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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의 산들 ④ 여서도 여호산

이승창(완도군 어촌민속전시관 관장)

  • 이승창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5.01.29 01:09
  • 수정 2015.11.03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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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발 352미터 여호산이 여서리 마을을 포근히 감싸고 있다.


여서도는 200여개 넘는 완도의 섬 가운데 가장 남쪽에 자리잡고 있다. 청산도와 제주도의 중간이며, 직선거리로 완도까지 41㎞, 제주까지 약 40㎞, 거문도까지 30㎞이다. ‘천혜의 아름다운 섬’이라는 뜻의 ‘여서도(麗瑞島)’라는 이름은 해방 이후에 붙여졌으며, 일제 강점기에는 ‘태랑도(太郞島)’라 불렸다.

완도에서 여객선으로 3시간 정도 걸리는 여서도는 완도항에서 하루 한 번 출발하는 여객선 ‘섬사랑 7호’를 타야 갈 수 있다. 이 배가 여서도 가는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작은 섬에 높이 3백미터가 넘는 산이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여호산의 등산로는 U자형으로 이루어져 원점회귀 산행을 한다. 지난 11월 15일 오후 산친구들과 여서도로 향했다. 다음날 새벽산행을 마치고 오전 10시에 여서도를 출발하는 여객선을 타고 완도로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해질 무렵 여서도에 도착한 일행은 민박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11월 16일 새벽 6시부터 헤드랜턴 불빛에 의지해 산행을 시작했다. 마을 우물을 지나 개울을 건너 오르막길을 오른다.

산행을 시작한지 6~7분 지나 등산로를 가로막는 문을 만난다. 여서도에서는 소를 방목하는데, 소들이 마을로 내려오지 못하도록 문을 잠근다. 출입문을 통과하여 10분쯤 더 오르자 이번에는 돌담이 나타났다. 등산객들의 왕래를 위해 돌담의 일부를 터 길을 놓았다.

산행을 시작한지 한 시간쯤 지나자 울창한 숲을 지나 시야가 확 트인 능선에 이른다. 구름이 짙게 낀 날씨라서 평소보다 늦게 날이 밝아 왔다. 아마 맑았다면 동쪽 수평선 주위가 붉게 물들면서 아래서부터 서서히 솟구쳐 오르는 이글거리는 태양을 만날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 능선에서 바다 건너 동쪽을 바라보니 수평선 위에 뻗어있는 섬은 거문도로 여서도에서 청산도 다음으로 가까운 섬이다.​

능선을 따라 5분쯤 올라가니 봉화대가 나타난다. 봉화대에서 북쪽을 바라보면 청산도가 보이고, 그 왼쪽은 소모도와 대모도이다. 그 너머로 완도가 버티고 있으나 이날 흐린 날씨 탓에 흐릿하다. 불과 5백 미터 정도 떨어진 건너편으로 여호산 정상이 보인다.

봉화대에서 평탄한 능선길을 10여분쯤 걸어가니 여호산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 표지석이 없어 정확한 정상 지점은 알 수 없다. 쉬지 않고 산행을 이어간다. 이제부터는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정상에서 20여 분 걸어 사형제바위에 도착했다. 사형제바위 이정표에 여호산 정상까지 0.55㎞, 무인등대까지 1.4㎞, 마을까지는 2.2㎞로 표시되어 있다. 등산로 옆의 좁다란 땅에 묘지가 자리잡고 있다. 평지가 거의 없는 여서도에서는 묘자리 구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을 거다.

사형제바위에서 내리막길을 25분쯤 내려오니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으로 올라가면 무인등대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마을로 가는 길이다. 일행은 마을로 향했다. 어느덧 어설프게 만들어진 등산로 출입문을 만난다. 역시 방목한 소들의 출입을 통제하기 위한 문이다. 이곳을 지나 7~8분쯤 더 내려오니 마을안길을 만나면서 산행을 마무리했다.

여호산의 등산로는 5.11㎞로 비교적 짧다. 산행은 3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날씨가 좋은 날에 능선에 올라서면 제주도, 거문도, 완도, 청산도 등 남해안의 크고 작은 섬들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산행 후 마을의 돌담을 보는 것도 또 다른 볼거리다.

남해의 절해고도인 여서도의 매력은 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계곡물과 계곡에서 솟아나는 샘물로, 도심의 번잡함과 소란스러움을 피해 편안하고 아늑한 휴식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휴양지로 추천할 수 있는 섬이다.

육지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섬인 탓에 시계바늘이 60년대에 멈춘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여서도는 진한 그리움과 고독의 섬으로 남아 있다. 등산과 스킨스쿠버, 바다낚시를 함께 즐기는 사람에게는 취미와 휴가를 동시에 즐기기에 적합한 섬이다.


들머리(보건진료소) ← 1.8㎞ → 봉화대 ← 0.56㎞ → 여호산 정상(352m) ← 0.55㎞ → 사형제바위 ← 1.4㎞ → 무인등대 ← 0.8㎞ → 들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