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목한천의 계절이 다가 오고 있다. 아직은 낙엽이 달려 있어 늦가을 분위기는 있다. 계절의 징검다리에서 느껴오는 것은 개인의 감성 따라 다르겠지만 전체적 풍경은 그 계절에 따라 펼쳐질 것 이다. 요즘 큰 나무를 타고 올라가는 덩굴성 식물은 담쟁이 잎과 송악이다. 송악은 사철나무다. 잎이 푸르지만 봄에 새잎으로 단장한다. 물론 새순은 연하고 보기도 좋다. 우리의 삶에도 이렇게 살아도 손해 볼 것이 없다. 우리 어머니가 지나가는 자리는 늘 향기롭다. 어머니의 손때가 묻어나올수록 그 향기는 진나다. 낙엽이 지고 빈자리가 생긴다. 이럴 때
인간은 자신과 타인의 행동에 대해 간섭하고, 불특정의 소유물에 관심을 갖고 집착하며,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삶의 덧 없는 것들을 마치 불멸의 영원한 것처럼 여기고 집착하기 때문에 우리의 마음은 평정심을 찾지 못하고 항상 불안하다. 이는 인생에 대해 바른 지각을 할 수 없게 하는데 이것이 불가에서 중생들이 느끼는 고뇌를 백 여덟가지로 말한 백팔번뇌이다. 그 백팔번뇌를 헤아리며 인간의 고뇌를 해소시키는 물건이 있으니 고승대덕들이 신체처럼 사용하는 염주이다.일반적으로 염주라고 하면 108염주를 말하는데 108개의 알을 꿰는 이유는
날이 싸늘해지면 국화꽃이 내 곁으로 온다. 산 넘어 피는 국화꽃도 가까운 산 밑으로 왔다. 따뜻한 된장국도 먼저 내음을 데운다. 나보다 먼저 그리운 사람이 생각난다. 낙엽을 보면서 지나온 일이 생각나는데 그 사연은 가물가물하다. 그런데 그 사람은 아직 살아있겠지. 인생은 돛단배처럼 아득하게 멀어져 가지만 실낱같이 희망을 품어본다. 보일 듯이 말 듯이 삶은 운명처럼 떠간다. 새벽달은 유난히 밝다. 그 곁에 초롱초롱한 별이 있기 때문이다. 낙엽 지는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처마의 풍경소리는 이따금 내 마음을 울린다. 커피 향기 그윽한 곳
순수의 소나무로 호위된 작은 성, 인접한 바다의 숨소리는 귀를 녹일 듯 부드러우면서, 파도의 살결처럼 생경한 바람은 피부에 와닿자, 싱그러운 네롤리와 머스크의 우아한 만남으로 눈부시게 빛났다.당신의 새벽을 빌려와 끝이 없을 것만 같은 고독이 마침내 멈춰서는 순간, 눈빛으로 주고 받던 말들은 마음 속 미묘한 불꽃으로 일어났을 때, 그는 약속했던 자유, 해양치유였다.어른들이 하는 말 중에 "아야, 곡식은 쥔네 발걸음 소리 듣고 커야!"역시나 자다가도 떡을 얻어 먹는다는 어른들의 말은 틀림이 없다. 이곳에 이틀에 한번 꼴, 주말엔 반드시
새벽에 찾아오는 손님은 봄이다. 무엇인가 새롭고 설렘이다. 어린 날에 봄 소풍이 잡히는 날을 생각하며 잠을 못 이룬 적이 있었다. 봄은 새롭게 채워지는 기쁨이다. 살아있는 자체가 행복이다. 그런데 새롭게 생명의 싹을 보니 낳고 자란 기쁨의 미를 모두 감득할 수 있다. 가을은 공간의 미다. 채워지는 것보다 비어있는 공간이 아름답다. 그 공간에 이따금 가을의 열매가 정점을 이룬다. 미적분 함수에서 미분계수를 순간변화율이라 한다. 최대 극한값으로 가는 과정이 최댓값이다. 그 직선의 기울기는 우리 인생에서 가지는 각각의 개성이다. 이것을
