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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초보은의 잡초

완도에서 피는 꽃 ⑦ 수크령

  • 박남수 기자 wandopia@daum.net
  • 입력 2014.09.16 15:50
  • 수정 2015.11.16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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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시대에 진(晋)나라 위무자의 아들 위과는 아버지 유언을 어기고 서모를 개가시켜 순사를 면하게 하였다. 당시 법은 남편이 죽으면 처첩들은 함께 순장해야 했다.

그가 전쟁에 나가 진(秦)나라의 두회와 싸워 위태하게 되었다. 이때 한 노인이 어둠을 타고 적군의 앞길 여기저기에 풀을 잡아매어 진격해오던 적의 군마들이 수없이 걸려 넘어졌다. 결국 위과는 두회를 사로잡아 승리했다.

그날 밤 위과의 꿈에 그 노인이 나타나 "나는 그대가 풀어준 서모의 아버지로서 그대가 내 딸을 살려주었기에 오늘 그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라고 말한 뒤 사라졌다. 결초보은(結草報恩)은 이 말에서 생겨났다.

그 결초보은의 풀이 수크령이다. 그령은 풀을 묶어 지나가는 사람을 걸려 넘어지게 한대서 유래했다. '그러매다'를 어원으로 그렁이, 그령으로 변했다 추측한다. 그령(암그령)의 짝이 되는 놈이 수크령이다. 그렇다고 그령(암그령)이 암꽃을 피우고 수크령이 수꽃 이삭을 피우는 관계는 아니다. 수크령의 꽃 이삭이 남성과 관련되어 수크령이 되었다.

논둑, 밭둑, 공터, 길가 어디라도 수크령 만발했다. 은혜에 보답할 줄 아는 잡초다. 배은망덕이 예사로운 요즘 귀감이 될 만한 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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