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유배와 느림의 미학이 깃든 흑산도 해안길 따라

[특별기획/한국의 섬과 바닷길을 찾아서]

  • 완도신문 webmaster@wandonews.com
  • 입력 2011.01.13 15:10
  • 수정 2015.11.19 15:18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한민국은 반도국가이다. 우리는 반도국가의 후예들이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그만큼 환경과 삶은 섬과 바다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국토해양부가 2010년 1월 공식집계 한 우리나라 섬 총수는 3358개이다. 이중 무인도서는 2876개로 85.65%를 차지한다. 본지는 우리고장 출신이고 섬 전문가인 박상건 섬문화연구소장(성대 겸임교수)의 [한국의 섬과 바닷길]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유배와 느림의 미학이 깃든 흑산도 해안길 따라
흑산도는 목포항에서 중국 방향으로 97Km 거리에 있다. 목포항에서 여객선으로 2시간 30분 소요된다. 11개의 유인도와 89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졌다. 흑산도에서 26Km 지점에 마지막 섬 홍도가 있다. 흑산도는 목포와 홍도를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어미 섬이다.

활엽수가 유난히 많고 물길 어귀마다 섬들이 스스로 조류를 막아준다. 먼 바다이다 보니 바람 불어 발 묶이기 십상인데 이런 경우는 당화하지 말고 섬과 바닷길을 걸으며 흑산도 섭렵하기 시간으로 활용하면 좋다.

풍랑주의보가 내리면 파도 높이가 3~4미터 일어 뱃길이 묶이는데 일본 중국어선 할 것 없이 모든 선박들이 바람을 피해 흑산도항으로 들어선다. 흑산도는 국제항이다. 뱃길이 묶일 때 정박한 어선들의 모습을 보면 섬사람들의 공동체문화를 읽을 수 있다. 뱃사람들은 집이나 배 안에서 그물을 손질하며 출항을 기다린다.
 

 

산세와 물빛이 깊고 푸르다 못해 검붉은 섬, 예리항에서 걷기 시작
산세와 물빛이 너무 푸르다 못해 짙푸르게 검은 색을 띠고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 흑산도. 바다가 유난히 깊어 검고 해안 숲들도 검푸른 윤기를 자랑하며 흑산도가 섬 전체가 왜 다도해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는지를 실감케 한다. 흑산도의 모든 바다와 섬은 어업전진기지이기도 하다.

푸르다 못해 너무 깊고 검붉다 하여 흑산도. 여객터미널이 있는 예리항에서 걷기를 시작한다. 일정이 빠듯할 경우는 택시를 잡아타고 섬을 둘러보면서 걷기를 병행할 수도 있다. 흑산도 길의 대표 명소는 상라봉 가는 길이다. 산길을 굽어 오르면 장보고가 주민들과 함께 지은 성곽이 보인다. 청해진 설치 후 당나라와 교역하는 중간 지점으로 삼은 성곽이다.

이곳에서부터 상라봉 정상으로 걷는 길은 강원도 미시령 고갯길처럼 남다른 감회를 느낀다. 열두 구비의 산길을 넘어가는데 다 올라서 내려다보는 흑산도 앞바다와 올망졸한 무인도는 한 폭의 수채화이다. 한 마리의 용이 승천하는 것 같은 고갯길이다.

꼬부랑산길 끝 전망대에서 흑산도 앞 바다를 내려다 본 풍경 또한 절경이다. 횡섬, 가도, 영산도, 홍도 쪽 망덕도, 장도, 쥐머리섬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전망대 아래 동백꽃이 웃음을 머금은 그 자리에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가 있다. 이 노래비 옆길을 타고 산길을 걸을 수도 있고 오른쪽 해안도로를 따라 걸을 수도 있다.

산길로 가면 후박나무 등 여러 활엽수 산길의 운치와 섬 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 해안도로를 타면 갯바람에 실려 오는 바다의 숨결과 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 이따금 해안으로 내려가 강태공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직접 입질을 즐길 수도 있다. 흑산도 앞바다에는 우럭이 지천으로 깔렸다. 이와 함께 감성돔, 돌돔, 참돔도 많이 잡히고 봄에서 초겨울까지는 농어가 많이 잡혀 이를 겨냥한 강태공들이 몰려오는 섬이기도 하다.

길을 걷다보면 인심 좋은 어민들이 홍탁을 권하기도 한다. 홍어는 사흘쯤 삭혀야 제 맛이고 막걸리에 곁들여 먹으면 좋다. 홍어에 탁주를 곁들여 먹는다고 해서 홍탁이라 부른다. 좋은 홍어는 칼질할 때 찰떡처럼 찰진 육질을 드러난 것이며 좋은 홍어부위는 홍어애(창자)이다.
 

 

흑산도는 장약전 선생이 15년 간 유배생활을 했던 곳이다. 바닷고기와 해산물 155종을 채집하여 어류학 총서 자산어보를 집필했다. 조선 후기에는 강화도 조약에 관한 상소로 면암 최익현 선생이 유배생활을 했던 곳이기도 하다. 그만큼 흑산도는 선비들의 정신적 쉼터로, 강인한 삶의 체험의 섬이다. 그런 고귀한 영혼들을 기리고 꽃피우듯이 섬 숲길을 걸으면 온통 풍란과 각종 희귀식물과 만난다.

예리항에서 왼쪽 길로 가면 해안 오솔길을 걸을 수 있다. 바닷길을 타고 걷는 이 길은 오른쪽은 산과 들판의 아름다움이 펼쳐진다. 아주 고요하고 적막한 전형적인 시골길 풍경을 보여준다. 바다에서는 통통대는 어선들과 나부끼는 깃발이 흑산도의 생동감을 웅변해준다. 들판에서는 한가로이 풀을 뜯는 암소를 만나기도 한다. ‘음메~’를 외치는 암소 울음이 향수와 모성애를 되새김질 시켜주기도 한다. 그렇게 고요하면서 진한 여운을 주는 곳이 흑산도 섬과 바닷길이다.

● 여행정보
흑산비치호텔(061-246-0090. 5만원), 여관 및 민박(3만원) 등 숙박과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섬 안에서 교통편은 흑산항에서 마을버스를 운행한다. 택시는 1코스 3만원, 2코스 6만원, 3코스(3시간 l일주. 8만원)로 나눈다. 택시는 개인택시(061-275-9775), 동양택시(061-275-9744). 부속 섬 가거도, 상태도, 하태도, 만재도로 갈 경우 매일 10시에 배가 출항한다. 비성수기와 성수기 불규칙 운행함으로 반드시 여객회사에 문의 후 출발해야 한다.

● 흑산도로 가는 길
항공편은 김포공항→목포공항. 버스는 서울 강남고속버스→목포터미널, 기차는 용산역→목포역. 배편은 목포항-흑산도(07:50, 08:00-짝수 날만 운항, 13:20, 14:00)

문의:
해운조합(061-240-6011) 동양고속(061-243-2111) 남해고속(061-244-9915)

 

 

저작권자 © 완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