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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 키운 전복 "하룻밤 사이에..."

  • 완도신문 webmaster@wandonews.com
  • 입력 2012.08.30 18:58
  • 수정 2015.12.05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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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님리 양식 어민들은 태풍 볼라벤으로 바다에서 떠밀리는 전복가두리를 어쩌지 못하고 망연자실 바라만 보고 있다.(28일. 오전 11시 30분경. 완도읍 망남리 피해 현장)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비빈다는데 지금으로선 다시 제기할 방법이 딱히 없네요.”

망남리 마을 공동양식장 45ha에 30여호 대부분 전복양식어민들의 푸념 섞인 말이다.

마을주들은 “더 이상 빚을 낼 수도, 재투자할 자금을 마련할 뾰족한 수가 없어 더 이상 희망을 꿈꿀 수 없다. ”고 했다. 정부에서 양식어민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대책마련을 해줬으면 좋겠단다.

망남리 마을 주민 75가구 중 30가구가 전복 양식을 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시설비 1000억여원을 들여 만든 1만7000칸의 양식장이 하룻밤 사이에 모두 사라진 것이다. 900억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했다는 것이 마을 주민들 시각이다.

망남리 최성완(53) 어촌계장은“추석을 앞두고 다음 달 4~5일에 출하날짜를 받아 뒀던 전복들이 모조리 엉망이 됐다. 지난해 태풍 무이파 때도 우리 마을은 끄떡없었다. 볼라벤이 온다는 소식에 뜬눈으로 밤을 새우다 날이 밝기 무섭게 바다에 나가 눈을 의심했다. 마을 앞 방파제 너머로 끝없이 펼쳐져 있던 양식장의 전복이 모조리 사라져 버렸다”고 말했다.

지난해 태풍 무이파로 인해 아픔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또다시 피해를 당한 예송리 마을은 더욱 비참한 실정이다.

140ha에서 117가구 가운데 78어가가 함께 전복을 키우고 있다. 이 중 45어가가 20∼40대 청장년층으로 대부분이 도시에 살다 ‘부어’를 꿈꾸며 귀어한 젊은이들은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마지 못해 버티고 있다.

보길면 예송리 김환종씨(36)는 2002년 보길도로 돌아와 전복을 키웠다. 8평짜리 단칸방에서 아내와 자녀 3명이 함께 살았지만 언젠가는 큰돈을 만질 수 있을 것이란 희망에 힘든 바다일도 참아냈다.

하지만 28일 새벽에 몰아친 태풍은 김 씨의 꿈을 한순간에 날려버렸다. 볼라벤은 그가 2∼3년간 애지중지 키우던 전복 90만 마리를 순식간에 앗아갔다. 김 씨는 “10년간 번 4억 원에 집과 땅을 담보로 빌린 3억 원 등 7억 원을 양식장에 쏟아부었다”며 “사라진 양식장을 보니 억장이 무너진다”며 고개를 떨궜다.

전복으로 돈을 벌어보겠다며 3년 전 고향에 내려온 고영길 씨(26)도 한숨만 내쉬었다. 고 씨는 가두리 양식장 200칸을 설치해 지난해 첫 수확의 기쁨을 맛봤다. 5000여 만 원의 수입을 올린 고 씨는 올 추석 대목을 맞아 출하를 앞두고 있다 날벼락을 맞았다. 부서진 시설물을 다 치우고 새 시설물을 설치하려면 최소한 2억 원 이상이 필요하지만 대출금도 아직 못 갚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고 씨는 “고향에서 결혼도 하고 환갑을 넘긴 부모님과 함께 행복하게 살려고 했는데 태풍이 내 꿈을 다 앗아가 버렸다”며 고개를 들지 못했다.

광주에서 대기업 하청업체에 다니다 6년 전 귀향한 백승우 씨(37)는 “수협에서 받은 귀어(歸漁) 자금과 가두리 양식장을 담보로 빚을 내 전복을 키웠는데 한순간에 빈털터리가 됐다”며 “당장 이달부터 넣어야 할 대출이자 때문에 초등학생 남매를 학원에 보내지 못할 것 같다”며 울먹였다.

김귀남 예송리 어촌계장(63)은 “태풍에 4억∼5억 원의 양식장 파손 피해를 당해도 5000만 원 이상 지원을 받기 힘들고 그나마 지원이 되더라도 수개월 이상 지연되는 경우가 많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뿐 아니다. 순간최대풍속 초속 51.8m의 태풍 볼라벤 앞에선 어느 바다도 안전지대는 없었다.

30일 현재까지 본지에 제보해와 집계된 전복양식장을 보면 완도읍 망남리 정도리, 대신리 마을을 비롯해, 군외면 당인, 삼두리와 금일읍 신평리, 구동, 감목, 화전, 동백, 월송, 용항, 궁항, 동송리와 보길면 예송리, 예작도, 중리, 통리, 여항리, 백도 앞바다에 떠있는 모든 전복양식장이 전부 또는 일부 유실된 것으로 나타났다.

어디가 우선이랄 것 없이 우리지역 대부분의 전복 양식어민들은 태풍을 원망하며 쏟아지는 눈물을 꾸역꾸역 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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