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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와 사위에 얽힌 꽃

완도에서 피는 꽃 이야기: 며느리밑씻개와 사위질빵

  • 박남수 기자 wandopia@daum.net
  • 입력 2014.09.03 14:50
  • 수정 2015.11.1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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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느리밑씻개(왼쪽)와 사위질빵(오른쪽)


들풀 중에서 며느리 들어간 이름이 몇 된다. 며느리밥풀꽃, 며느리배꼽, 며느리밑씻개 정도다. 하나같이 좋지 않은 어감이고 이미지다. 그 이름들에 얽힌 이야기에서도 나오지만 며느리의 상대는 늘 시어머니다.

그 시어머니의 존재가 참으로 독특하다. 자기 아들을 독차지했다 여긴 까닭인지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말할 수 없이 독한 존재다.

며느리밑씻개는 줄기에 날카로운 바늘이 많아서 거기에 손을 스치기만 해도 피를 보기 십상이다. 그런데 그런 풀로 밑을 씻으라니 이 얼마나 난감하고 끔찍한 일인가?

그런 어머니에게 사위는 전혀 다른 존재다. 그래서 백년손님인 사위가 처갓집에 오면 졸지에 씨암탉이 죽어난다. 혹시나 쓰게 될지도 모를 지게 멜빵끈조차 사위를 위해서 연하고 가는 덩굴로 엮었다. 쉽게 끊어지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런 풀이 사위질빵이다.

사위와 며느리에 관한 슬픈 이야기가 우리네 들풀 이름에 그대로 담겼다. 추석이면 사위와 며느리와 어머니가 함께 만난다. 이번 명절에 백년가족 며느리를 위해 시어머니가 직접 씨암탉 잡아 대접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더구나 외국에서 온 며느리라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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