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인리 갯돌밭 지나 선창 쪽으로 가기 바로 전 왼쪽 산길을 오르면 그 입구에 야생 털머위들이 노랗게 피어 객을 반긴다. 50미터 쯤 더 오르면 넓은 터가 나온다. 3기의 묘가 있는 산소다. 참 단정하다. 묘 주인은 행복하겠다.
구절초가 드문드문 하얗게 핀 사이로 쑥부쟁이가 자줏빛 색을 뽐낸다. 키 크고 누런 미국미역취와 달리 작고 노란 우리 미역취가 있는 듯 없는 듯 욕심 없이 살아간다. 늦가을 이맘때라야 볼 수 있는 평화로운 정경이다.
그런데 스포츠머리처럼 깎아진 잔디 사이로 수도 없이 피어난 작은 자주쓴풀을 보아야 한다. 무더기로 빼곡하게 살아가지 않고 양팔 간격으로 넉넉하다.
연한 자주색 바탕 줄무늬는 이제 막 졸업해 취직한 신입사원의 깔끔한 셔츠를 떠올리게 한다. 매년 이곳을 찾는 이유는 자주쓴풀을 보기 위해서다. 혹시 당인리 가거든 자주쓴풀 밟지 않도록 조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