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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관광단지 개발돼도 외지인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

강제윤 시인 - 당진 대난지도, 소난지도(중)

  • 완도신문 webmaster@wandonews.com
  • 입력 2012.09.19 19:14
  • 수정 2015.11.11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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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갯벌이 죽어가면서 난지도는 관광 산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난지도 해수욕장 관광지 개발 공사는 그런 바람의 반영일 것이다. 하지만 노인은 관광업으로부터도 섬 주민 대부분은 소외되고 있다고 느낀다. 외부 관광객이 들어오던 초기에는 주민들이 하는 민박에도 손님이 들었다. 그에 따라 주민들의 기대도 컸다.

하지만 난지 해수욕장 근처에 외지 자본이 대형 펜션을 지으면서 주민들의 민박집에는 손님이 뜸해졌다. 주민들 중 일부는 새 건물을 짓고 손님을 유치하고 있지만 극소수다. 해수욕장 부근에서 민박집을 하던 주민들도 대부분 외지인들에게 땅을 팔고 다시 본업인 바닷일로 복귀했다.

“해수욕장 있는데 옛날에는 본동 사람도 몇이 있었어. 그런데 외지 사람들이 집도 근사하게 짓고 그러니까 동네 사람들은 하지도 못하는 겨. 난지도 사람들은 막사도 시원찮게 짓고. 그래서 갯밭으로만 다니는 겨. 민박 같은 거 하다가 도로 갯밭으로 나가는 겨.”

노인은 해수욕장 관광지 조성 사업이 끝나더라도 주민들에게도 도움이 될지 확신할 수 없다. “앞으로 어짤랑가 모르겠어요. 인제 뜯었으니께 난지 사람들 한티도 조금씩 떼줄랑가.”

 

 

 

바다가 죽어가는 것은 화력 발전소 때문만이 아니다. 서산 쪽의 공장들 때문이기도 하다. 난지도 바다에도 수시로 기름띠가 떠 다닌다. 기름유출 사고들이 더러 있지만 원인 규명은 쉽지 않다.

“공장에서 기름을 버리고 가는 놈들도 있다 해요. 그래도 잡질 못해요. 기름이 뜨고 그래서 갔다 뵈도 그 기름이 아니라 하면 소용이 없어요.”

발전소와 공장들이 이익을 올리는 동안 난지도 사람들은 삶의 터전을 잃어가고 있지만 어디 하소연 할 데도 보상을 받을 길도 막막하다. 그래도 노인들은 이런 섬에 사는 것을 행운으로 여긴다.

“그래도 이런 데서는 노력만 하면 살아요. 바지락으로 먹고 살고, 애들 다 키우고 가르치고 결혼까지 시켰으니.”

해수욕장 주변은 개발 공사가 한창이다. 솔밭이 통째로 잘라버리고 그 자리에 건물 지을 땅을 다지고 있다. 해수욕장 입구에는 외지 자본이 지은 대형 펜션이 떡 버티고 있다. 개발 사업이 끝나고 해수욕장이 재개장 되어 관광객들이 더 많이 몰려오면 아마도 저런 대형 펜션들이 가장 큰 혜택을 입게 될 것이다.

섬이든 육지든 개발로 원주민들이 이득을 본 사례는 거의 없다, 국민 세금인 정부예산으로 개발 사업이 이루어져도 이득은 늘 극소수의 부유한 투자자들에게만 돌아간다. 난지 해수욕장 앞바다에 잿빛 물결이 일렁인다.

마을로 돌아오는 길목, 고추밭에서 허리에 보호대를 찬 할머니 한분이 고추대를 뽑고 있다. 허리 수술을 한 것 같아 보인다. 저렇게 무리하면 안 될텐데, 걱정스럽다. “아퍼서 약을 안했더니 탄저병에 걸려 버렸어요.”

허리 수술을 한지 3개월 밖에 안됐지만 일을 보고 놀 수가 없다. 의사는 힘든 일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지만 애초부터 혼자 사는 노인이 지키기는 어려운 당부였다. 마늘을 심기 위해서는 고추대를 안 뽑을 수가 없어서 무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섬에 함께 간 후배 한솔이와 함께 할머니의 일을 거든다. 장정 둘이 하니 30분 만에 고추대가 모두 뽑혔다. 두 나그네는 또 다시 길을 간다. 할머니가 손을 흔든다.

“내 혼자 하면 저물어야 해요.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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