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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영웅을 대하는 우리의 방식

  • 박남수 기자 wandopia@daum.net
  • 입력 2014.08.08 11:16
  • 수정 2015.11.04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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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을 열흘 앞둔 지난 5일, 신지도 항일운동기념공원을 찾았다. 태풍 뒤라지만 관리가 대체로 엉망이다. 100만 관광객 뒤에서 벌어지는 상황치곤 심히 부끄럽다. 최근 완도군이 주차장을 갖추고 자료관을 새로 짓는 등 항일운동 기념공원의 성역화 사업을 마쳤다. 그러나 언제나 공원에는 사람이 없다. 찾는 이도 없고, 맞는 이도 없다.

태극기는 찢겨 바람에 나부끼고 국기는 위쪽만 대롱대롱 매달렸다. 안내판도 넘어진 지 오래다. 기념탑 아래 새로 지은 자료관은 잠겼고 간신히 화장실만 열렸다. 자료관 바닥은 물에 흥건히 젖었다. 더구나 봄철이면 주차장은 다시마, 톳을 널어 말리는 작업장으로 변모한다.

이날 공원을 방문한 부천의 한 가족은 자료관 문이 잠겨 있어서 들어가지도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신지도 항일운동을 주도했던 이곳 출신 장석천, 임재갑 두 분 선생의 정신을 유리문 너머로 어렴풋이 느끼고 떠나야 했다.

기자는 최근 3년 동안 삼일절과 광복절에 이 곳 자료관 문이 열리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그래서 아직도 두 선생을 면전에서 뵙지 못한 상태다.

각계의 참여와 노력으로 기념탑과 공원이 조성됐다. 또 일제 폭력에 맞서 목숨을 바친 독립영웅들의 기록과 자료들, 그리고 흉상을 만들어 자료관에 전시했다. 그러나 유리문에 갇혀 볼 수는 없다.

드높은 하늘을 향해 당당한 김종식 전 군수의 청산도 흉상과 너무 대조적이지 않은가? 영웅을 대하는 우리의 예의와 정성이 여기까지라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하다.

영웅이 필요한 시대라고 다들 말한다. 최근 성웅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을 다룬 영화 관객이 1,000만을 넘었다고 한다. 완도에 영웅이 많음에도 그들을 우리가 잊고 사는 건 아닌지 광복절을 앞두고 돌아볼 일이다. 모도에서, 고금도에서, 신지도에서 그리고 소안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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