『加里浦上金等造』″가리포사람 김씨 등이 만들어서 바칩니다″.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끈 가공할 위력을 가진 당시의 최신 화포 대장군전에 음각 된 글씨이다. 임진왜란이 발발한 1592년부터 전쟁이 끝난 1598년 11월까지 조명연합수군과 왜군과의 치열한 전투가 남해안의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이때 조명연합군에게 비장의 화기(火器)가 있었으니 그것은 천지를 진동하며 적진으로 쏘아올려진 대장군전(大將軍箭)이었다. 완도의 진산 상왕봉(象王峰)과 백운봉(白雲峰)을 온통 뒤덮고 있는 사계절 푸른 나무가 있다. 누란의 위기에서 나라를 구한 호국(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조선의 진경산수화를 부르는 말이 동국진경이다. 우리만의 사상과 예술세계를 정립했다는 뜻이다. 중국의 사상과 예술세계를 그대로 받아들였던 이전 것을 벗어버리고 우리의 사상과 예술세계로 발전시켜 새롭게 하자는 것인데, 그 중 신지도의 원교 이광사가 완성한 것이 바로 우리의 글씨 동국진체이다. 이전에 없던 것을 원교는 우리만의 사상을 도입해 새롭게 완성했다. 그뿐만 아니라 주자 성리학의 뿌리가 깊었던 조선 사회에서 원교 이광사는 양명학을 받아들였고, 그의 아들 영익에 의해 그것을 완성했다. 사상가 원교와 그의 아들이
처음과 나중 그리고 처음과 처음 사이는 꼭 걸쳐야 하는 시간이다. 생명이 시작하기 이전과 이제 생명이 시작하여 그 여정을 걸치는 동안 우리는 얼마나 가지려고 했는가. 고민이 깊었을 때 시간이 그 답을 가지고 있다. 이제 현재의 순간에서 수없이 시간을 나눈다. 그만큼 하루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하루에 먹을 식량이 정해져 있고 하루를 살아갈 시간과 공간도 정해져 있다. 이 한계점에서 조용히 받아들일 일이 있는데 생명이다. 이제 한해살이풀들도 그 짧은 기간에 맡은바 소임을 다했다. 들판에 추수가 한창이다. 그 시절 푸르던 날을 뒤로 하고
주사위는 던져졌다. 해양치유.민선 6기부터 8기까지 완도군정을 한마디로 압축시킨다면 해양치유다. 지난 10년 동안 완도사람들이 가장 많이 들었던 말 또한 실체도 형체도 없었던 해양치유. 되네 안되네, 언제 하네 못하네, 숱한 곡절 속에서 마침내 다음 달 그랜드오픈을 앞둔 해양치유센터. 공무원들에 이어 사회단체와 일반 군민의 시범운영이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테라피를 받고 나온 주민들은 하나같이 "개운하네" 소리가 절로 나왔고, 몇몇 주민들은 입소문을 듣고 와 “왜 우리는 뺐느냐?”며 소소한 항의까지 있었단다. 주무부서장인 안환옥
완도에서 아름답기로 두 번째 가라면 서러울 마을이 있다.보길도의 남쪽에 자리한 아기장수 설화로 유명한 보길면 예송마을이다.옛날 예송리 마을 앞의 진매잭이라는 섬에 부부가 살고 있었다. 하루는 부인이 바닷가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하늘에서 푸른 구슬이 떨어지자 그 구슬을 주어 집에 있는 애기에게 줄려고 입에 물고 집에를 가는데 발을 헛디뎌 그만 그 구슬을 삼켜버렸다. 이후 부인의 몸에 이상을 느끼고 생명이 잉태되어 아기가 태어났다.걷지도 못하는 그 아기는 부모가 바닷가로 일을 나가면 아무도 모르게 혼자서 집안일을 다 해놓았다.걷지도 못
