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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이별 그리고 눈물이 있었던 곳

옛 거리를 찾아서 ② 나포리 다방

  • 위대한 기자 zunjo@naver.com
  • 입력 2015.03.05 01:22
  • 수정 2015.11.09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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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번 주인이 바뀐 완도읍 군내리 나포리 다방이다. 지금은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커피전문점에 밀려 다방이 사라져가고 있다.

완도읍 군내리 농협 군지부 옆 한 장소에서만 70년 넘게 명맥을 유지했던 ‘나포리 다방’이 있다. 이곳은 한 때 청해 다방과 함께 어르신들의 만남의 장소 아니 낙원으로 불렸다.

언제 또 누가 지었는지 ‘나포리’라는 이름이 멋있게 느껴진다. 근대식 건물의 흔적인 나무벽도 남아 있다. 그 동안 주인이 여러 번 바뀌었던 다방은 2013년까지 영업을 했다.

나포리 다방에 대한 추억을 알기 위해 찾아간 곳은 완도읍 어느 경로당. 그곳에서 만난 여든이 넘은 할아버지들이 말했다. “해방(1945년) 후 바로 생겼어! 참 오래 되었지. 아마 완도에서 제일 오래 되었을 거야! 아침에 그곳에 들러 쌍화차에 노른자 동동 띄워 한잔씩 했어! 참 맛있었지” 하며 한 할아버지가 기억을 더듬으며 말했다.

또 다른 사람은 그곳에서 선도 많이 보고 늘 만남의 장소로 이용했던 곳으로 기억했다. 음악실도 있어 마담에게 음악을 신청하면 원하는 곡도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또 나포리 다방의 마담은 항상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손님을 반기고 예의가 분명 했다고 이야기하는 이도 있었다.

나포리 다방 앞으로 버스가 지나다니면서 그곳은 만남과 이별의 정류장이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 따뜻한 차 한잔할 수 있는 곳, 이별을 통보하고자 마지막 만남을 가졌던 장소다.

6,70년대에 추억을 말해준 완도읍 김 모(67)씨는 “그 당시 우린 자주 못 들어갔어. 선배들이 있어 우리가 가서 놀만한 장소가 아니었지. 선배들에 대한 예의가 확실했던 시대였어! “그 당시 티(홍차와 위스키를 섞어 만든 음료)를 팔았지. 말하자면 술이었는데 유리컵에 담긴 티를 보고 있으면 저녁노을을 보는듯한 황홀한 기분이 들어서 몇 잔 씩 마신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아침 등교길에 그 앞을 지나가면 커피향이 너무 좋았다. 우연히 만난 담임선생님이 사준 따끈한 우유 한잔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나포리 다방’이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만 살아 있는 것이 아쉽다. 이 곳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을 수 있는 공간으로 남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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