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그렇지, 이쯤해서 나와 줘야 맞는 것인데...” 역사 학계에서 아직 밝혀내지 않은 완도만의 고대해양사인 선사유적 취재 과정에서 허공을 향해 주문처럼 외쳤던 존재의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완도읍 중도저수지를 지나서 150kV 완도변환소 토건공사 시행중인 도암마을에는 청동기시대를 상징하는 고인돌 군락으로 추정된 바윗돌들이 들판이나 하천 주변에 가득 널려있다.게다가 숲속에는 고인돌을 세우기 위해 채석한 것으로 추정되는 바위 군락, 주민들이 집터를 선택한 과정에서 쏟아져 나온 돌덩이로 석축을 쌓은 흔적까지, 선사시대 고인돌
노화읍 미라(美羅)마을은 물과 인심이 후하고 여자가 고와서 비단같이 아름답다는 마을이다. 지난 달 정월 대보름날 봄을 재촉하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 미라마을의 당제가 올해 완도군 내 당제로서는 마지막으로 열렸다. 익히 들어서 미라마을의 단합된 모습은 잘 알지만 현장에서 보는 마을의 모습은 정말 활기 넘치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미라마을에는 동백관(冬栢館)이라는 마을의 커뮤니티센터가 있다. 이 커뮤니티 센터는 미라마을의 모든 대소사가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당제 역시 동백관에서 모든 준비가 이루어졌다. 당제가 열리는 날 마을에서는
마음의 끝에서 전하는 정은 깊어서 끝이 없다. 늘어진 수양버들 아래 흐르는 물 위에 전해오는 느낌이 많다. 봄의 꽃향기가 깊다고 하지만 손끝에서 전하는 마음은 어이 씻을 수가 없다. 이 세상 모든 것들은 서로 전해 줄 것들이 많다. 보이지 않지만 그 어떤 것보다 가치 있는 것들은 노력하지 않으면 결코 보이지 않는다. 깊은 계곡에 피는 노루귀는 사람들 눈에 쉽게 뜨이지 않는다. 심산유곡에서 깊은 상념에 빠져 있다. 돌 틈 사이에서 가장 깨끗한 낮달과 마주 보고 있다. 서릿발 내리는 곳에서 내 발이 되어준 산은 유일한 나의 몸이다. 열
지난 호, 모네의 뮤즈였던 까미유의 이야기가 좋았다는 독자들이 있어 이야기를 좀 더 해가면, 까미유가 서른두 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뒤, 모네는 더 이상 인물을 그리지 않았다. 이후 풍경화에 심취했는데.(사진, 최정욱 의원 뒷편의 모네 작품)그녀의 떠난 후, 어떤 봄바람도 그녀의 손길보다 부드럽지 않았고, 어떤 뜨거운 여름도 그의 심장을 데울 수 없었다. 7년만에 처음으로 두 점의 인물화를 그리게 되는데, 카미유와 함께 걸었던 그곳, 바람의 언덕. 전생애가 빛으로 달려왔던 눈부신 순간을 떠올리자 미친듯 그녀를 그렸다. 마
지난 2022년 전주국립박물관이 일반 미술품 경매에 나온 동국진체와 유사한 작품을 구입했다. 그것은 원교 이광사가 그의 아들에게 써준 글씨를 판각한 ‘연려실(燃藜室)’이라는 편액이었다.그해, 대구국립박물관이 조선시대 편액 전시를 기획하면서 전주국립박물관이 사들인 편액을 제 1호 전시품으로 일반에 선보였다. '240년 전 부자지간의 극적인 만남'이라는 의미를 붙이면서 모든 관심이 거기에 집중했다. 편액을 발견한 과정은 지난 2021년 국립중앙박물관이 전국에서 수집된 유물을 정리하는 중에 발생했다. 그동안 존재가 확인되지 않다가 박물관
