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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황금갯벌 죽이는 조력발전이란 이름의 토목공사

강제윤 시인 - 서산 웅도 기행(상)

  • 완도신문 webmaster@wandonews.com
  • 입력 2012.12.13 12:20
  • 수정 2015.11.11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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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읍에서 벌말 행 시내버스를 탔다. 웅도 선착장까지 직접 가는 버스는 하루 세 번. 한참을 더 기다려야 하는 까닭이다. 대산읍 소재지를 지나자 얼마 후 웅도 입구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10여명의 노인들이 우루루 내린다. 나그네도 따라 내린다. 같은 마을 사람들끼리 어디 잔치집이라도 다녀오시는 길일까. 노인들은 모두 옹도 입구 대로리 마을 분들이다. 여럿이 모이면 어디나 분위기 메이커가 한 사람씩 있게 마련이다. 길을 걷는 내내 키가 작고 허리 꼿꼿한 할머니 한분이 전후, 좌우를 오가며 말을 걸고 우스개 소리로 사람들을 웃긴다.

언뜻 보기에는 칠십도 못돼 보이는데 팔십 둘이라신다. 할머니는 오늘 기분 좋게 들떠 있다. 버스를 타고 오는데 다른 동네 사는 옆자리의 할아버지 한분이 수작을 걸어오신 거다. "나한테 시집 오라고 혀. 미쳤나 시집을 가게. 당신 한텐 안가유. 그랬지." "좋은 줄 알아. 팔십 넘어서 그런 프로포즐 다 받고." 함께 걷던 할머니가 한마디 거들자 노인 분들이 다들 죽어라 웃는다. 그러자 또 다른 할머니 한분이 끼어든다. "거기가 우리 이모부유. 넘보지 마슈. 우리 이모 사닥(새댁) 같혀. 팔십 먹었어도 깡깡 하구만." "좋다 말았구먼." 길가에 한 번 더 웃음이 번진다.

노인들은 모두 배낭에 새 달력 하나씩을 넣었다. 어디 농협에서라도 얻어오는 길이실까. 아직 저물녘도 아닌데 길가 스레트 집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저 집 제사 지낼려고. 엿 고네." 제사 지내는데 엿을 만드는 것은 이 지방의 오랜 풍습이다. 옛날에는 우리나라 어느 지방이나 명절 때면 집집마다 물엿을 만들어 떡에 찍어먹었다. 하지만 이 지방에서는 제사 때까지 엿을 고아 올리는 풍습이 있다 한다. 조상님도 떡을 엿에 찍어 맛나게 잡수라는 뜻이다.

하지만 요새는 만들어진 엿을 사다 올리지 직접 엿을 만드는 집은 드물다. 그런데 저 집은 정성껏 불을 때 엿을 만든다. 가마솥에서 고아지는 엿을 생각하니 입안에 침이 고인다. 함께 읍내 다녀오던 노인들은 다들 길 중간에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고 길에는 프로포즈를 받은 할머니만 남으셨다. "다들 어디 잔칫집에 다녀오세요?" "전기세 내러 댕겨오는 길이유." 이런, 어디 결혼식이라도 단체로 다녀오시나 싶었는데 전기세 하나 내기 위해 동네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읍내 다녀오는 길이란다. 새마을 금고에 전기세를 내고 오시는 길이다. 전기세뿐이겠는가. 핑계 김에 읍내 나들이도 하고 내년 달력도 얻어오고 그러기 위해 나섰던 길이겠지. 노인은 마을 사람 하나를 빼 놓고 갔다 온 것이 못내 걸리는 모양이다. 자신만 빼놓고 갔다고 서운해 할까봐 걱정인 것이다. 그 마음의 온기가 전해져 나그네 가슴까지 따뜻해 온다. 

썰물의 시간. 웅도로 가는 물길이 열렸다. 웅도는 섬이지만 여객선이 다니지 않는다. 웅도는 곰섬이다. 섬의 형상이 곰이 웅크려 앉은 모양이라 해서 곰섬이다. 웅도는 달섬이다. 달은 하루에 두 번씩 바닷물을 당겼다 놓아준다. 달이 물을 놓아주면 웅도는 섬이 되었다가 물을 끌어당기면 뭍이 된다. 달은 웅도를 하루 두 번씩 뭍에서 섬으로 또 섬에서 뭍으로 만드는 섬의 수호신이다. 달이 물을 끓어 당겨주면 웅도와 육지 사이에 길이 생긴다. 웅도 사람들은 달이 바닷물을 힘껏 붙들어 주고 있을 때 자동차를 타거나 걸어서 육지 나들이를 한다. 사람들이 서산읍내나 서울을 다녀오면 달은 손에 쥐고 있던 바닷물을 가만히 풀어준다. 그러면 웅도는 다시 섬이 되고 사람들은 안식을 취한다.

웅도는 서산 가로림만 안의 섬이다. 선산시 팔봉면과 지곡면, 대산면과 태안반도 돌출부와 태안군 이원면, 원북면, 태안읍 등 뭍의 땅들이 호수처럼 바다를 감싸고 있는데 그곳이 가로림만이다. 가로림만은 길이 25km, 너비 2~3km의 작은 바다다. 가로림만 입구를 통해 하루 두 번씩 서해바다 물이 들고난다. 서해안 갯벌은 세계 5대 갯벌의 하나다. 1970년대 이후 개발과 간척 사업 등으로 그 서해안 갯벌의 일부인 충남 지역 갯벌의 40%가 사라져 버렸다.

충남의 갯벌 중에서 유일하게 원형 그대로 남은 갯벌이 가로림만의 갯벌이다. 그런데 지금 가로림만 갯벌도 위기에 처해 있다. 새만금 갯벌을 죽인 범인은 간척이라는 재앙이었는데 가로림만 바다와 갯벌을 위협하는 것은 조력발전소라는 괴물이다. 정부는 태안과 서산 사이 가로림만 입구에 조력발전소 건설을 허가 했다. 조력발전소가 들어서면 가로림만 안의 갯벌이 죽어갈 것은 불을 보듯 환하다. 만 입구를 막아 조력발전 댐을 세우면 해수의 유통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고 펄흙이 쌓여 갯벌 생태계가 죽어갈 것이다.

지난 2007년에는 정부 스스로도 조력발전소가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그런데 불과 3년 만에 정부 스스로 결정을 뒤집고 조력발전 허가를 내준 것은 4대강 사업과 궤를 같이하는 것처럼 보인다. 경제성이나 환경 파괴에 관계없이 대형 토목 사업을 무조건 밀어붙이고 보는 토건 공화국의 막가파식 행정이다. 선진국들에서는 생태환경 파괴를 우려해 더 이상 만의 입구를 댐으로 막는 조력발전소를 건설하지 않는다. 대신 물속에 터빈을 세우는 조류 발전소를 건설 하고 있다.

조류발전이란 대안이 있음에도 조력발전소 건설을 강해하는 저의는 토건 마피아들이 국민들의 반대로 더 이상 내륙에 댐을 세우는 것이 여의치 않자 바다로 눈을 돌린 것에 불과하다. 생태에너지 확보라는 그럴 듯한 명분을 세워 바다에 댐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기술력이 필요한 조류발전보다 토목사업인 댐 건설이 이익이 큰 까닭이다. 전남대 전승수 교수도 <가로림만 조력발전소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 분석에서 "만 입구가 막히면 펄흙이 쌓이고 모래가 침식 되는 등 갯벌 생태계가 훼손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 교수는 "조력발전은 가로리만의 미래 가치를 완전히 포기하는 일"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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