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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이 너무 멀어"

외로운 독거노인과 함께 한 삶-죽청리 안복례 할머니-①

  • 김경연 기자 todrkrskan8190@hanmail.net
  • 입력 2011.02.24 14:41
  • 수정 2015.12.15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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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노인을 어린 아이에 비유한다. 어린 아이가 부모나 누군가의 관심과 손길이 필요하듯 노인역시 마찬가지다. 노인은 다가올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행복하고 안락한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 본지에서 소외받고 외로운 노인들을 찾아 나섰다.  -편집자 주-

“화장실 다니기가 젤로 불편하당께! 무릎이 아픈께 화장실 댕기기가 겁나”

완도읍 죽청리에 살고 있는 안복례(87) 할머니는 30여년째 혼자서 외롭게 산다. 해초를 뜯어 팔거나, 논이나 밭에서 나는 채소를 팔아 지금까지 어렵게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를 보다 못한 마을 주민들은 현재 살고 있는 집에 할머니를 임시로 살도록 배려한 것이다. 

올 겨울은 100년 만에 찾아 온 한파로 여느 해 겨울보다 유난히 추웠다. 창호지 한 장 사이를 두고 있는 할머니 방은 밖의 기온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서 들어오라”며 이불을 걷어치우시는 안 할머니는 전기장판 위로 안내하며 “올겨울 한파로 인해 계량기가 파손돼 마실 물이 없어 많이 힘들었다.”고 말문을 연다. 또 “방문 반 정도 높이까지 눈이 쌓여 문밖을 나갈 때는 눈을 치우고 다니느라 힘들었다”고 했다.

안 할머니가 이보다 더 힘들어 하는 것은 기역자로 굽어 불편한 허리를 이끌고 공사중으로 질펀한 진흙탕인 마당 멀리 떨어진 화장실을 이용할 때 제일 힘들다고 했다.

이웃에 살고 있는 독거노인 두 분도 이미 집을 고쳤다고 말한 할머니의 의중은 노인이 혼자 사는 집을 군에서 돈 안 받고 새로 고쳐 준다던데 고쳐 줄수 없냐는 눈치다.

하지만 현재 할머니가 살고 있는 집은 행정적 지원이 불가능한 상태다. 군에서 지원하는 집수리사업은 자신의 소유만 가능할 뿐 할머니처럼 남의 집에 살면 안되기 때문이다. 집 안에 화장실을 두고 싶어한 할머니의 바람은 당분간 현실로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군에서 지원한 생계유지비 20만 원과  하루 세 끼중 토·일요일을 제외한 5일 동안 지원센터에서 배달되는 도시락으로 살아 가시는 할머니가 가스·기름·전기·수도요금을 빼고 남은 돈을 모아 집안에 화장실을 두는 공사비를 마련하기란 현재로선 메아리일 뿐이다. 

▲ 안 할머니의 집안부엌
▲ 왼쪽 끝에 있는  화장실까지 무려 10여 미터 이상 굽어 불편한 허리를 이끌고 걸어 다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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