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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바벨탑을 쌓는 사람들

  • 관리팀 wandonews.com
  • 입력 2008.07.09 13:27
  • 수정 2015.11.30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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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완도군수협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수협노조 조합원들이 입구에 분향소가 설치하고 농림수산식품부와 그리고 수협중앙회가 죽었다며 오고 가는 사람들이 불안한 시대를 조문하고 있습니다.

곡소리 대신 스피커에서 나오는 '데모쏭'이 요란하고, 조합원들이 머리에 띠를 두르고 데모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들은 무엇 때문에 뿔이 난 걸까요? 구조조정 뒤에 올 실업의 고통일까요? 아니면 진짜 어민 조합원들의 주권과 생존권 쟁취를 위해 싸우는 것 일까요?

한 때 완도는 “지나는 개들도 지폐를 물고 다닐" 정도로 호황을 누렸습니다. 김, 미역 그리고 다시마 등 해조류가 외화를 벌어들여 완도의 핵심 산업이 되었고, 완도군수협도 전국 최대 규모로 성장 발전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완전히 다릅니다. 광어나 전복 등 어패류 양식이 김과 미역을 대신하고 있지만 그마저 수입산에 밀려 생산 어민들은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과거 고질적인 부실과 방만 경영의 결과에 혹독한 곤혹을 치루고 있습니다.

조합장은 물러나고, 스스로 대표를 뽑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자치권까지 박탈당한 뒤 중앙회가 파견한 관선 대표에 의해 지금까지 위탁 관리해 왔습니다. 최근 그 대표와 집행부마저 일방적으로 해임되고 낙하산 새 지도부가 부임해 왔는데, 조합원들과 노조는 "완도군수협에 대한 파산에 준하는 절차로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다"며 새 집행부 출근을 막는 모양입니다. 

부실과 만성적자를 이유로 완도축협은 이미 강진축협에 흡수되었고, 농협 역시 예외가 아닌 듯 싶습니다. 신지, 군외, 완도 등 세 농협이 하나로 합치더니 급기야 고금농협이 이를 다시 합병했습니다.

앞으로 그 끝이 어디인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여기에 수협까지 저모양이니 완도 발전의 세 축이 단단히 고장 난 셈입니다. 도대체 이런 불행의 원인은 무엇이고, 또 어디서부터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지 암담할 따름입니다. 어디 한 곳 성한 데가 없습니다.

유일하게 성공한 사람들은 완도의 최고 지도자들이 아니 겠는지요. 행정의 달인 두 분 중 한분은 2선 째 군수를 하고 또 한분은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임기를 막 시작했습니다. 수협과 농협이 무너져 조합원인 농어민이 죽어 가는데 과연 그들과 아무런 상관없는 일 일련지요?

완도군청 정문 벽에는 완도군수가 최고경영자상을 수상했다는 군청을 덮고도 남을 화려한 현수막이 내걸리고, 군정의 치적을 만천하에 알리기라도 하듯이 동망산 전망대는 찬란하게 빛을 발해 구름을 뚫을 태세입니다.

한 쪽은 농어민을 대변하는 협동조합이 존재의 이유를 상실한 체 서서히 말라 죽어가는 데 자동차로 5분 거리도 안 된 다른 한 쪽은 저리도 화려하게 빛을 뿜으니 이런 혼란스러움을 어떻게 표현할까요? 

지역공동체가 붕괴되고 죽어 가는데 자기 혼자만의 권력과 욕망의 바벨탑을 쌓는 일은 아닐 런지요.

오로지 자신의 출세욕을 위해 하늘까지 닿는 바벨탑을 쌓는 사람은 누구인지 곰곰히 생각해 볼 일입니다. (창세기 11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