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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기업과 마을 만들기[2]

전북 진안군, 마을 만들기 사업 ‘사람이 희망이다’

  • 완도신문 webmaster@wandonews.com
  • 입력 2013.04.04 11:10
  • 수정 2015.11.14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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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진안군은 오랜 시간에 걸친 마을 만들기 사업을 통해 지역발전을 위한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행정운영 시스템과 탄탄한 중간지원조직을 갖추고 있다. 그동안 쌓인 성공과 실패의 경험, 내공, 그리고 지역에 대한 따뜻한 애정을 가지고 서두르지 않고 단계적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진안군의 마을 만들기의 가장 큰 특징은 지역의 재생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실현하기 위해 ‘더디지만 제대로 걸어가는 길’이다. 다시 말해 지역을 구성하고 있는 마을과 마을, 행정과 주민, 마을과 단체 사이에 적절한 협력과 경쟁시스템이 기본적으로 담보될 때 지역은 점진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편집자 주-

△‘더디게 가더라도 제대로 가는 길’
진안군은 2001년 ‘마을 만들기’ 사업에 착수할 초기부터 ‘더디게 가더라도 제대로 가는 길’이라는 슬로건으로 주민들이 주도해 행정과 주민간의 균형 있는 협력체계를 유지하려 노력했다. 이는 우리나라 기초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최초로 시작된 '주민주도의 상향식' 사업이며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무엇보다도 ‘마을을 마을답게’만들려는 노력으로 각 단계마다 주민들이 주도하여 계획하고 실천했다.

2007년에는 전국 자치단체 중 가장 먼저 마을 만들기 담당을 신설해 행정협력체계와 민관협력 시스템까지 구축했을 정도다. 진안군의 마을 만들기 특장은 ‘주민주도의 상향식’사업이라는 것이다. 진안군에서는 주민 스스로 생태환경, 역사, 문화 등을 고려해 마을별로 특색 있는 마을 만들기 사업을 진행시킨다.

현재 대다수의 지역개발사업이 행정기관이나 공기업 주도로 이뤄지는 ‘하양식’ 사업이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진안군의 마을 만들기 사업 초기단계부터 획기적이고, 과감한 시도라 할 수 있다. 그 결과 진안군은 마을 만들기의 ‘수도(首都)’라 불리며, 전국의 농업, 농촌 전문가와 공무원 등이 진안군 마을 만들기를 벤치마킹해갔다.

▲백운면 소재지 상가 주민들이 간판을 새롭게 바뀌었다.  간판 교체의 핵심은 자기 자신만을 드러내는 요란한 기존 관행을 벗어나, 주변 환경과 어울리고 지역 정체성도 살리는 형태로 제작했다.


△‘주민주도의 상향식 마을 만들기’사업
진안군의 마을 만들기 사업은 크게 5단계로 구분된다. 작은 사업에서 큰 사업으로 분명한 성과를 냈을 때 순차적으로 마을에 지원하는 것이다. 이는 단발성으로 실행되어 흐지부지되는 다른 지역의 사업들과는 다르게 진안군의 마을 만들기 사업이 지속가능한 개발로 성공할 수 있게 된 핵심적인 요소다.

진안군의 마을 만들기 사업의 5단계 중 기본이자 시작이 되는 ‘그린 빌리지’사업은 소규모로 마을경관을 가꾸는 사업이다. 마을 친환경개선, 주민공동체 형성, 협동심 함양, 지역발전에 기여해 녹색성장사업을 선도적으로 추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을에서는 1~2년간 이 사업을 완료하고 나면 그 다음 단계인 ‘참 살기 좋은 마을가꾸기’ 사업을 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는다.

‘참 살기 좋은 마을가꾸기’사업 기간에는 주민들이 마을 생활 여건을 개선하는 과정으로 꽃길 가꾸기, 담장 벽화 그리기 등을 진행한다. ‘참 살기 좋은 마을가꾸기’ 대상마을이 사업 완료 후 평가를 통하여 ‘으뜸 마을 가꾸기 사업(주민 교육 및 소득증대 지원)’을 진행할 수 있고 ‘으뜸 마을 가꾸기’ 사업까지 진행된 마을이 ‘녹색농촌체험마을’, ‘산촌종합개발마을’ 등 국비와 도비가 지원되는 마을사업을 공모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진안군은 마을 만들기를 위한 다양한 중간조직을 육성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마을 만들기 지원센터, 협의회, 마을간사 협의회, 귀농귀촌 모임, 마을축제 조직 위원회 등으로 육성해 연계토록 하고 있다. 진안군 백운면의 소재지 활성화를 위한 마을 만들기, 진안 고원길 만들기 등 진안군 300여개 마을은 각 마을의 자원과 특성에 맞게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 사업이 대표적이다.

