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고금면 윤동마을 은행나무에 이어 두 번째로 은행나무 이야기를 쓴다. 윤동마을의 은행나무가 독립개체로 이순신 장군의 호국의 혼이 들어있다면 이번에 다루는 은행나무는 백여년된 수십그루의 은행나무가 군락을 이루며 가을이면 은행잎 비를 내리는 곳이다. 은행(銀杏)은 원래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만 자라는 나무로 알려져 있다. 자라기도 더디지만 까다로운 것은 암수 나무가 있어야 열매를 맺는 자웅이주(雌雄異株) 식물이다. 봄부터 가을까지푸르름을 자랑하던 잎은 가을이 되면 아주 샛노랗게 물들어 누구나 좋아하고, 나무는 켜놓으면 무늬가 촘촘하고
그동안 무심히 지나오다가 이제 떠나버리고 없을 때도 그 가치를 무심히 바라본다. 서로 열렬히 사랑한다고 인식하고 있으면 그건 때가 되면 식게 마련이다. 삶은 사회 통념적인 것이 아니다. 자신이 어떤 존재임을 끊임없이 되묻기 위해 길을 떠난다. 매일 길 떠나는 방랑의 여정과 같다. 찬비 속에 나뭇잎은 시간의 끝을 놓지 않고 있다. 시간 위에 운명의 길동무는 내 안에 있다. 오늘 일어나는 일을 섬세하게 들여다보고 이들 곁에 조용히 떠나는 것과 또한 다가오는 것을 생각한다. 서로 마주 오는 것을 지날 때와 멈춰있는 사물을 섬세하게 관찰한
이 순간 내가 별을 쳐다본다는 것은그 얼마나 화려한 사실인가오래지 않아 내 귀가 흙이 된다 하더라도이 순간 내가 제9교향곡을 듣는다는 것은그 얼마나 찬란한 사실인가그들이 나를 잊고내 기억 속에서 없어진다 하더라도이 순간 내가 친구들과 웃고 이야기한다는 것은그 얼마나 즐거운 사실인가 인연으로 유명한 피천득의 시, 마치 상냥한 바람 사이를 걸어 당신에게로 가는 길이 열리는 듯하다. 피천득의 시는 꼭 남녀간의 열열한 사랑만을 말한 것은 아니다. 친구 간, 동료 간, 사제지간과 형제지간, 부녀모자 지간의 사랑이 저러해야 한다는 걸 말하고
긴 수염과 청룡언월도를 휘두르며 전장을 누비던 사내. 만 명의 군사에 필적하는 용장이었던 촉나라 장수 관우는 어떻게 고금도에서 신이 되었을까? 완도의 고금도 이충무공 유적지인 묘당도에는 관우를 기념하는 관왕묘비가 있다. 묘당도의 이름 또한 ‘관우를 모시는 사당인 관왕묘가 있는 섬’이란 의미를 붙여 새긴 지명이다.삼국지에서 관우는 뛰어난 장수이자 지휘관이었다. 중국역사서에 여러 장수가 나오지만 사당을 지어서까지 추배하는 무인은 관우뿐이다. 명대에 걸쳐 청의 황실에서는 수차례 시호를 내렸고, 마침내 ‘충의신무영우인용위현호국보민정성수정익
우리지역에는 완도라는 지명으로 학명을 받은 아주 독특한 나무가 있다. 감탕나무와 호랑가시나무가 자연적으로 교잡하여 탄생된 완도호랑가시나무이다.이 나무는 인간이 생각 할 수 없는 도저히 이루지 못할 초 자연적인 사랑을 이루어 탄생한 나무이다. 완도지역에 많이 자생하는 감탕나무와 호랑가시나무가 오랜 시간동안 만나 자연적으로 교잡하여 탄생된 나무로 학계에 보고되고 있다. 완도호랑가시나무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지역에 흔한 감탕나무와 남부지역에 다양한 분포를 보이고 있는 호랑가시나무를 알아야 한다. 감탕(甘湯)나무는 상록교목(常綠喬木)으
