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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스스로 창출한 ‘노인일자리 사업’

고령화 사회 노인일자리를 만들자 - 12

  • 강병호 기자 kbh2580@wandonews.com
  • 입력 2011.11.02 13:35
  • 수정 2015.11.17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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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고 있는 한국,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초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전남의 심각성은 더 하다. 완도도 정부 주도의 노인일자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러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본지는 국내외 노인일자리 사업 우수지역 사례와 전략을 분석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 편집자 주

기류시 NPO법인 ‘기류재생’
일본 기류시는 군마 현 동부에 있는 시로 현재는 세계 편광판 장비 시장에서 80%의 점유율로 1위에 올라있는 니시공업사가 있는 지역으로 유명하다.

일본의 유수한 방직업 도시로 나라 시대부터 견직물의 명산지로 잘 알려져 기류 직이라는 고급 직물로 역사가 오래되고 문화재가 많아 “동쪽의 작은 교토” 또는, 일본 최초의 매뉴팩처에 의한 섬유업의 발전으로 인해 “일본의 맨체스터”라고도 불려진다.

현재 시역의 인구는 12만여 명으로 65세 이상이 27.5%를 차지하고 있고 일하는 노인보다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일자리가 부족한 지경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많고 대표들 대부분이 나이가 있어 일자리 창출은 타 지역보다 많은 편이다.

기류 시의 NPO법인 ‘기류재생’(이사장 시미즈 히로야스)은 고등학교 동급생 10여명이 마을을 살리기 위해 시작한 단체다. 문화발달로 섬유제품이 하향세를 타고 사람들이 떠나며 시가 피폐해지자 지역을 살려보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섬유제품을 만들었던 공장을 빵집가게로 개조시킨 ‘랭가(빨간벽돌)베이커리’는 NPO에서 만들어낸 대표적인 가게다. 빵집의 건물은 90여년이 된 오래된 건물로 시의 유일한 벽돌 건물이다. 시에서는 건물이 오래돼 허물려고 하자 NPO에서는 고장의 문화유산이라고 생각해 시에 건의, 건물을 구입한 후 현재의 빵 카페를 만들었다.

시에는 이러한 공장이 230여개가 있으며, 이중 절반은 아직도 직물공장으로 가동 중이고, 나머지 절반은 빵가게, 포도주 창고 등으로 개조 변모를 꾀하고 있다. 이는 오래된 건물을 지역의 관광유산물로 남겨둬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랭가베이커리는 NPO법인 시미즈 이사장의 고등학교 선배인 토시오 다께다(68)씨가 운영하는 가게로 유럽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 중 하나를 벤치마킹한 가게다.

토시오 대표는 직접 잼, 식빵, 케익 등 80여 종류의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으며, 맛이 좋아 인근지역에서도 손님들이 찾아온다. 가게는 일본정부가 가진 산업시설을 이용한 관광마을 만들기 제4회 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역주민, 스스로 창출한 노인일자리
일본은 앞으로 30년 이내에 인구 3명 중 1명이 고령화로 어떻게 하면 고령화된 인력들을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기류 시는 비교적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고 있지만, 샐러리맨들의 은퇴 후에 대해서는 할 일이 없어 상당히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이에 스즈키 이사장은 일자리 창출의 주관은 정부에서 하되 될 수 있으면 NPO같은 민간들이 아이디어를 짜내 지역에 맞는 일을 추진하고 정부에서는 지원을 해주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지역민들 스스로가 일자리를 창출해내야 한다는 것.

따라서 NPO 기류재생은 지역을 어떻게든 발전시켜 손님을 많이 끌어들임으로서 지역발전을 이루고 과거의 영화를 찾겠다는 일념이다. 이들은 정부나 지자체를 떠나 지역주민 개개인이 건물을 구입해야 고용창출과 생산, 판매 등 지역경제를 살리는데 일조 한다는 생각이다.

여기에 현재 일본은 3년이면 약 700만 명이 정년을 맞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이 고학력자로 대도시의 인력들이 퇴직함에 따라 좋은 자질을 가지고 있는 것을 감안 NPO에서는 이러한 우수한 인력들을 최대한 끌어들인다는 계획이다.

이는 우수한 재원들이 지역에 돌아와 지역학교에서 강의 등을 하고 좋은 연구와 함께 생각이 합쳐지면 지역인재육성 등에 기여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 지역인재를 양성함으로서 좋은 환경과 좋은 관광지가 될 수 있도록 지역을 발전시키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우수한 인재들로 모인 기류재생 NPO 회원들은 대학 강의와 실험 등을 하는데 도움을 주고 가이드 등을 통한 활동과 여기서 발생하는 약간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NPO는 이러한 계획이 성공할 시 예전처럼 활기찬 마을이 될 것으로 생각하며 이러한 과정이 초래되면 활동했던 것에 보람을 느낄 수 있어 현재의 수입보다는 미래를 계획하는 밑받침의 역할을 하고 있다.

기류시의 현실
현재 기류 시는 노인일자리 대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시작 단계이며, 정확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 지역 NPO들이 모여 서로 연구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각 지역마다 특성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노력이나 연구가 선행되지 않으면 지역의 고령문제는 해결되기가 어렵다.

예를 들어 서울과 지역의 어르신들이 만나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답이 나오지는 않는다. 서로의 생활 습관이나 문화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NPO법인 기류재생은 이러한 사실로 인해 먼저 지역민 스스로가 지역을 활성화 시켜 활력을 주고, 더불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게 노인일자리 창출에 더욱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가장 큰 역점을 두고 있다.

이들은 정부에서 가장 좋은 안을 가지고 지역에 알린다 해도 각 지역에서는 맞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특성에 맞는 과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미래를 위한 지역민 또는 민간단체들의 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지역민 스스로 자구책을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자리 창출은 누구든지 앞장서서 행동해야”
<인터뷰> 시미즈 히로야스(65) 기류재생 이사장

“정부이든, 지자체든, 민간단체이던 현 사회의 고령화문제에 있어 일자리 창출 등은 누구든지 앞장서서 행동하는 게 중요합니다. 모두 연금을 받고 있기 때문에 돈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활동을 함으로써 지역에 도움을 줄 수 있고, 내가 활동할 수 있으면 그게 가장 큰 행복입니다”

시미즈 이사장은 전쟁이 끝나고 바로 태어난 마지막 전후세대로 후배들에게 지역사회에서 선배들은 이렇게 살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됐다며 당초 NPO설립의미를 밝혔다.

기류 시의 신용금고 업계에서 38년 정도 근무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시미즈 이사장은 지역을 어떻게든 발전시켜 사람들을 끌어 모으겠다는 일념뿐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오래된 건물들을 유산으로 보존시키는 것. 오래된 건물을 이용한 관광 상품을 개발하는 방법을 다각도로 연구했다. 빵 카페나 와인보관창고 등이 그것.

시미즈 이사장은 “나이 들어서 육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작지만 경험과 오랜 습성을 최대한 발휘해 미래를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노인들이다”며 “정년을 맞고 지역에 돌아와 오랜 경험과 경륜을 지역을 위해 써주는 것이 바로 어른들의 일이다”고 말했다.

이에 어떻게 하면 고령화 된 인력들을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를 거듭하고 있으며, 와인창고 등 지역유산과 연계한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고 있다.

시미즈 이사장은 ‘왜 돈이 안되는데 이러한 사업을 하는가?’라는 질문에 “앞에서도 말했지만 돈 보다는 살고 있는 이유에 대해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중요하다”며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없다면 그것은 이미 죽은 삶이다. 죽고 나면 돈이 무에 필요할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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