조석으로 밀려드는 안개가 바다 위에 떠 있는 섬과 섬을 한 폭 수묵화로 물들인다. 잔잔한 바다가 그려낸 회색빛 세상, 점점이 떠 있는 어선 위로 날아든 물새의 날갯짓에서 잠시나마 느껴보는 평화로움이다. 이 가을, 완도의 바다는 자연이 부려놓은 천연의 수묵화로 다시 깨어난다. 전남 국제수묵비엔날레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9월 1일부 터 10월 31일까지 진도와 목포에서 열렸다. 코로나로 인한 지난 특별전을 빼면 올해로 3회째. 비엔날레는 2년마다 열리는 국제적 미술전람회이다. 국내에는 광주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 대구비엔날레 등이 있다
입 밖으로 무게 없는 소리들이 날개를 달고 나오자, 가슴을 경작하는 손길이 닿는 곳마다 폭포의 중력으로 쏟아져 내려 만인의 어깨와 머리 위에서 춤추고 노닌다.가늘고 뾰족한 소리의 음표 하나 하나가 살갗을 뚫고 들어와 핏줄기를 따라 심장으로 돌진해 압도적인 힘으로 멈춰 섰을 때, 내 몸을 뚫고 들어오는 예술, 바로 우리의 소리다.그 소리에 익사 당하려고 할 때, 폭풍같은 음율은 사랑의 번개와 충돌이라도 한듯 맹열한 폭포의 끊임없는 소리 가운데 서 있고 그 소리의 중심에서 흠뻑 젖어 버린다. 그렇게 당신의 몸이 젖지 않는다면, 귀를 막
가을 텃밭에는 푸른 하늘이 있다. 배춧잎 보다 더 큰 세상이 앉아 있다. 목성에서 지구를 바라보면 저곳에 있는 푸른 세상이 경이롭다. 하나의 초록 별은 그 많은 세상을 담고 있다. 내 마음의 경영은 바로 텃밭이다. 배추, 무, 마늘, 파, 시금치를 보면 어느새 눈이 맑아진다. 해가 짧고 기온이 내려가면 초록 색깔은 점점 진해진다. 우리 마음의 빛깔도 그렇다. 옷깃을 여민 억새는 이 계절 가장 절제된 모습이다. 가을을 노래 하려면 이런 모습으로 들어와야 한다. 가을 텃밭은 지구의 푸른 별, 그 별 하나 머리에 이고 우주 여행을 떠난다
완도를 찾는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보이며 발길을 잡는 섬이 있다.완도항 앞 바다에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며 그림처럼 떠 있는 섬 주도이다.우리는 주도를 바라보면서 저 노목들이 어느 날 갑자기 죽거나 쓰러진다면 어린 싹이 언제 자라서 그 자리를 매울까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 그 큰 나무는 자기가 아니면 안 된다고 한다. 그대로 두어도 되는가 생각해 봄직한 일은 아닐까? 자랑스러운 주도 앞에 서있던 주도의 설명문이 요즘 보이지 않는데 왜일까?예로부터 완도사람들은 이곳이 저울 추 처럼 생겼다하여 추섬(錘섬)이라 부르며
충무공 이순신의 표준 영정이 논란거리다. 고금도 충무사의 영정도 마찬가지다. 우리에게 친숙한 이순신의 모습은 1953년 월전 장우성 화백이 그렸다. 1973년 국가 표준 영정으로 지정했고, 충남 아산 현충사에 소장됐다. 기록상 가장 오래된 것은 심전 안중식이 1918년 그린 것인데, 현재 간송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다. 두 그림은 모두 작가의 상상화다.그동안 100원짜리 동전속의 이순신이 논란거리였다. 불패의 장수 모습이 선비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순신의 평가를 그의 친구 서애 유성룡은 ‘단아하고 근엄한 선비와 같았다’고 징비록에 기록