서양인들이나 현대인들에게 달을 그리라면 필경 달의 둘레를 짙은 색으로 칠한 후, 그 속에다 달의 색을 그려 넣을 것이다. 그러나 예로부터 동양인들은 달을 칠하는 대신 달 뒤에 있는 구름의 색을 명도로 넣어 자연스럽게 달의 존재를 드러내었다.이를 일러 홍운탁월(烘雲託月).그냥 달이 아닌 구름을 물들여서 그 물들임으로 달을 드러나게 한 후. 거기에다 배꽃이 휘날리게 그려 넣으면 교교한 달빛 아래에 향기까지 더해져 최고의 달이 탄생하는데, 나로 인하여 누군가가 드러나는 일. 시와 사랑, 예술이 하는 일이다.언젠가 네이버밴드에 할머니들에게
넘침이 많아서 불행하다. 스스로 만족할 줄 모른다. 추운 겨울날 스스로 견뎌내는 사철나무가 있다. 하늘이 주는 햇빛으로 광합성을 하고 우리 삶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우리 지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우연한 결과들이 많다. 나무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단백질을 만들어 낸다. 약 20몇 억 년에 이러한 광합성의 부산물로 산소가 대기 중에 축적되어 오존층을 형성했다. 30몇 억 년에 이르는 생명의 역사가 속에서 수많은 우연의 결과가 쌓이고 쌓인 결과 지금의 현대의 이르렀다. 생명은 위대하다. 운명과 운명의 조합으로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이
그대 못 보았더냐!궁복산 가득한 황칠나무를금빛 액 맑고 고와 반짝반짝 빛이 나네껍질 벗겨 즙을 받기 옻칠 하듯 하는데아름드리 나무에서 겨우 한 잔 넘칠 정도상자에 칠을 하면 검붉은 색 없어지니잘 익은 치자 물감 이와 견줄소냐서예가의 경황지가 이로 인해 더 좋으니납지, 양각 모두 다 무색해서 물러나네이 나무 명성이 자자해서박물지에 왕왕이 그 이름 올라 있네공납으로 해마다 공장(工匠)에게 옮기는데서리들의 농간을 막을 길 없어지방민이 이 나무 악목(惡木)이라 여기고서밤마다 도끼 들고 몰래 와서 찍었다네지난 봄 조정에서 공납 면제 해준 후
한 인간은 꿈의 세계에서 내려왔다.그 꿈을 향해 가는 길에서 어느 날은 고뇌와 혼란 속에서 무수한 질문의 노정을 걷고, 어느 날은 쉼표같은 나무 그늘에 앉아 삶의 성찰과 반성을 찍기도 하고.그러다 어느 날은 그 어느 날보다 가슴이 뛰는 순간을 맞이한다. 그렇게 사랑하고 그렇게 고뇌하며 그렇게 희망하면서 내 삶을 머리에서 가슴으로 인도해 발끝까지 여행할 때, 한 송이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 온세상을 맑은 향기로 채우는 것.자존(自存). 내 안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를 궁금해 하기 보단 내 안에 무엇이 살고 있는 지를 궁금해 한다. 내 안
길가에 야생화를 보듯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굳이 설명할 필요 없다. 이미 그 해답은 다 알고 있다. 나의 길을 가다가 갑자기 의문이 생기면 그냥 그 길로 내버려 두는 것이다. 나 혼자 의문을 되묻고 자문자답하는 식으로 삶은 그대로 흘러가는 것이다. 지상의 모든 물질은 연결되어 있다. 그렇다고 마음과 생각이 연결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자유의지가 있다. 자기의 운명은 자기 결정권에 있다. 그만큼 책임지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이성이 미덕인 합리주의 시대에서 우리는 한 개인의 가치는 말살됐다. 자기 표현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알
