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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밥처럼 맛있는 장터 백반

완도 토박이 어르신과 식탐 처자 봄이의 완도 맛집 기행 ⓸ 장터 식당

  • 봄이와 어르신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5.01.08 05:25
  • 수정 2016.02.04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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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 오일장 박순덕씨네(완도읍 망석리) 밥집에 반찬(안주)으로 나온 닭갈비가 맛있게 익었다.


똑같은 맛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체인 식당이 셀 수 없이 많아졌지만 집에서 먹는 밥만큼 맛있는 밥이 또 있을까? 5일 장터 장옥(팔각정) 식당에 가면 집 밥 같은 백반을 만날 수 있다.

봄이- 장날이라 주차할 곳이 없네요.

어르신- 장 근처는 복잡하니 멀찍이 주차하고 슬슬 걸어가자꾸나. 팔각정 아래 호미랑 조새 올려놓은 평상 보이네. 그 뒤가 식당이란다.

봄이- 술 드시는 분들이 많네요. 양은그릇에 막걸리 드시는 걸 보니까 옛 주막에라도 온 것 같아요.

어르신- 팔러 나온 장꾼들이나 새벽부터 서둘러 섬에서 나온 사람들에겐 뜨끈한 국물에 소주 한잔이 추위를 이기는 힘이지. 친한 사이가 아니어도 술 한 잔 권하며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곳이 장터 아니겠니.

봄이-  백반은 1인분에 5천원, 은근한 연탄불에 구워먹는 닭갈비가 한 접시에 만원이네요. 우리도 빨리 먹어봐요. 익은 김치, 생김치, 감태지에 나물 3종류 어묵, 멸치볶음, 된장국도 주고 동태지개까지 나오네요. 우와 너무 푸짐해서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불러와요.

어르신- 밥도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걸 보니 입안에 군침이 도는구나.

봄이-  동태찌개 한 모금에 얼었던 몸이 사르르 녹는 것 같아요. 국물이 비릴 줄 알았는데 개운해요. 어떻게 이럴 수 있죠?

어르신- 동태의 내장을 깨끗이 제거하고 끓여야 텁텁하지 않고 이렇게 개운한 맛이 나는 거란다. 이 식당 주인 음식 솜씨가 좋구나.

봄이- 어르신들이 뜨거운 국물 마시며 ‘아유! 시원하다’라고 하던데 바로 이 느낌이었군요. 닭갈비도 연탄불에 구워먹으니 훈제 치킨이에요. 야들야들 부드럽고 양념도 매콤하고 맛있어요. 닭발도 있네요. 다음엔 닭발 먹어야겠어요. 반찬이 맛있어서 먹다보니 밥이 부족한데 한 그릇 더 주문할까요?

어르신- 밥이 적다 싶으면 더 달라고 하면 된단다. 먹고 싶은 만큼 먹어도 추가금이 없어. 예전엔 배고파하는 사람이나 동물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세상이었지. 요즘은 무엇이든 돈으로 환산하는 세상이라 장터에서나 이런 인심을 볼 수 있단다.

봄이-  밖에서 연탄에 굽고 있는 생선도 맛있어 보이는데 이름이 뭐에요?

어르신- 지역에 따라 다르게 불리는데 여기선 딱돔이야. 너무 맛있어서 새로 사귄 애인에게만 준다고 샛서방고기라고도 불린단다. 생선도 연탄에 구워야 제 맛이지. 딱돔 구이는 두 마리에 만원이라니 둘이 와서 만원씩 내면 밥이든 술이든 푸짐하게 먹고 갈 수 있겠구나.

봄이- 반찬이 모두 맛있어서 반찬에 밥 한 그릇, 찌개에 또 한 그릇 벌써 두 그릇째 먹었어요.

어르신- 나도 여기만 오면 배불리 먹게 되는구나. 대형 마트들이 생겨 오일장도 예전 같지 않아. 꽁꽁 언 땅에서 봄나물을 캐고 차가운 겨울 바다에선 감태 작업해서 팔러 나온 엄마들의 모습을 언제까지 볼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장터의 이 푸근함이 변하지 않고 오래도록 이어져야 할 텐데.

봄이- 변화에 부응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꼭 지키고 보존해야 할 것들이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죠. 저도 장은 꼭 5일장에서 봐야겠어요. 장도 보고 맛있는 밥도 먹고요.

어르신- 암 그래야지. 오다보니 매생이가 나왔던데 다음에 매생이 먹어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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