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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와 시간의 하모니, 맛도 향도 깊다

완도 토박이 어르신과 식탐 처자 봄이의 완도 맛집 기행 ③ 청국장찌개

  • 봄이와 어르신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4.12.04 02:14
  • 수정 2016.02.04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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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읍 식당 '한우랑 돼지랑'에서 맛볼 수 있는 청국장째개는 냄새도 고소하지만 담백하고 깊은 맛이 난다.


봄이: 어디에서 무엇을 먹을지에 대한 고민을 점심시간 삼십분 전부터 한다니까요. 사내식당이 있으면 좋겠지만 사내에 식당이 있는 회사는 많지 않거든요. 반찬 고민 없이 누가 차려주는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건 큰 행운이에요.

어르신- 아무렴 그렇고말고. 무얼 먹을지 고민만 하다가 아무거나 먹자라고 하잖니. 오죽했으면 ‘아무거나’ 라는 메뉴가 다 생겼겠어. 오늘은 고민하지 말고 ‘한우랑 돼지랑’ 가서 뚝배기에 보글보글 끓인 청국장 먹자꾸나.

봄이- ‘한우랑 돼지랑’이요? 처음 들어보는 식당인데 고깃집에서 청국장을 판다구요?

어르신- 나도 삼겹살 먹으러 갔다가 알게 되었지. 그 집 청국장은 냄새도 고소하지만 담백하고 깊은 맛이 나더라.

봄이- 청국장을 제가 살던 동네에선 담복장이라고 불렀어요. 하지만 냄새 난다고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병자호란 때 들어온 음식이라고들 하던데요.

어르신- 우리가 메주콩이라 부르는 대두의 원산지가 만주 지역이란다. 고구려인들이 먹기 시작했네, 중국 청나라에서 들어온 음식이네, 여러 말들이 있는데 정확한 유래는 모르고 추측만 할 뿐이지.

이야기 하는 사이 맛깔스런 반찬들과 커다란 뚝배기에 담긴 청국장이 나왔다.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것도 잊은 채 봄이와 어르신은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봄이- 우아 맛있어요. 짜지도 않고요. 완도에 와서 적응하기 힘들었던 것 중 하나가 음식들이 짜다는 거였는데 이 청국장은 짜지 않네요. 씹히는 콩알은 고소하고 보들보들한 두부가 뚝배기 한가득이에요. 서울에도 청국장 잘하는 식당은 정말 드물거든요. 몇몇 집은 번호표 받고 식당 입구에서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는데 그런 유명한 식당과 비교해도 맛이 뒤지지 않을 것 같아요. 반찬도 입맛에 맞고 너무 맛있어요.

어르신- 그렇지? 사장님이 맛있게 끓여내기도 하지만 청국장도 특별 주문 한다더라. 그래서 냄새도 좋고 간도 적당한 것 같구나. 이 집 아니면 이런 청국장을 맛볼 수 없지.

봄이- 외할머니가 끓여주던 청국장처럼 고소해요. 청국장 특유의 냄새도 안 나고 점심시간에 청국장 먹고 회사에 들어가면 다들 냄새 난다고 하거든요. 이 집만의 비법이 있나 봐요. 한 그릇 뚝딱 비우고도 더 먹고 싶으니 이 청국장이 밥도둑이네요.

어르신- 나 어릴 적엔 찌개에 김치 한 가지만 있어도 행복했지. 그때는 늘 배가 고파서 푸짐하게 차려 먹고 싶었는데 지금은 그때의 부족함이 그리워지는구나. 조금 부족한 듯 먹어야 음식 귀한 줄 알지. 음식을 남기지 않는 습관도 꼭 필요하고 말이다.

봄이- 맛있는 청국장을 먹어서 너무 행복해요. 보세요! 뚝배기 바닥까지 싹싹 비웠잖아요.

어르신- 그럼 그래야지 잘했구나. 내일은 완도 오일장이 서는 날이니 장터 구경 가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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