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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향기가 길을 막아선다?

(완도 야생화)길마가지나무/인동과

  • 박남수 기자 wandopia@daum.net
  • 입력 2015.02.04 22:07
  • 수정 2015.11.04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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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색깔을 잃은 구계등 겨울 숲에 서면 바람이 몹시 차다. 갯돌조차 차갑다. 확 트인 바다를 옆에 끼고 무심코 걷다보면 어디에서 코끝을 자극하는 향기가 있다. 추위에 아랑곳 않고 손톱만한 작은 꽃에서 꽃술 반듯이 세우고 진한 향을 풍긴다. 

마른 가지에서 잎보다 먼저 꽃이 핀다. 꽃이 진 뒤 잎이 나고 여름에 하트 모양의 붉은 열매가 열린다. 물컹한 열매의 맛은 별로다. 이번에 출간한 오영상의 ‘전라도 야생화’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관상용으로 심으며 꽃이 향기가 강해 꽃차로도 마신다.”(465쪽)

길마가지 이름의 유래도 다양하다. 꽃 향기가 강해 지나는 사람의 길을 막았다는 설을 다수가 믿는다. 하트 모양 붉은 열매가 소의 등에 짐을 싣기 위해 얹는 도구인 ‘길마’(혹은 질매)를 닮았다는 설도 유력하다. 

길마가지나무 꽃은 흔히 봄꽃의 대명사로 등장하는 복수초, 매화보다 먼저 핀다. 그러면 봄은 길마가지 꽃의 향기에서 시작하는 것인가. 구계등 바닷가 산책로를 걸어보라. 당신의 길을 막는 기묘한 향의 귀물이 바로 길마가지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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