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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한양 뱃길의 해상 검문소 서검도

강제윤 시인 - 강화 서검도, 미법도 기행(하)

  • 완도신문 webmaster@wandonews.com
  • 입력 2012.12.06 11:52
  • 수정 2015.11.11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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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법, 서검도 등 민통선 안의 섬들은 아직도 외부와의 왕래에 제약이 많다. 섬에 민간인이 자유롭게 드나들기 시작한 것은 불과 5~6 년 전 부터다. 그 전에는 섬 안에 친인척이 있는 경우에 한해 출입이 가능했다. 바다를 사이에 두고 북한의 황해도 연백과 인접한 강화 인근의 섬들은 지금도 군부대가 주둔해 있는 군사 요충지다. 한국전쟁으로 강화가 군사 분계선상에 위치하기 전에도 군사적 긴장은 오랜 세월 강화 지역의 숙명이었다. 고려와 조선의 왕도인 송도와 한양으로 진입하는 통로에 위치한 까닭이다.

교동도는 수군 절도사겸 삼도수군 통어사가 주둔하는 충청, 경기, 황해 삼도의 해군 사령부였고 인근의 미법도와 서검도, 동검도 등은 경기 수영의 전초기지였다. 지금 동검도는 간척으로 강화 본섬에 편입됐지만 그 또한 과거에는 강화, 김포 해협을 통해 한양으로 올라가는 배들을 검문 수색하던 검문소였다. 서검도는 주로 중국 쪽에서 오는 배들이나 교동도, 석모도, 연백, 개풍군 사이를 통해 한양으로 진입하는 배들의 검문소였다.

삶의 방향으로 달리는 것은 생명의 본능
서검도는 미법도에서 15분을 더 간다. 서검도는 석모도 서쪽 2㎞ 지점에 있으며 면적 1.44㎢, 해안선길이 5.7㎞의 작은 섬이다. 섬은 삼각형 모양이며 최고높이 56m에 불과 할 정도로 낮다. 간척평야가 있어 주민의 65%가 농업에 종사한다. 경지면적은 논 39.5㏊, 밭 12.2㏊, 임야 31.9㏊이다.

여객선은 솔책도(松柵島) 선착장으로 입항한다. 서검도와 솔책도는 썰물 때만 건널 수 있는 별개의 섬이었으나 지금은 간척으로 하나의 섬이 되었다. 두 섬 사이 갯벌은 15만평의 논으로 바뀌었다. 간척지에는 또 염전(鹽田)이 들어서 있다. 주민들은 서검도를 안동네, 솔책도를 솔착이라 부른다. 여름이면 황해도 연백을 코앞에 둔 갯벌에서 상합을 잡아 팔기도 하지만 군사분계선상의 바다에서 고기잡이는 자유롭지 못하다. 과거 풍요롭던 어장은 간데없고 교동도나 석모도처럼 주민들은 쌀농사로 생계를 이어간다.

과거에 비해 통행이 쉬워졌다고는 하지만 서검도나 미법도는 여전히 외부와 단절이 깊다. 하지만 외부세계와 소통이 자유롭지 못하다 해서 섬이 더 궁핍한 것은 아니다. 스스로 하나의 세계를 이루며 사는 섬은 욕망의 제어를 통해 만족에 도달한다. 욕망의 대상이 없으면 욕망은 충분히 절제 될 수 있다. 군사분계선이 이 섬을 무분별한 개발의 욕망으로부터 지켜주었다. 군사적 긴장이 섬의 생태계에는 축복이 된 것이다.  

서검 저수지 북쪽 갯벌 제방에 앉아 지는 해를 본다. 이곳도 밤이면 출입금지 지역이다. 불과 6킬로 거리의 황해도 연백 땅이 안개에 쌓여 희미하다. 안개 속에서도 북쪽의 방송 소리는 가깝게 들린다. 인기척 때문이었을까. 갯벌을 배회하던 고라니 한 마리 놀라서 솔책도 방향으로 한껏 달음질친다. 녀석과 나그네와의 거리는 1킬로도 넘는데 녀석의 사람에 대한 공포가 극에 달한 모양이다.

고라니의 침입을 방어하기 위해 섬의 밭들은 모두 울타리가 쳐져있다. 그래도 안심하지 못한 주민들은 한 해 한 번 씩 고라니 사냥을 통해 개체수를 줄인다. 그래도 소용없다. 고라니는 금새 번식하여 섬을 뒤덮는다. 북한이나 강화 본섬 등지에서 헤엄쳐 오는 것을 막아낼 도리가 없는 것이다. 그토록 먼 인기척에도 놀라 도망친 것은 그 거리가 사냥꾼의 사정거리 안이기 때문일 것이다. 삶의 방향으로 내달리는 것은 모든 생명의 본능이다.

군사분계선까지 찾아든 투기꾼들
서검 저수지에 민물 낚시꾼들이 제법 여러 개의 좌대를 차지하고 앉았다. 낚시터가 개장 된 것은 3년 남짓. 그 전에는 이 섬에 일반인들의 출입이 자유롭지 못했다. 오랜 세월 낚시가 금지 됐던 저수지는 개장 초기에 물 반, 고기 반이었다. 교통이 불편한 탓에 저수지에는 지금도 물고기들이 제법 많다.

외지에서 들어와 정착한 낚시터 관리인은 북한에서 떠내려 온 ‘떼목’들을 모으고 있다. 언젠가 전시장을 만들 계획이다. 여름 장마철 북에서 흘러온 나무 절구통과 소 구유통, 벌통 등을 보여 준다. 나무로 만든 벌통에는 훔쳐가지 못하도록 쇠사슬까지 달아매져 있지만 물살의 도둑질만은 피하지 못했다.

최근 들어 서검도의 땅값도 많이 올랐다. 김포 매립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서검도에 특수 폐기물 매립장이 들어설 거라는 소문이 도는 탓이다. 잘 보존된 천연의 섬을 도시의 쓰레기장이 되도록 부추기는 것은 투기꾼들이다. 어제는 미법도까지도 땅을 보러온 사람들을 만났었다. 전문 투기꾼들, 그들이 온 나라를 투기장으로 만들더니 이제는 군사분계선까지 왔다. 그들의 탐욕이 군사분계선을 넘을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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