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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은 노인복지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제공하는 것

<기획> 고령화 사회 노인일자리를 만들자 <3>

  • 강병호 기자 kbh2580@wandonews.com
  • 입력 2011.08.24 16:56
  • 수정 2015.11.17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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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고 있는 한국,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초고형화 사회로 진입한 전남의 심각성은 더 하다. 영광도 정부 주도의 노인일자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러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본지는 국내외 노인일자리 사업 우수지역 사례와 전략을 분석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울산중구 시니어클럽 ‘노인 인식 및 지역사회 인식개선 사업 병행’
울산시 중구에서 운영중인 울산중구 시니어클럽은 2004년 3월 보건복지부로부터 지정받은 노인일자리창출 전담기관으로 건강하고 활기찬 어르신을 대상으로 사회활동에 관련된 재교육을 지원하여 경륜의 사회 환원을 돕고, 숙력된 기술과 다양한 사회경륜을 가진 어르신들게 적합한 일자리를 제공하여 어르신들께 사회참여에 자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설립됐다.

울산중구 시니어클럽은 일자리창출 및 제공 뿐 아니라 교육과 홍보를 통한 노인 인식 및 지역사회 인식개선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시니어클럽은 현재 14개의 노인 일자리 사업단에 420여명의 노인들이 활동하고 있다. 직원은 12명이다.

시니어클럽은 복지를 염두에 둔 일자리라는 사업의 특성을 살려 제조·생산·판매를 통해 소득을 창출하고 창출된 이익금을 배분해가는 사업단 운영 방식이다.

현재 14개의 자립지원형 사업단(희망김치, 제례음식점 '얼', 희망도시락, 희망비누, 한아름, 중앙실버헬프, 희망배달, 희망콩나물, 인력파견사업단)과 1개의 공익형 사업단(태화강 사랑 사업단), 2개의 복지형 사업단(노노케어사업단, 주거환경개선사업단) 등 을 운영하고 있다.

시니어클럽은 이중 기관의 중점 추진 방향인 소득창출을 위한 시장형 사업단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으며 자립형 일자리 참여가 곤란한 일부 노인들을 위해 공익형 사업단도 운영하고 있다.

7년간의 운영 경험을 갖춘 울산중구시니어클럽의 여러 프로그램들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통도사 서운암 장류를 판매하는 서운암 장류 직판장과 제사음식을 만들어 소비자의 집으로 배달하는 제례음식점문점 '얼'과 국산 김치를 제작해 판매하는 희망김치 사업단 등이다.

단순한 일자리 지원에서 탈피, 진화 거듭
울산중구 시니어클럽은 연간 440개의 노인일자리를 창출해 전국 지자체별로 시작한 노인일자리 사업은 고령화 시대에 톡톡 튀는 사업 아이템으로 호응을 얻어 지난해 보건복지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어르신들 정성이 한가득한 제례얼 ‘전통음식사업단’은 반찬류 제작 판매 및 제례음식을 주문제작하여 배달까지 직접하고 있다. 어르신들이 만드는 제례음식에는 조미료를 비롯한 첨가물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오랜 경륜에서 비롯된 손맛으로 음식을 만들다 보니 한 번 주문한 사람은 단골이 될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제사상차림은 난상품(23만원·29종), 국상품(28만원·31종), 죽상품(34만원·29종) 등이며, 명절상은 기본 23만원, 별도 견적을 통해 고사상, 맞춤상 주문도 가능하다. 주문은 추석 전날까지 예약이 가능하며, 맞춤상의 경우 3, 4일 전까지는 주문을 마쳐야 한다. 음식은 당일 새벽에 만들어 배달(배송비 무료)된다.

아삭김치사업단은 평균 연령 70대, 고령의 근로자들이 근무하는 특별한 김치공장이 다. 140㎡ 규모에 포장작업대, 양념혼합기, 냉동창고 등을 갖추고 있는 이곳은 착한기업으로 불리는 사회적기업 아삭김치 공장이다. ‘아삭김치’는 전국시니어클럽 대회 우수생산품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을 정도로 노인들의 손맛이 제대로 담긴 웰빙형 고품질 김치로 유명하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김치는 지역 일부 관공서와 사회복지기관은 물론 제주와 서울에까지 팔려 나가고 있다. 맛과 품질에서만큼은 단연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같은 맛과 품질의 비법은 거의 모든 생산과정이 수동으로 이뤄져 제대로 된 손맛이 배어있는데다 배추는 물론 천일염과 젓갈, 고춧가루, 마늘, 생강 등의 모든 재료가 엄선된 질좋은 우리 농산물만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배추는 국산에 고춧가루 등은 중국산인 무늬만 국산인 김치는 절대 사절이고 어르신들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는다.

반면 품질 대비 가격이 전국 최저 수준일 정도로 착한 가격이다. 이곳의 김치를 먹으면 착한 기업이 만든 순수 국내산 재료로 담근 양질의 일등김치를 정말 착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셈이다. 사회적기업인 행복도시락도 아삭김치를 공급받는다.

아삭김치사업단은 노동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사업 아이템만을 보고 승인을 해준 다른 사회적기업과 달리 사업을 통해 일정 수익을 창출, 어느 정도 자생력을 확보한 상황에서 사회적기업으로 승인받았다.

