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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인간이 먹을 수 있는 유일한 돌, 소금

강제윤 시인 - 도초도, 비금도 기행(상)

  • 완도신문 webmaster@wandonews.com
  • 입력 2011.10.27 09:37
  • 수정 2015.11.03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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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포항에서 출항한 배가 압해, 외달, 팔금, 안좌, 노대, 사치 등의 섬 사이 해로를 통과해 도초도에 기항한다. 안좌와 팔금, 자은과 암태, 비금과 도초는 각각의 두 섬들끼리 연도가 되었다. 압해도는 목포와 연륙이 되었다. 서로 떨어진 섬들 사이에도 머지않아 다리가 놓여 질 예정이다. 도초도는 선창작 부근에 횟집과 식당이 몰려 있다. 어디나 선창가는 나고 드는 사람들로 인해 상업 활동이 활발하다.

그러나 도초 선착장의 활력은 횟집들에서 멈춘다. 교통이 편리해지면서 섬의 경제가 육지에 종속된 결과다. 중앙 사진관 주인은 택시 영업도 병행 한다. 사진관만으로는 가계가 어려운 까닭이다. 골목에도 상점들이 여럿 있지만 주인들은 모두 출타중이다.

광명 이발관은 불이 켜져 있다. 이발소 안에는 손님이 있나보다. 두런거리는 말소리가 새어 나온다. 광명 양행에서는 신발, 내의, 가방, 기타 일절, 만물을 다 취급하지만 이 집도 주인은 출타중이다. 도초 양조장도 문을 닫았다. 폐업 한지 오래돼 보이는 양조장. 무엇보다 나그네는 술을 만드는 지역의 양조장이 사라져 가는 것이 아쉽다. 종합 화장품도 문이 잠겼다. 광명당 시계점에도 주인은 없다. 광명 방앗간에서는 참기름 짜는 냄새가 고소하다. 가을이라 고춧가루를 빻으러 나온 노인 몇이 차례를 기다린다. 땅거미가 지는가. 선창가 평화 약방에 불이 들어온다. 서남문대교 가로등에도 불이 켜진다. 도초도에 밤이 찾아든다.

갯벌의 간척으로 형성된 도초와 비금의 들은 넓고 찰지다. 비금도의 해안에는 호남에서 처음으로 천일염이 생산된 염전이 있고 도초도에는 신안군에서 가장 넓은 들, 고란 평야가 있다. 신안의 섬들에는 거듭된 간척으로 드넓은 땅이 많다. 아침, 도초항에서 도남 염전 길을 걷는다.

 염전에서는 소금을 쓸어 모으는 써래질이 한창이다. 소금 창고에는 갓 거둬들인 소금이 산처럼 쌓였다. 7~8월에 생산된 소금이 최고의 품질을 유지한다. 염도가 너무 높으면 쓴 맛이 나서 소금의 질이 떨어진다. 전 세계 바다의 평균 염분 농도는 35‰(퍼밀)이다. 1‰은 바닷물 1000g 속에는 1g의 염분이 들어 있다는 것을 의미 한다. 염분 농도 27~8‰ 정도가 될 때 소금은 쓰지 않은 최적의 짠맛을 얻는다. 7~8월 소금의 품질이 좋은 것은 우기 직후라 염분의 농도가 너무 높지 않고 적절하기 때문이다.

소금은 인간이 먹을 수 있는 유일한 돌이다. 소금의 과다 섭취가 고혈압 등 여러 질병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하지만 물과 함께 소금은 세포의 기능에 필수적인 요소다. 소금과 물이 부족하면 세포는 양양실조와 탈수로 죽어가고 말 것이다. 소금의 성분들이 위액인 '위염산'을 만든다. 소금이 부족하면 위액이 만들어지지 않아 소화기능이 마비된다.

우리 혈액의 적혈구는 영양분과 산소를 세포에 운반하고 노폐물을 몸 밖으로 몰아내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적혈구의 활동력이 약해지거나 수가 줄면 세포들에게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하지 못해 노폐물이 배출되지 못하고 쌓인다. 적혈구의 주성분은 철분이다. 그 철분을 소화시키는 것이 소금이 만드는 위염산이다. 소금의 부족이 우리 몸을 질병과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바다의 소금은 양이온과 음이온의 결합으로 생겨났다. 바닷물 속의 양이온인 나트륨이나 칼슘, 칼륨 등은 뭍의 땅으로부터 흘러 들어온 것이지만 염소나 황산 같은 음이온들은 바다에서 솟아난 화산 연기에서 첨가됐다. 금속원소인 나트륨이 치명적인 독, 염소와 반응하면 염화나트륨이 생성된다. 자연계는 신비의 연속이다. 생명을 죽이는 독이 생명을 살리는 약으로 돌변하기도 한다.

소금을 먹는 것은 바다와 육지가 빚어낸 생명의 결정체를 먹는 일이다. 소금 알갱이 안에 농축된 수억 년 세월을 먹는 일이다. 바다는 소금의 저장고. 그러나 소금을 주는 바닷물이 태초부터 짰던 것은 아니다. 수억 년 세월, 땅 속이나 바위에 섞여 있던 화학물질들이 빗물과 함께 바다로 흘러 들어가 바다는 점차 염분이 늘어났고, 바다에서 생성된 화합물들과 섞여서 마침내 짠 소금물이 되었다.

고대 로마 제국 최초의 도로는 살라리아 가도(Via Salaria)다. 로마가 이탈리아 반도 내륙으로 소금을 나르기 위해 만든 길이었다. 로마사람들은 사랑에 빠진 사람을 살락스(salax)라 불렀다. 소금에 절여진 것처럼 흐물흐물 한 사람들. 사랑에 빠지면 다들 그렇지 않은가. 월급을 일컫는 샐러리(salary)도 소금에서 나왔다. 한 때 로마의 병사들에게 소금으로 급료를 지불했던 데서 유래됐다. 흔히 야채를 일컫는 샐러드(salad)는 본디 소금에 절인 야채다.

중국의 사천 지방에서는 기원전 3000년 전부터 소금 생산이 시작됐다. 기원전 1000년 전부터 해염(海鹽), 바다 소금을 생산한 기록도 남아 있다. 중국에서는 서기 200년경부터 천연 가스를 이용해 소금을 굽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삼국지> ‘위지동이전(魏志東夷傳)’ 고구려조에 소금을 해안지방에서 운반해 왔다는 기록이 있다. 그토록 오랜 옛날부터 소금은 사람살이에 필수적인 요소가 된 것이다.

신안군은 천일염 생산의 메카다. 신안군에서 한국 천일염의 70% 이상이 생산 된다. 천일염 생산의 중심지에 도초, 비금, 증도 등의 섬이 있다. 해마다 여름이면 고정적으로 도초나 비금을 찾는 피서객들이 있다. 그들 중 일부는 서울이나 도시에서 소금구이 고깃집을 하는 사람들이다. 섬에 와서 가족들과 함께 해수욕도 즐기고 돌아갈 때는 타고 온 화물 트럭에 싸고 질 좋은 천일염을 가득 싣고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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