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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 수도권의 식민지란 말인가?

칼럼-정병호 교수

  • 완도신문 webmaster@wandonews.com
  • 입력 2008.11.05 17:25
  • 수정 2015.11.20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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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병호 교수(현 시립대 법학부)

최근 정부는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를 열어 ‘국토이용 효율화 방안’을 확정했다. 말이 효율화 방안이지, 본질은 수도권 규제 완화 방안이다. 수도권에 공장을 신설 또는 증설하는 경우 지금까지의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기업계와 수도권은 환영하고 있으나, 지방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국회에서의 법개정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있을 것이나, 여당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국회에서 결국 이 방안이 관철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사실 이번 방안은 매사 ‘효율’을 강조하는 기업인 출신이 대통령이 되면서 어느 정도 예상되었던 일이다. 이번 방안은 단기적으로는 어느 정도 성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는 여러 가지 면에서 심각한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 과연 그것이 정말로 효율적인 것인가는 곰곰 따져보아야 할 점이 적지 않다.

먼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국가정책목표가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되었다. 그간 정부는 자주 세계 광역경제권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수도권의 경쟁력을 키워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수도권에서 공장 신설 및 증설과 관련된 각종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이는 지금까지 정부에서 주장해온 선 지방발전 후 수도권 규제완화 방침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지금까지 수도권 개발에 대해 규제를 한 것은 수도권의 경제집중도가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로 높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2006년 기준으로 수도권은 국토의 11.8%의 면적에 총인구의 48.6%가 거주하고 있고, 어음교환액의 92.3%, 국내 1천개 대기업 본사의 70.9%, 총 사업체수의 46.7%, 교육과학기술부 연구개발비의 63.4% 등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고 한다.

지금과 같이 지방의 발전 수준이 수도권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미약한 상태에서 수도권에 대한 개발 규제를 풀게 되면, 이제 지방은 기업을 유치하여 경제를 활성화시켜, 재정자립도를 높이고자 하는 소망을 접어야만 할 것이다. 현재도 심각한 정도로 진행되고 있는, 수도권으로의 인구유출은 더욱 거세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런 정책 아래서는 지방은 공동화(空洞化)되어 결국 고사(枯死)할 수밖에 없다. 군사독재정권 이래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늘 희생을 강요당해온 지방 특히 농어촌은 이제 그 생명조차 위협당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또한 수도권 규제완화로 인해 수도권으로의 인구 및 경제집중이 가속화되면, 이는 국가안보에도 심각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과거 남북대화 과정 중에도 북한 고위관리가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 것이라고 호언하지 않았는가? 서울과 그 위성도시들이 파괴되면 남한은 끝장이라는 속내를 보인 것이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고 남북긴장이 고조되고 있고, 최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악화로 인해 한반도 주변정세도 상당히 긴장된 상태이다. 정권의 최고 덕목은 국가안보를 튼튼히 해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다. 수도권에 국민의 대다수가 살게 되어, 결국 국가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할 수밖에 없는 정책을 쓰겠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리고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은 정치적, 사회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큰 파장을 가져올 것이다.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으로 인해 국토가 수도권과 지방으로 분열될 뿐만 아니라 거기서 생활해 가는 ‘우리들’도 수도권 주민과 지방 주민으로 분열된다. 이러고도 어디 ‘우리 대한민국’, ‘우리 한국인’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지방의 반발을 의식해서인지 이명박 정부는 규제완화의 과실(果實)을 지방을 위해서 쓸 것이라고 한다.

그들의 인식의 한계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예이다. 지방이 언제 수도권의 시혜를 바랐던가? 지방민들은 단지 이 나라의 어엿한 구성원으로서 자립갱생을 할 수 기회를 갖기를 원한 것뿐이다. 이래가지고서야 어찌 한 나라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우리 사회는 남북의 평화통일을 위해 노력하고 또 많은 준비를 해야 하는데, 남한 사회조차 수도권과 지방간의 격차가 날로 커가는 상태에서 어떻게 이들 간의 차이보다 더 큰 차이를 보이는 남북간에 통일을 이룩할 수 있겠는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몇 년 전에 고향의 지방법원에 근무하다가 잠깐 대법원의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하러 서울에 온 판사 친구가 사석에서 한 말이 뇌리를 스친다. “서울의 강남과 강북 사이에 갈등이 있다고 하지만, 지방민이 서울과 수도권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이와는 질적으로 달라. 지방은 서울의 식민지가 된지 오래야 !”


〈필자 소개〉
  정병호
현 서울시립대학교 법학부 교수
완도읍 출생
완도초, 완도중, 순천고 졸업
서울대 법대 졸업
독일 괴팅엔대학교 법학박사
포항제철 해외유학장학생, 독일 슈트로마이어 재단 장학생
법무부 선진법제포럼 회원
사법고시·행정고시 등 각종 국가시험 출제위원 역임
제18대 총선 해남·완도·진도 민주당 예비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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