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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물고기가 떠나니 사람도 떠난다

강제윤 시인 - 군산 어청도, 연도기행(5)

  • 완도신문 webmaster@wandonews.com
  • 입력 2013.01.31 10:53
  • 수정 2015.11.11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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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락해 가는 섬의 나날들
어청도 항로 길목의 섬. 군산항에서 북서쪽으로 23㎞ 떨어진 연도는 전라북도 군산시 옥도면에 속하는 섬이지만 군산보다는 충남의 장항, 서천이 더 가깝다. 연도는 동경 126°27′, 북위 36°01′에 위치해 있으며, 면적 0.73㎢, 해안선길이 4.5㎞의 작은 섬이다. 고군산군도에 속한 섬이다. 맑은 날에는 중국 산둥반도에서 하늘로 솟아오르는 연기를 볼 수 있다 해서 연(煙)자를 써서 연도라 부르게 됐다는 지명 유래가 있다. 또 섬의 형세가 호수 속에서 피어오르는 연꽃과 같아서 연도가 되었다는 설도 있다. 충남 지방에서 살던 유씨가 귀양살이를 오면서부터 사람이 살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섬에 논은 전혀 없고 밭이 8.2㏊, 임야 62.2㏊ 정도 된다. 주민들 대부분이은 농업보다 어업에 종사한다. 연도 부근 해역은 멸치·삼치·새우 등 각종 어족의 회유(洄游)가 많아 어로활동이 활발하며 전복과 해삼양식도 많이 하는 편이다. 최고점은 188m의 대봉산이며, 섬 전체는 기복이 비교적 크고 경사도 급한 산지로 이루어져 있다. 해안은 사질해안이 대부분이며, 남동쪽에 있는 작은 섬과는 사주로 연결되어 있다. 3종 어항으로 선착장 3개소, 방파제 2개소, 방조제 1개소의 항만시설을 갖추고 있다.

연도는 태안의 섬들만큼이나 태안 앞바다 유조선 기름 유출 피해가 컸다.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다녀갔다. 마을 앞 해변의 기름은 대부분 제거 됐으나 섬의 뒷산 절벽에 붙었던 기름들은 아직까지도 그대로 남았다. 날이 풀리면서 기름이 녹아내리고 있지만 달리 손써볼 도리가 없다. 바다 곳곳에 기름띠가 빨간 상추 물처럼 둥둥 떠다닌다. 새만금 방조제 공사로 갯벌이 죽은 뒤 물고기들도 떠났다. 어청도처럼 연도 또한 방조제와 멀리 떨어진 섬이라 해서 보상이 없었다. 거기에 기름 유출 피해까지 입었으니. 엎친 데 덮친 격. 기름 방제 작업이 끝난 뒤에도 성게, 톳, 바지락, 홍합, 해삼, 고동 따위 해산물의 판로는 쉽게 열리지 않는다.

섬이 쇠락 한 것은 벌써 여러 해 전이다. 물속만 들여다보고 살던 섬사람들도 바다가 죽으면서 섬을 떠나갔다. 이제 섬에는 노인들만 남았다. 봄이면 젊은 사람들이 어장 배를 타고 찾아오지만 그들은 군산 등지에 나가 살며 어장 철에만 섬으로 들어온다. "정월 보름 밥 먹고 들어와서 봄, 여름 벌이만 하고 나간다." 겨울이면 섬은 다시 텅 빈다. 50여 가구 중 떠날 곳 없는 노인들 7~8호만 남아 있는 듯 없는 듯 살아간다.

 

 

섬은 한때 멸치잡이로 주가를 높이던 시절도 있었다. 90년대 초반. 멸치 한포대가 15만원 까지 했으니 부촌 소리를 들을 만 했다. 그 때 가격이야 대통령의 아버지 멸치 선단 덕에 비정상으로 높은 것이었지만 지금은 시세가 없어도 아주 없다. 중국 멸치가 수입 되면서 많은 멸치 어장이 문을 닫았다. 멸치 막은 허물어지고 건조대는 우거진 풀숲에 파묻혀 녹슬어 간다. 그나마 잡히는 멸치는 모두 젓갈을 담아버린다. 품이 덜 들기 때문이다.

밤, 12시 섬은 잠에서 깨어난다
밤 12시, 적막하던 섬이 잠에서 깨어난다. 포구가 갑자기 분주해 진다. 귀선의 시간. 새우 조망 어선들이 연달아 들어와 밝히는 불빛으로 포구는 대낮처럼 환하다. 새우 조망 배는 자루모양의 그물 입구를 벌린 채 바다의 바닥을 끌고 다니며 새우를 포획한다. 그 과정에서 다른 어류까지 남획되는 폐단을 피할 수 없다.

어선은 저물녘 출항하여 대여섯 시간을 그물질 한 뒤 자정 무렵 돌아온다. 정박한 어선의 갑판에는 새우들이 쌓였지만 예년에 비해 절반도 못되는 양이다. 어선들의 귀항에 맞춰 작업복을 입은 중 노년의 여인들이 마을의 골목길을 빠져 나와 어선의 갑판에 오른다. 선원들은 벌써 작업을 시작했다.

새우와 다른 잡어들을 분류하고, 새우도 먹새우와 꽃새우을 가른다. 먹새우는 판로가 없어서 그냥 바다에 버린다. 붉은 색 꽃새우만 추려내니 새우의 양은 3분의 1로 줄어든다. 꽃새우는 1kg에 2천 원 선. 많이 잡히지도 않는데다 가격은 낮고 기름 값은 비싸 출어에 기쁨이 없다. 중국산 수입 새우와 가격 경쟁에서 밀린다. 배 마다 10여명이 달라붙어 일해도 손길만 분주할 뿐 갑판은 조용하다. 신명이 없는 노동은 고역이다.

대부분의 새우는 야행성이라 밤에만 그물에 든다. 새우 철에는 연도의 낮 밤이 뒤바뀐다. 5월부터 9월까지 새우 철이 끝나면 초겨울까지는 멸치잡이가 계속된다. 겨울이면 섬은 다시 적막강산이 될 것이다. "새만금 방조제로 갯벌이 사라지면서 서해 바다 섬들마다 물고기 씨가 말랐다."고 황해 바다 섬 주민들은 어딜 가나 이구동성이다. 새만금 방조제 공사가 갯벌만 죽인 것이 아니다. 갯벌에 코 박고 살던 어민들을 죽였고 이제 많은 섬들도 죽이고 있다. 연도 포구, 새우조망 어선들이 발전기를 돌려 갑판은 대낮보다 환하지만 어민들의 마음은 칠흑처럼 어둡다. 저 막막한 생의 바다. 밤이 깊어 가는가, 새벽이 밝아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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