봄의 풍경의 절정이 춘삼월인데 음력 3월이다. 옛 노래 중에서 낙화유수가 있다. 노랫말을 들어보면 비록 흘러간 노래이지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인공지능 시대에서 더 잘 맞는 노랫말 인 것 같다. 꽃다운 인생살이 고개를 넘자. 사람은 낙화유수 인정은 포구 보내고 가는 것이 풍속이더냐. 영춘화 야들야들 피는 들창에 이 강산 봄소식 편지를 쓰자. 지금 같으면 사진과 동영상을 보내고 싶은 사람에게 보내겠지. 사람들은 너무 빠르게 지나가는 세월을 아쉬워하면서 아직 봄나들이 갈 시간은 남아있다고 위안을 삼았지. 강 나루터에 앉아 봄 강물을
자연의 변화를 쫓는 사람들은 비단 기상학자들만이 아니다. 시인과 화가, 사진가, 음악가 등 많은 예술가들이 기상학자 이상으로 자연의 변화를 감지하는데, 대표적인 예술가가 빛의 화가 모네다. 카페 248에 들어서자, 모네의 그림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대표작은 수련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많이들 ‘양산을 든 여인’으로 알고 있는 ‘산책’.양산으로 가렸지만 온화한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얼굴, 입안에 넣으면 살살살 녹아내릴 솜사탕같은 감미로운 구름에, 목덜미를 간지럽히고 내달리는 산들바람하며, 싱그러운 풀 냄새와 어우러진 대지의 향기가 온몸
정월 대보름과 단오에 선조들이 즐기던 놀이, 석전(石戰)은 우리네 민속놀이였다. 눈싸움과 비슷하지만 뭉친 눈 대신에 상대방에게 돌을 던지는, 전장에서의 피 튀기는 투석전을 그대로 재현한 것. 보통은 인접한 마을사람끼리 했는데, 마주보고 돌을 던지면서 상대편 마을까지 밀어붙여 고지를 점령하고나서야 승패가 갈렸다. 농경사회에서는 저수지의 물을 선점하기 위해 마을별 놀이로 전승되기도 했다.완도에도 석전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읍 소재지에서 청해포구 촬영장 가는 길목 석장리는 석전의 유래와 관련이 깊다. 이곳의 원래 지명은 석전포였다. 임진
들꽃들이 강물로 흘러간다. 상처는 있으면 있는 대로 서로 가슴으로 안고 있기에 울지는 않는다. 풀씨 하나의 기쁨이 수많은 눈물바다가 되었다. 생명은 수없이 연결된다. 그 작은 풀씨 한 개라도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 어느 날 그 자리에서 다시 태어날 때까지 대지를 꼭 안고 있어야 한다. 실개천에서 봄 길을 열기 위해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기야 한다. 어린 나뭇가지가 봄 길을 열고 수채화를 그린다. 뚝새풀 억세다고 하지마라. 그 옆에 별꽃도 있고 황새냉이 꽃도 있단다. 봄 피리 꽃도 있나니 아직 동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직 여울물이
심미적인 황홀경에서, 지성적인 창조성에서, 양심의 가책에서, 근심거리부터 위안을 구할 때 혹은 마음의 평안을 구할 때, 앎의 직관은 간접적으로 나타난다.반면 학문적 성취는 열열한 몰두 속에서, 신비적인 깨달음에서, 나를 잊어 갈수록 그 직관은 직접적으로 나타난다. 그것은 형태이고 결합이며 무한함이다.영원한 삶으로써 이 세상에게 행복을 주는 것. 그 위대하고 변하지 않는 공공의 선을 향해 학문적 신념이라는 손이 뻗어가는 촉이란 가장 바람직한 변혁이다.신우철 군수와 허궁희 의장이 3월 1일 프랑스 로스코프 발디즈 리조트에서 열리는 협약
