 분 차이 밖에 나지 않는다. 사람의 인연도 늘 간발의 차다. 단지 일분 늦었을 뿐인데 차는 이미 떠나고 없다. 나그네는 무화과에 한 눈을 팔다 차를 놓치고 말았다. 아니 그보다는 터미널 입구 무화과 노점상 여자의 기이한 행동에 한눈을 판 것이다. 여자는 무화과 판매는 뒷전이고 양동이 가득 물을 떠다두고 무언가 약초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