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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노란 비파 익는다

완도 야생화: 비파나무/장미과

  • 박남수 기자 wandopia@daum.net
  • 입력 2015.05.14 02:29
  • 수정 2015.11.04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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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이 만개한 시대에는 풀도 나무도 고생한다. 과실수이든 정원수이든 모든 가치가 오로지 돈으로 평가된다. 돈이 되는 나무가 유행한다. 유행의 기간도 갈수록 짧아진다.

요즘 가로수로 홍가시나무가 유행이다. 신지대교 지나 여기저기서 자라고 완도읍 오일장 길 언덕에도 최근 심었다. 새순이 빨갛게 돋아나는 것이 높은 점수를 딴 모양이다. 유실수로 블루베리가 유행하더니 이제 아로니아가 대세다. 황칠나무의 유행은 좀 오래 갈 것 같다. 웰빙 대열에 들었기 때문이다. 일단 먹고 보자는 우리들의 고약한 심보의 소산이다. 상황봉 중턱에서 자라는 아름드리 황칠나무는 이미 전문업자들에 의해 잘려나갔다는 얘기가 들린다.

황칠나무와 함께 비파나무도 요즘 유행이다. 비파나무는 황토산업으로 선정돼 각종 지원과 호강을 누렸고 비파영농조합법인이 다양한 상품도 개발했다. 최근에는 비파와인이 주류면허를 얻어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갈 거라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비파나무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버릴 게 하나도 없다. 잎은 차로, 열매는 쥬스와 와인으로, 씨앗조차 약으로 쓰일 정도다.

비파나무 이파리가 목이 긴 항아리처럼 생긴 옛날 현악기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전하지만 실감은 나지 않는다. 동백처럼 겨울에 꽃이 핀다. 흰색 꽃이 지면, 열매는 봄에 녹색이었다가 초여름에 어른 엄지 마디 크기로 노랗게 익는다. 그 안에 굵은 씨앗이 1~2개 혹은 2~3개 들었다. 다 익은 열매는 단맛, 신맛, 떫은맛이 섞였다. 어려서 볕 바른 뒤안에 지붕 높이만 한 나무에서 열리는 비파 열매는 요긴한 간식거리였다.

비파나무 또한 유행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과자가 귀하던 시절에 남의 집 담 너머에서 훔친 비파 한 움큼을 입 가득 넣었을 때 노란 그 맛을 어찌 잊을까. /박남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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