봄꽃들이 일제히 기지개를 켠다. 꽃망울을 시샘하는 바람에도 아랑곳 없이, 봄을 알리는 첫 신호탄은 역시 매화소식이다. 섬진강변 따라 펼쳐진 광양 매화마을은 봄의 전령 매화로 널리 알려졌다. 매화의 개화 시기는 모두 다르다. 납월매는 주로 눈 속에 핀 설중매의 일종으로, 순천 낙안면 금둔사는 2개월 먼저 꽃이 피는 납매가 유명한 사찰이다. 그런가하면, 3월이 다 지나서야 피는 구례 화엄사의 홍매도 있다. 일반보다 더 붉은색을 띠기에 흑매라고도 부른다. 사찰 지붕의 검은색과 꽃의 진한 빛이 환상의 조합을 이루는데, 근래에 천연기념물로
켕~ 갱갱갱케겡 케겡 갱갱갱켕~ 켕~ 켕 갱갱갱~~~ ″우리 마을에 애기들의 울음소리가 영원히 그치지 않게 해 주시고, 전복과 파래, 김 양식으로 떼돈을 벌어 우리 서넙도가 바다에 가라않게 해 주시기를 용왕님께 비나이다~″ 지난 정월 초 하루날 진행 된 서넙도(西芿島) 당제 중 갯제에서 나팔수가 용왕님에게 빈 축문이다. 서넙도는 노화읍의 조그한 부속섬으로 넙도라는 큰 섬에 가려져 잘 알려지지 않은 섬이다. 행정지명으로는 노화읍 서리(西里)마을이다, 88가구 160여명의 주민들이 전복양식과 파래, 김 양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서리마을
매화꽃 사이로 동백꽃이 보인다. 보이는 사람 없어도 꽃을 만지는 사람이 있다. 들꽃들은 반겨줄 사람 없어도 아주 작은 목소리로 노래한다. 기쁜 일 슬픈 일 모두 함께 새싹으로 올라온다. 그리움이 없는 사람도 진달래꽃 보면 가슴이 설렌다. 마른 풀잎 아래 산자고 여린 잎에 눈물이 슬픔을 안고 있다. 며칠 동안 숨 가쁜 빗물이 슬픈 가슴을 적힌다. 고향 같은 봄비가 꽃피는 고향을 그리워한다. 내 운명을 못 본 척한 봄은 순한 물길로 열린다. 태초의 말들이 내 운명의 씨앗을 뿌렸겠다. 시간은 햇빛으로 저 너머 꽃구경 손님이 문득 찾아와
“부끄러워요”우와! 기척도 안했는데...만지면 느낀다?아니, 꼭 만져야만 알 수 있나요?당신의 눈빛이 지금 날, 어루만지고 있자나요!저절로 부끄러워진거죠손으로 만졌다면야꽃잎의 뼈가 으스러졌겠지만,첫시선의 놀라움이 속으로 타올라 숨도 제대로 쉴 수 없는데태양빛을 뚫고 뿜어대는 안광의 풀무질이 봄의 불꽃으로 타올라미칠 것 같은 이 느낌이 봄의 촉감이예요봄의 촉감은 당신이 나를 통과할 때반짝이던 별빛으로고동치던 그리움의 혈관을 가로질러깃털없는 겨울밤을 건너왔어요생명의 바람을 일으킨 촉감의 복종에 따라몸과 마음이 저절로 불타올라봄의 입술에
완도군이 자랑하는 신지도의 명품해변 명사십리. 주민들은 이곳을 '울모래''로 부른다. 모래가 운다는 뜻이다. 모래울음소리가 십리를 간다는 십리해변 명사(鳴沙)의 이름에는 여러 가지 깊은 사연이 있다. 신지도는 조선시대 유배지다. 죄지은 사람을 먼 곳으로 귀양 보내는 형별이 유배다. 지은 죄의 정도에 따라 2천리, 2천 5백리, 3천리 세 등급으로 나누었다. 중국의 영향으로 거리를 그대로 적용한 조선은 땅이 좁아 3천리를 확정할 수 없었다. 그래서 고육지책으로 오던 길을 되돌아가는 방법을 사용해 3천리를 채우기도 했다. 이후, 그 방
