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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인 세상 번뇌 실타래 풀리듯 했으면

완도 야생화: 타래난초/난초과

  • 박남수 기자 wandopia@daum.net
  • 입력 2015.05.21 03:22
  • 수정 2015.11.04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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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 옆 잔디 틈에서 초록 꽃대가 솟았는데 가느다란 꽃대를 빙빙 돌며 아래서부터 위로 연분홍 꽃이 피며 올라간다. 꽈배기 같다. 이름이 타래난초다. 예쁘다고 뿌리째 캐서 화분에 키울 생각일랑 마시라. 타래난초는 잔디와 불가분의 관계라서 서로 떨어지면 살 수 없다. 아무 데서나 살아갈 수 없는 제약 때문에 타래난초는 공간 효율을 극대화했다. 가히 공간 디자인의 예술적 경지다.

그런데 5월에 피는 타래난초에는 슬픈 이야기가 전한다.

이승에서 못다 한 망자의 자식 사랑이 발에 걸려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이승에 남아 백팔 개의 번뇌를 하나씩 꼬아가며 후손의 복을 빌어 준 뒤 구천길로 향한다는 내용이다. 실타래처럼 번뇌를 백팔 번 꼬고 또 꼰다. 때론 벌과 나비로 환생한 조상들로부터 격려를 받으며 꼬기가 끝나면 마침내 망자는 한을 풀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이승을 떠난다고 한다.

요즘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 많은 이들이 불의에 세상을 뜨고 죽은 이들이 오히려 산자들을 걱정하는 꼴이다. 백성들이 오히려 나라를 걱정하는 형국이다. 살아남은 자들이 더 불쌍하다.

꼬일 대로 꼬인 세상 번뇌가 실타래 풀리듯 술술 풀리면 좋겠다. 타래난초 보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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