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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의 다른 이름 등나무

등나무/콩과

  • 박남수 기자 wandopia@daum.net
  • 입력 2015.05.06 22:08
  • 수정 2015.11.04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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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 항만여객터미널 앞마당이 공사로 어지러운 가운데 등나무 꽃 흐드러지게 피었다. 꽃그늘이 참으로 향기롭다. 제주나 청산가는 손님들이 짐 풀고 잠시 쉬어가기 안성맞춤이다.

콩과 식물이 다 그렇듯 뿌리가 스스로 질소를 만들어내는 놀라운 재주 덕분에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란다. 여기에 무엇이라도 감고 오르는 곡예사의 기질도 타고 났다. 향기로운 꽃이 지면 무성한 잎으로 길손을 위해 넓은 그늘을 만든다.

그런데 등나무는 지울 수 없는 불명예를 가지고 있다. 갈등의 원흉이자 원인 제공자다. 칡덩굴과 사촌인 관계 때문이다. 등(藤)나무는 오른쪽 감기로 살아가지만 칡(葛)은 왼쪽으로 나무를 감고 올라간다. 둘이 부딪힐 것은 뻔한 일이다. 그래서 갈등(葛藤)이란 말이 생겨났다.

오른쪽으로 감든 왼쪽으로 감든 어느 하나가 옳다 그르다 말할 순 없다. 건강한 사회에서는 나와 다른 상대의 생각과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할 줄 안다. 칡과 등나무가 이럴 때 하물며 사람의 일이야 오죽할까. 크든 작든 어느 사회나 갈등은 있다. 갈등을 줄이고 해결하며 살아갈 뿐이다. 새가 양쪽 날개로 하늘을 날듯 그래서 서로 간 균형이 중요하다.

지금 항만터미널에 가면 등나무 꽃향기가 객을 반긴다. 여름이면 시원한 그늘도 만들어 줄 것이다. 그런데 이곳 등나무는 오른쪽 대신 왼쪽으로 감았다. 그렇다고 등나무가 아니라 할 수도 없지 않겠는가. /박남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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