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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값 하는 꽃

완도에서 피는 꽃 이야기 ⑪ 구절초

  • 박남수 기자 wandopia@daum.net
  • 입력 2014.10.16 01:32
  • 수정 2015.11.1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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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시인에게 “무식한 놈”은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 못 하는” 사람이다. 모르면 안 보이는 법이니 그럴 게다. 구절초는 줄기에 아홉 개 마디가 있다고 해서 혹은 음력 9월 9일에 꺾는 풀에서 그 이름이 유래한다. 그래서 이때 채취해야 효능이 좋다고 한다. 구절초의 전성기가 딱 지금이다.

모진 태풍과 무더위, 폭우 다 겪고 아홉 마디 채우고 찬서리 내릴 때 피어나 전성기를 구가하는 구절초는 그래도 이름값 하는 셈이다. 이름값도 못하는 꽃, 나잇값도 못하는 인생이 세상에 어디 한둘이던가?

산이며 밭둑에 핀다. 요즘은 조경용으로 심어 도로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둘을 굳이 비교하자면, 기름진 퇴비에 의존해 피는 꽃은 어쩐지 무덤가에 핀 놈보다 향이 덜할 것 같고 마디 또한 아홉이 아닐 것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

구절초가 요즘 전성기다. 안도현의 짧은 시 "무식한 놈"을 보자.

쑥부쟁이와 구절초를/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이 들길 여태 걸어왔다니
나여,
나는 지금부터 너하고 絶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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