2007년 보건복지부와 울산시의 시장형초기투자비 시범사업자로 선정, 1억 원의 지원을 받아 공장을 건립한 뒤 김치생산은 물론 판로 확보, 직원들의 급여까지 자체 수익금으로 충당하고 있는 준비된 사회적기업이다.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노인들은 자신의 노동력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여기에서 급여를 받는다는 점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희망도시락사업은 매주 토요일 한부모가정 밑반찬 지원사업 ‘손주사랑’을 무료로 실시한다. 방학기간 동안 어르신일자리사업 수익 일부를 기부해 울산지역 한부모 가정에 밑반찬(3찬)을 손수 제작해 배달하고 있다. 어르신들의 음식솜씨를 발휘하여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어머니의 손맛이 느껴지는 ‘맛자랑 사업단은 어르신의 손맛과 전통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울산할매국시‘ 국수전문 식당운영(잔치국수, 칼국수 등 제작, 판매사업단)이다. 60세 이상 8명의 어르신이 사업단 특성에 맞는 경륜자로 선발하여 연중 운영한다.

고령화 사회 울산, 노인일자리 창출방식도 변해야
울산시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비율이 전체의 7%를 넘는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다. 현재 울산 중구시니어클럽은 사회복지법인이나 시설관리공단 등이 위탁 운영하며, 노인의 인건비를 정부 예산이 아닌 공동작업장 등에서 나온 매출.수입으로 충당하는 형태의 '시장형'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중구 시니어클럽은 400여명의 노인이 김치, 희망도시락, 희망비누 등을 만드는 공동작업장에서 일하고 20만∼50만원의 임금을 받고 있다.

울산시의 지금까지 노인 일자리는 쓰레기 줍기 등 관공서에서 제공하는 '공익형', 노인 환자 간호(노노케어) 등 복지시설에서 제공하는 '복지형', 전문지식을 갖춘 노인을 학교나 유치원의 강사로 초빙하는 '교육형' 등이 많았지만 증가하는 노인 인구 수요를 맞추려면 시장형 일자리를 확대해야 한다.

이에 따라 울산시는 한 해 1500여개의 노인 일자리를 만드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급증하는 노인 인구 추세에 비한다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일자리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공익형 일자리의 경우 월 수입이 20만원 안팎이어서 경제적인 효율성도 현저히 떨어진다.

현재 울산의 시장형 노인 일자리는 전체 노인 일자리의 5.7%를 차지하고 있고, 시니어클럽의 사업장도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지만 빠르고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또 일반 기업이 노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도록 유도하고, 노인에게 기업 취업을 적극적으로 나서서 추진해야 한다.

특히 공동창업 지원이나 소규모 사업단을 운영해 소득을 창출하거나 취업의 기회를 주는 시장형 일자리사업은 1년 연중으로 실시되고 있지만 시장형 일자리사업은 물가 등 경기상황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아 이같이 시장형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기관과 노인 또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중구 시니어클럽의 경우 지난해 제례음식 세탁소 김치공장 등 다양한 사업을 펼쳐 노인일자리 창출활동을 해오고 있지만 경기침체 등으로 생산물품 가격에 대한 마진폭이 상당수 감소했다. 단순 포장조립 자동차 해드커버드를 생산하는 공동작업의경우 경기침체 여파로 생산물량이 상당수 감소했다.

아삭김치사업단 경우는 아삭김치가 제자리를 잡고 근로자들에게 조금 더 나은 급여를 제공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 제대로 된 규모의 고정 거래처가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역내에서 울산시와 중구청, 연말 기업체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일부 김치가 판매되고 있지만 주거래처의 대부분이 지역 사회복지기관일 정도로 판로가 제한적이다. 직원의 대부분이 여성 노인들이고 본연의 업무가 있는 시니어클럽 직원들만으론 영업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고정 소비처가 극히 제한적이다보니 순수 국산만을 고집하는 아삭김치의 원가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일정한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지방자치단체, 검·경찰이나 울산노동지청 등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등이 사회적 필요에 의해 김치를 구입해 줬으면 하는게 아삭김치단의 바람이다.

“눈높이 맞춘 양질의 일자리 필요”
<인터뷰> 손경숙 울산중구시니어클럽 관장

“울산은 급격한 노인사회에 대비해야 합니다. 산업부흥기에 몰려들었던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해 정착하면서 다른 도시보다 노인문제에 상대적으로 심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평생 동안 건강하고 행복하고 즐겁기를 원한다. 그런 기대 속에 수시로 건강을 체크하고 관리하면서 지내다 보면 어느 덧 하나 둘 늘어난 흰머리를 보게 되고, 지나 온 시간을 돌이켜 보기도 하면서 또 다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색다른 일에 도전을 하기도 한다.

손 관장은 “노령사회를 맞이하는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노령기를 맞이하는 어르신들 역시 미래를 준비하는 인식이 필요하다. 과거 산업전사로 현장에서 땀 흘려 일할 때의 사회구조와 지금 정년퇴직을 했거나 앞두고 있는 사람들이 맞이할 사회구조는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과 더불어 사회적 분위기가 변하면서 노인의 생각도 많이 달라졌다. 노인 스스로 경제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자식들에게 손을 내밀지 않고 자립을 원하는 어르신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지역사회 안에서 일하고자하는 어르신들이 많고 그 욕구 또한 다양하다. 일자리를 원하는 많은 어르신들의 욕구를 다 충족하지 못하는 점이 몹시 안타깝다”고 밝혔다.

손 관장은 또 “노인이라고해서 일을 못하는 것이 아니다. 큰 힘을 쓰는 일은 어렵지만 경륜을 살리는 일은 외려 젊은 사람보다 더 우수할 때가 있다. 울산시민과 관심 있는 기업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노인 생산품이나 사회적 기업 등에 대해서는 우선구매와 세제혜택과 같은 사회적 관심과 애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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