신지도는 그동안 명사십리해수욕장에 가려져 원교 이광사 선생이나, 송촌 지석영, 경평군 이세보등 많은 문인과 학자들이 유배와 생활하였던 곳이나 외부로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신지면 금곡마을에는 원교 이광사 선생이 신지도 유배 시절 심지(心志)를 굳게 하기 위해 심었다는 수 백년 된 낙낙장송(落落長松) 한그루가 마을 입구를 떡 하니 지키고 있다. 1755년 3월 의금부. 영조는 나주벽서사건에 관련된 죄인들을 친히 국문하고 있었다.백부(伯父) 이진유(李眞儒)와 연좌되어 의금부에 끌려온 이광사(李匡師)는 목숨이 경각에 달려있었다. 이미 백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 스포츠 해설을 듣다 보면 자주 등장하는 말로 미국의 유명한 야구선수 요기 베라(Yogi Berra)가 남긴 명언이다. 결과는 아무도 모르니 끝까지 최선을 다하라는 뜻으로 무릇 존재라면 이 끝을 가 볼 수 있느냐?없느냐?다.그 끝에 섰을 때 찾아오는 환희와 희열, 또 다른 차원의 문이 열린다는 말로,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다 쏟아 붓는 일이란 그 만큼 숭고하고 위대하다.끝을 가보지 않았기에, 유혹의 시대에 너무 쉽게 타락하는 것이고, 탄압을 받을
있다가 없어지면 그 허전함이 또 채워진다. 산과 들에 알곡들은 다 어디로 가버렸다. 쓸쓸함이 비 공간에 채워진 것도 사람만이 느끼는 특권이다. 뜨거웠던 지난날은 얼마나 열정적으로 살아왔는가. 떨림의 눈물이 아름다웠다. 누구든 한번은 그런 적이 있었다.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감격했던 시대를. 시간이 가면 갑자기 이별의 순간이 찾아온다. 그 순간을 우리는 모르고 살 뿐이다. 지구 멀리에서 푸른 지구를 보면 가장 큰 언덕에서 살고 있구나. 평화의 땅에서 작은 꽃들이 아름답게 보인다. 발길 아래에서 작은 풀꽃들이 멈추게 한다. 우연한 만남
제주시는 장수도와 사수도 분쟁에서 역사적 근거 제시를 위해 탐라지와 세종실록지리지, 남사록의 기록을 내세웠다. 그러나 제주시가 주장하는 사수도에 관한 정확한 역사 기록이 불분명하다. 추자도는 원래부터 전남에만 속한 섬이었다. 근대 이전의 기록으로 볼 때, 단 한 번도 제주도에 속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제주도가 호남권에 속한 적이 몇 번은 있었다. 1919년 조선총독부의 임야조사에 의해 소안면민들이 당사리 1번지로 여겼던 장수도가 추자면 예초리 산 121번지인 사수도로 등록됐을 뿐이다. 해방후, 미군정에 의해 제주도가 전라도에서 완
아직은 찬 바람이 매서운 2월 중순.이순신 장군은 목포의 고하도에서 강진현의 고금도로 진을 옮기고 시름에 잠겨 이 생각 저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하다 잠시 꿈결을 거닐었다. ″장군, 가리포진 첨사 이영남입니다.″″장군을 생각하여 얼마 전 담근 백일주가 잘 익어서 조금 가져왔습니다. 시위를 당기시기 전 목이라도 축이시기 바랍니다.″″그래? 참으로 고맙네............″평소 휘하의 참모들과 술을 즐겨마시던 장군은 가리포 첨사 이영남이 건네 준 술을 마실려는 순간 스산함에 추위를 느끼며 눈을 뜨니 꿈이었다.오는 12월 16일은 임