진안군의 마을 만들기 사례를 벤치마킹한 완주군의 경우도 각 마을의 자원조사와 주민들의 교육을 통해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어 가고 있다. 마을 주민들의 민요배우기도 마을 만들기에 포함될 정도다. 주민들 간 공동체 회복은 다음단계의 사업을 준비하는 출발점이 된다.

▲백운면 '흰白구름雲 작은도서관'은 어린이·청소년·유아 등 5,000여 점의 도서와 영상물이 있다. 이곳은 단순한 도서관이 아닌 지역사회의 종합 문화공간으로 가꾸고 있다.


△수억 들여 건물 짓는다고‘살기 좋은 마을 되나?’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주도하는 ‘하향식’ 마을 만들기 사업은 난개발로 인한 ‘환경파괴’나 지나친 ‘예산낭비’ 그리고 지역사회 내부의 ‘갈등’등은 지역사회에서 심각한 후유증을 낳고 있다. 이런 부작용들이 발생하는 이유는 지역의 실정이나 주민들의 의견을 고려하지 않고 오직 관광객 유치에만 초점을 맞춘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마을 주민들의 역량과는 무관하게 막대한 예산만 퍼붓는식의 농촌개발 사업은 누구도 행복할 수 없다. 그래서 전국적으로 매년 1조 원의 농촌 개발관련 사업 예산을 투입해도 여전히 농촌마을은 저발전에 머물고, 이주를 기피하는 지역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진안군의 경우는 마을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마을 사업을 전반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상향식’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이 하나로 뭉쳐 스스로 변하기를 원하고 발전하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에 ‘주민자치’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지속적인 교육과 학습을 통해 주민들의 평생학습을 실시했으며 이웃 간의 정을 살려 서로 돕는 ‘상부상조’를 실천하며 공동체가 복원됐다.

또한, 외부의 자원이나 도움 없이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여 자립하는 ‘경제자립’을 이룩해 냈다. 시들어 있던 농촌에 ‘상향식’사업이 시작되면서 생기가 돌기 시작하자 지역에 사람이 저절로 몰려 ‘귀농·귀촌의 일번지’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사람이 희망이다’
진안군의 마을 만들기에서 주체가 되는 것은 가치를 추구하려는 ‘사람’이다. ‘마을 만들기’를 실천하는 주민들이 무엇보다도 주인공이 되어 스스로 노력하고 변화를 즐기게 하기 위해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2001년에 시작된 마을 만들기가 지금까지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관광’이나 ‘수익’ 따위가 아닌 ‘사람’이 주인공이 되어 결국 ‘사람’으로 귀결됐기 때문이다. 주민들을 위한 교육은 물론 지역사회 내의 소통을 개선하기 위한 시도도 끊임없다. 주민들이 쓴 글로 엮은 책자나 소식지, 신문 등을 포함한 정기 간행물들을 지금까지 발행하고 있다.

진안군의 마을 만들기를 이끌어 온 구자인 박사는 “진안군의 마을 만들기는 애초에 돈이나 관광객을 위해 만든 것이 아니라 마을 공동체성을 복원시키고 농촌에 희망을 불어넣기 위해 실시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구 박사는“농촌이든 도시든 ‘살기 좋고’ ‘살고 싶은’지역을 만들기 위해선 결국 풀뿌리 마을기반을 강화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사람에 투자하고 사회적 일자리 창출을 지지하는 정책 풀뿌리 마을기반 강화에 투자하는 정책, 이것이 지역사회 장기적인 경쟁력 강화의 전제조건이다”고 주장했다.

▲백운면 마실길은 2010년 한국형 생태관광 TOP10으로 선정된 진안고원의 아름다운 산야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통로, 마을과 마을을 연결해주는 문화와 이야기가 있는 16개 구간 216km로 형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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