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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호교수 칼럼-17대 대선 감상법: 배신과 분열의 대가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07.11.17 15:06
  • 수정 2015.11.20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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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이회창 전 총재가 출마를 선언했다. 출마 선언 전부터 지지율 20%에 근접하여 2위를 차지하더니, 출마 선언과 함께 25%까지 기록하며 1위인 이명박 후보를 바짝 추격하는 형세다.

보수 세력을 대표하는 두 후보의 지지율을 합치면 60%가 넘는다. 그러나 평화민주개혁 세력을 대표한다는 나머지 후보들의 지지율은 모두 합해도 고작 20% 정도이다. 성적표치고는 너무 초라하다. 이변이 없는 한 코앞에 닥친 대선에서 개혁세력이 승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여론조사의 신뢰성 문제를 감안하더라도, 조사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다. 유권자의 보수회기 경향이 너무나 뚜렷하기 때문이다. 민주화가 시작된 1987년 6월 항쟁 이후 처음 겪는 흐름이다.

그런데 유권자가 이처럼 보수 쪽에 기울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인가? 민주개혁세력을 자처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이다. 이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없이는 코앞의 대선뿐만 아니라 내년 4월의 총선 등 앞으로의 각종 선거에서 보수 세력의 압승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벌써 일본의 자민당과 같은 일당 독재의 먹구름을 염려하는 이도 적지 않다. 그러나 우리 국민이 개혁보다 수구를 더 선호하기 때문은 결단코 아닐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 대다수는 여전히 부패척결 및 부당한 제도의 개혁을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 변호사의 양심선언에서 드러난, ‘반칙왕’ 삼성의 행태에 대한 국민적 분노도 이것을 반증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민이 이제 민주개혁 세력에 대한 신뢰를 철회해 버렸다는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신뢰의 위기는 이미 지난 총선 이후의 각종선거에서 집권여당이 얻은 40:0이라는 전무후무한 성적표에서도 명백하게 드러나지 않았던가. 소위 민주개혁을 앞세운 여당의 말은 이제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거칠게 말하면, 민심은 이제 보수를 대표하는 두 후보가 부패하긴 했지만, 최소한 ‘늑대 소년’같은 현 집권세력보다는 더 나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뜻한다.

그들은 민주정치의 최소한의 원칙도 저버렸다. 소위 부산 경남 중심의 대통령 친위대의 구축을 위해 집권당인 민주당을 분당시켜 열린우리당을 창당함으로써, 자신들의 지지세력을 분열시키는 일을 눈 하나 깜작하지 않고 저질렀다. 그 와중에 자신을 지지한 국민들을 모욕하는 언행도 서슴지 않았다.

이렇게 민주국가의 정당정치 원리가 철저히 짓밟혔던 적이 세계민주주의 역사에 또 있었을까? 분당 당시 벌써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는 많은 이들이 민주개혁세력은 분열로 인해 혹독한 대가를 치를 것이며, 분열을 주동한 자들은 그들의 과오에 대해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지 않았던가. 또한 각종 민생 정책을 실패로 이끈 자들과 선거에서 낙선한 자들까지도 ‘아랫돌 빼내 윗돌 괴듯’ 정부 기관의 각종 요직에 기용함으로써 책임정치의 원리를 정면으로 위배했다.

이제 민주개혁 세력이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는 오로지 한 길만이 남아있다. 극심한 양극화, 부동산시세 폭등, 한국 농촌의 해체를 가속화할 한미 FTA 등 현재의 총체적인 위기에 책임 있는 이들은 국민에게 백배사죄하고 스스로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이 그들의 구호에 다시 관심을 보일 것이다. 정치인이 책임을 지고자 한다면 물러나는 길 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책임정치의 요체가 아닌가. 이러한 초보적인 반성조차 없이, 모두 ‘헤쳐 모여’식으로 또 다시 신당을 창당하는 정치쇼를 벌이면서 민주개혁세력임을 내세워 다시 국민에게 표를 달라고 한다면, 이는 몰염치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뼈를 깎는 자기반성을 밑거름으로 해서 머지않아 평화민주 개혁세력이 분열의 상처를 극복하여 다시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필자소개

정병호 (현 서울시립대 법정대 교수)

약력: 완도초등학교, 완도중학교, 순천고등학교 졸업

서울법대 졸업, 서울법대 석사

독일 괴팅엔대학교 박사(포항제철 해외유학 장학생, 독일 스트로마이어 재단 장학생)

서울법대 농촌법학회 활동

경실련 정책위원회, 시민입법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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