완도신문을 돋보이게 하는 텍스트를 꼽으라 한다면, 각 필진들의 글을 비롯해 감성적인 이들에게 잘 읽히는 신복남 기자의 야생화 이야기, 새로운 완도의 이야기를 전하는 정지승 문화예술활동가의 글이 좋아 보이는데, 원픽(하나만 고른다면)은 유영인 원장의 글 같다.권력자를 향한 쓰디 쓴 글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사물의 본질과 핵심, 객관적인 면을 본 후, 언론적 정의를 발휘하면 되니까. 어려운 것은 현장을 누비는 것. 한 가지 주제의식을 갖고 십 년 이상 깊이 있게 연구하며 현장을 누비는 전문기자. 그런 이들이 데스크보다도 언론계의 전설
스스로 그리움에 젖는다. 옆에 있어도 그립게 보고 싶다. 많은 사람 속에서 사람이 사무치게 그립다. 가을 하늘은 높고 푸른 데에는 그리움을 많이 채우라는 뜻도 있을 거다. 이제 오후 가을 햇살이 닿는 곳마다 그 느낌이 다르다. 10월에 햇살은 은유의 색깔이 있다. 그리움으로 칠해진 수채화가 날이 갈수록 다르다. 10월의 꽃 중에 제1막은 쑥부쟁이, 취나물 꽃, 산국화, 강활, 억새꽃이다. 이렇게 한데 모여 피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모두가 생명이 짧기 때문에 서로 어울려서 피는지도 모른다. 꽃이 질 때보다 활짝 필 때가 더 서럽게
‘진한국마한사’. 지금 듣기에도 생소한 한국고대사인 마한의 역사를 심도 있게 연구한 소남 김영현 선생은 불목리의 ‘넌지’라는 산막에서 반평생 제자를 가르치고 집필에 몰두했다. 1961년 그의 나이 81세, 그런데도 그의 연구열은 활화산처럼 불타올라 여느 젊은이 못지않은 노익장의 기개를 펼쳤다. 그가 마지막 심혈을 기울여 집필한 한국고대사를 하루빨리 출판해야함을 제자에게 알리고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절박한 심정으로 애제자에게 논어를 비롯해 ‘진한국마한사’를 익히게 했다.책을 출간하기 위한 작업이 순조롭지는 않았다. 모든 자료는 한자
완도에는 인물이 많다. 응송 박영희와 소남 김영현은 완도가 배출한 인물 중 교육자요, 독립운동가로서의 그 행적이 뚜렷하다. 두 인물의 특징은 완도향교의 유림이던 부친으로부터 학문을 배워 조국과 완도군을 위해 헌신한 것.향교는 공자와 여러 성현께 제를 올리고 지방민의 교육과 교화를 위해 나라에서 세운 교육기관이다. 완도향교는 완도 설군 이듬해인 1897년 향토 유사 침천 김광선이 건립을 추진하여 어렵게 지어졌다. 건물 배치는 전학후묘 형식을 따르고, 3층 계단식으로 맨 아래에는 학생들이 모여 공부하는 강당인 명륜당, 학생의 기숙사인
아직 일흔두살 나이가 믿기지 않은 날씬한 몸매를 자랑하는 백행덕 해녀를 만났다.″아니 뒷모습만 보면 지금도 총각들이 따라 가것어요, 아가씨때는 소안도 총각들이 여러 명 죽었을 것 같은디요.?″ ″오매! 참말로 그란가?.″ 소안면 진산리가 고향인 백 해녀는 1남 4녀 중 첫째딸로 태어났다. 완도읍 해녀 6인방 중 가장 키가 크고 항상 미소를 머금고 사는 멋스러운 해녀이다. 백 해녀는 다소 나이가 늦은 스물 두 살에 제주해녀를 통해 물질을 본격적으로 배웠다고 한다″내가 애릴 때부터 우리집 아랫방에 제주에서 원정물질 온 해녀들이 살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