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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단무지가 꽃을 피운다면

완도의 야생화: 무와 배추/십자화과

  • 박남수 기자 wandopia@daum.net
  • 입력 2015.04.30 04:18
  • 수정 2015.11.04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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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꽃(왼쪽)과 배추꽃(오른쪽)


김치의 재료인 배추와 무는 어떤 꽃을 피울까? 그들에게 꽃이 있기나 할까?

아주 오래 전 시골에서 태어나 자란 경우가 아니라면 어쩌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모를 수도 있다. 더구나 갈수록 분자화되고 분업화된 세계에서 소비자는 상품의 생산 정보를 전혀 알 수 없다. 치킨을 맥주와 함께 즐기는 ‘치맥’ 안에 닭 사육 과정과 그 위해성은 감춰지기 때문이다. 달콤하고 맛있게 조리되어 식탁에 놓이면 그만이다.

무는 뿌리를, 배추나 상추는 잎을 절이거나 가공해서 먹는다. 그러니 우리는 흔하게 꽃을 볼 수 없다. 꽃이 없으면 열매(씨앗)를 거둘 수 없는데도 어디선가 뿌리와 잎이 끊임없이 생산된다. 그렇게 김치가 만들어진다.

배추값 파동으로 수확을 포기하고 갈아엎어지고 버려진 밭에서 노랗게 꽃을 피운 배추꽃을 본다. 유채꽃을 닮았다. 갓도 닮았다. 만약에 제값에 팔려갔다면 꽃은 어림도 없다. 무꽃은 흰색 바탕에 자주색이나 푸르스름한 핏줄 같은 금이 보인다. 다 같은 십자화과 김치네 형제들이다.

배추와 무꽃을 몰라도 이 세상 사는데 전혀 불편은 없다. 그러나 자연계를 보자면 이들이야말로 만물을 먹여 살리는 녹색 생산자였다. 그들의 꽃을 불러주는 것은 어쩌면 자연으로 돌아가는 시작일지도 모른다. /박남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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