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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동설한에 시누대 꽃피었다

완도 야생화: 시누대(신우대, 신의대)/화본(벼)과

  • 박남수 기자 wandopia@daum.net
  • 입력 2015.01.21 21:27
  • 수정 2015.11.04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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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전날 막내였던 내가 늘 했던 일 있다. 뒤안 대샅에서 시누대 베어오는 거다. 적당한 길이로 잘라 껍데기 벗기고 씻은 뒤 엄마한테 건네면 모락모락 김나는 솥 뚜껑을 열고 그걸로 시루 깊숙이 찔렀다. 아래까지 고루 익었는지 알아보기 위함이었을 거다.

시누대 곧은 줄기로 화살을 만들었다. 활시위를 떠난 화살은 어디엔가 박혀 그것을 박살내든지 스스로 박살나든지 둘 중 하나였을 거다. 궁복이 쏜 화살이 아마 해적들 대가리를 작살냈을 거다. 또 속이 빈 시누대에 여덟 개 구멍을 뚫고 불면 피리가 된다. 한밤 중에 나는 피리 소리는 사람의 애간장을 다 녹인다.

씻어 불린 쌀을 일건질 때 쓰는 조리를 시누대로 만들었기 때문에 조릿대라 불렀다. 이렇듯 시누대는 식기로, 악기로, 또 무기로도 쓰였다.

정도리 대샅에 시누대 꽃 푸지게 피었다. 대나무는 60년 만에 한번 꽃을 피우고 죽는다고들 한다. 뿌리를 이용해 번식하도록 진화한 대나무가 꽃 피우는 것을 두고 말들이 많다. 인간사의 길흉을 대나무 꽃을 보고 점치려는 나약함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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