1965년 군외 달도리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이곳 군외면에서 보내고 7급 근무시절 면사무소에서 열심히 현장 행정을 하며 열정을 불태웠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2024년 청룡의 해에 군외면장으로 부임해 새로운 마음으로 면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1월 중순부터 24개 마을 경로당 순회를 시작으로 마을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어르신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며 앞으로 다각면에서 추진해야 할 면정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늘은 2월 6일! 민족 대명절인 설이 코앞으로 성큼 다가왔다.보길도 이양일 면장님의 바톤을 이어 받아 주민들과 소통하
아름답게 채색되어진 풍경이 그립다. 과거에는 지금과 비교해 보면 그렇게 가격이 나가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그때가 더 소중하게 여겨진다. 봄을 소중하게 기다려지는 것은 과거에 아쉬웠던 부분을 채우고 싶은 것이다. 살아오면서 잘못한 것과 흔들릴 때가 많았다. 한 생명을 지탱하기도 힘들었던 시기다. 주위와 관계를 맺고 서로 협력하여 삶을 꾸리는 것은 확률적으로 더 어렵다. 경험적으로 지난 삶도 어려운데 미래라고 더 쉬운 일은 아니다. 불완전한 세상 속에서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는다. 지난날 이루지 못했던 아름다운 이야기를 찾아서 봄을 기
누구나 한 번은 가야할 운명하지만 어젯밤은 아니었어요정말 생사를 가른 밤,마지막을 위해 사력으로 매달렸더랬죠날이 밝음, 당신에게 내리꽂히고 싶어서어떤 조건과 타협없이당신에게 떨어지는 순간그냥, 팡!하고 터지고 싶었어요아니 반드시, 터지겠다는 의지의 발로가 맞겠죠당신의 몸에 산산이 부서지는 이름이라면이대로 사라져도 상관없어요다만, 어젯밤 내 안에 담은 달빛과 별빛, 아침 동살과 봄바람 한 줌이당신의 몸 위에 떨어지면서서서히 풀려나 내밀하게 스며들길 바래요. 빗방울 하나만 보더라도 땅으로 내려오기까지, 달빛과 별빛을 머금고 바람과 아침
오직 서 있을 한 자리만 있으면 묘목의 미약함에서도 압도적인 아웃풋이 가능함에 하루하루 군말 없이 거기서 할 수 있는 모든 성장을 창대하게 해버리는 게 나무의 능력.봄여름가을겨울 시간의 자락 속에서 알게 모르게 세포 분열을 하며 하루의 어느 순간을 틈타 조금씩 명백히 커 나가는 식물계의 왕. 그래서 나무를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 누워서 천년이라하지 않던가.세상의 모든 큰 나무들을 스승으로 모셔야 할만큼 그들의 생명력은 경이로운데, 대개 마을의 큰 나무들은 입도조들의 입향목이다. 옛 선인들은 나무를 심어 나무가 잘 자라면 그곳이 복
하루의 일상이 풍경화다. 학교에서 풍경화를 그릴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 추억의 그림이 되고 만다. 삶을 열렬히 사랑할수록 풍경화는 아름답다. 당장 내 앞에 이익이 안 되는 것들이 지나고 나면 그것이 내 옆에 평생 간직하고 산다. 초등학교 때 운동회는 추억하기에 마침 좋다. 이때 사진 한 장의 촌스러움이 이게 나였다는 사실이 웃음이 나온다. 나이에 따라 풍경화는 다르다. 봄에 벚꽃이 피어있는 것을 보고 봄을 알았다. 길 따라 피어있는 코스모스를 보고 가을을 알았다. 아름다운 인연과 함께 피어있는 꽃이 젊은 날의 풍경화다. 그런데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