그 말을 하고 싶었다. 군수를 만나러 간다길래. 정원페스티벌에서 수상한 대상 작품을 축소시켜 박은재 산림휴양과장과 함께 방문한다고 하길래, 그때 동행 취재를하겠다고 했다. 환담이 끝나면 군수에게 말하길, 성패는 프로그램의 운영뿐만 아니라 공간적 측면에서 하일라이트 하나가 있었으면 좋겠다. 완도의 상징성을 담아 누구나 눈길이 꽂히겠끔. 완도의 여러 상징성을 모두 소거시키고 하나만 남기라면, 섬과 바다다. 그 바다의 색은 짙은 청색에서 연한 에메럴드빛 그리고 하얀 색의 그라이데이션으로 변해가는 색깔이다. 저런 주스컵이나 와인잔에다 아래
낙목한천의 계절이 다가 오고 있다. 아직은 낙엽이 달려 있어 늦가을 분위기는 있다. 계절의 징검다리에서 느껴오는 것은 개인의 감성 따라 다르겠지만 전체적 풍경은 그 계절에 따라 펼쳐질 것 이다. 요즘 큰 나무를 타고 올라가는 덩굴성 식물은 담쟁이 잎과 송악이다. 송악은 사철나무다. 잎이 푸르지만 봄에 새잎으로 단장한다. 물론 새순은 연하고 보기도 좋다. 우리의 삶에도 이렇게 살아도 손해 볼 것이 없다. 우리 어머니가 지나가는 자리는 늘 향기롭다. 어머니의 손때가 묻어나올수록 그 향기는 진나다. 낙엽이 지고 빈자리가 생긴다. 이럴 때
인간은 자신과 타인의 행동에 대해 간섭하고, 불특정의 소유물에 관심을 갖고 집착하며,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삶의 덧 없는 것들을 마치 불멸의 영원한 것처럼 여기고 집착하기 때문에 우리의 마음은 평정심을 찾지 못하고 항상 불안하다. 이는 인생에 대해 바른 지각을 할 수 없게 하는데 이것이 불가에서 중생들이 느끼는 고뇌를 백 여덟가지로 말한 백팔번뇌이다. 그 백팔번뇌를 헤아리며 인간의 고뇌를 해소시키는 물건이 있으니 고승대덕들이 신체처럼 사용하는 염주이다.일반적으로 염주라고 하면 108염주를 말하는데 108개의 알을 꿰는 이유는
날이 싸늘해지면 국화꽃이 내 곁으로 온다. 산 넘어 피는 국화꽃도 가까운 산 밑으로 왔다. 따뜻한 된장국도 먼저 내음을 데운다. 나보다 먼저 그리운 사람이 생각난다. 낙엽을 보면서 지나온 일이 생각나는데 그 사연은 가물가물하다. 그런데 그 사람은 아직 살아있겠지. 인생은 돛단배처럼 아득하게 멀어져 가지만 실낱같이 희망을 품어본다. 보일 듯이 말 듯이 삶은 운명처럼 떠간다. 새벽달은 유난히 밝다. 그 곁에 초롱초롱한 별이 있기 때문이다. 낙엽 지는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처마의 풍경소리는 이따금 내 마음을 울린다. 커피 향기 그윽한 곳
순수의 소나무로 호위된 작은 성, 인접한 바다의 숨소리는 귀를 녹일 듯 부드러우면서, 파도의 살결처럼 생경한 바람은 피부에 와닿자, 싱그러운 네롤리와 머스크의 우아한 만남으로 눈부시게 빛났다.당신의 새벽을 빌려와 끝이 없을 것만 같은 고독이 마침내 멈춰서는 순간, 눈빛으로 주고 받던 말들은 마음 속 미묘한 불꽃으로 일어났을 때, 그는 약속했던 자유, 해양치유였다.어른들이 하는 말 중에 "아야, 곡식은 쥔네 발걸음 소리 듣고 커야!"역시나 자다가도 떡을 얻어 먹는다는 어른들의 말은 틀림이 없다. 이곳에 이틀에 한번 꼴, 주말엔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