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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림받은 유기견 '대모' 임순진할머니

"가난한 살림 때문에 30여 마리 대가족 사료값 대기 힘들다"

  • 강병호 기자 kbh2580@wandonews.com
  • 입력 2010.11.10 19:50
  • 수정 2015.11.27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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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가 좋아서 키워놓고 왜 버려요. 사람들을 이해 하기 어렵습니다. 하기야 자기를 낳아준 부모를 버린 경우도 있는데요. 세상에 개(犬) 만도 못한 사람들 참 많이 있구나 생각들었어요..."

완도읍 망석리 임순진(78) 할머니는 20여년 전부터 사람들에게 버림받은 유기견을 친자식처럼 키우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이런 임 할머니를 ‘또또 엄마’라고 부른다.

자식이 없는 임 할머니로선 유기견들이 자식이며 유일한 말 동무다. 젊어서부터 강아지를 좋아해 여러마리를 키워 보기도 했지만 30년 전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신 이후 버려진 개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어 집으로 데려와 기르기 시작했다 현재 30여마리로 늘어 대가족이 됐다. 

주변 사람들이 유기견을 발견하게 되면 전화를 하는 일도 다반사다. 임 할머니가 개를 자식처럼 키운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임 할머니는 "대문을 열고 집에 들어오면 꼬리를 흔들며 친자식이나 가족처럼 반갑게 맞아 준다. 내 품을 독차지하고 싶어 싸움을 불사하거나 잠을 잘 때 서로 옆에서 자려고 하는 것을 볼 때 마음을 푸근하고 정을 느낀다”고 말했다.

함께 산 개가 죽어서 땅에 묻을 땐 마치 자식이 죽은 것 처럼 가슴이 아프기도 하다. 20년 정도 키운 개가 병들어 죽었을 때는 하늘이 무너져 내린 것 같았다. 지금도 가끔 생각 나면 무덤을 찾곤 한다고 했다.

이런 임 할머니에게 항상 따라 다니는 걱정거리가 있다. 30여마리나 되는 개들의 사료 값과 아픈 개의 약값 때문이다. 변변한 옷 한 벌도 없고 그나마 있는 옷도 대부분 친구들이 준 옷을 얻어 입을 정도로 어렵게 생활하지만 가족이 된 개들을 굶기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이를 보다 못한 마을 사람들과 친척들은 더 이상 개들을 키우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함께 살아온 지가 벌써 20년이 넘었고 자식처럼 정이 들어 어쩌지 못한다. 오래 살지 못한 남편 대신 개들과 의지하며 여생을 보내고 싶을 뿐이라고 했다.

임 할머니는 개를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해 몰래 버린 사람들에게 한마디 했다."주인에게 버림받은 개는 한동안 다른 개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구석진 자리만 찾는다. 그 만큼 상처가 켰다는 증거다. 자기 자식이라고 생각하자."라며 "개는 주인을 배신하지 않는다. 주인이 개를 배신한다. 말 못하는 짐승이라고 함부로 학대하지 말고 소중한 생명으로 여기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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