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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중효과’ 보려면 ‘의미 있는 청중’을 만들어라

장동일(완도성광교회 협동목사/세계인학교 대표)

  • 장동일 zunjo@naver.com
  • 입력 2015.05.21 08:58
  • 수정 2015.11.04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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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일(완도성광교회 협동목사/세계인학교 대표)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을 지켜보는 청중 혹은 관객이 있다면 행동은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 클라이브 톰슨이 쓴 ‘생각은 죽지 않는다’를 보면, 사람들이 보고 있는 것을 의식할 때 성취도가 달라지는 ‘청중효과’(audience effect)에 대한 소개가 나온다. 이러한 청중효과는 긍정적 성취 혹은 부정적인 성취를 가져올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발표에 두려움을 가진 사람에게 청중은 공포 자체가 될 것이고, 발표를 즐기는 사람에게 청중은 발표의 보상이 될 것이다. 학생의 경우, 시험을 볼 때 감독자가 있어서 안심하고 시험을 볼 수도 있지만 감독자를 지나치게 의식해서 시험을 잘 못 볼 수도 있다.

2008년 밴터빌트대학교의 교수진은 청중효과가 네다섯 살짜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나타나는가를 실험했다. 우선 아이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어 여러 색깔의 벌레들이 일정한 법칙에 따라 이어지는 그림을 보여준 후 다음에 나올 벌레를 맞추게 하는 문제를 냈다. 그 후 첫 번째 집단에게는 문제를 스스로 풀게 했고, 두 번째 집단에게는 문제를 푸는 방법을 녹음기에 대고 설명하라고 했다. 하지만 녹음된 테이프는 각자가 간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그룹에게는 문제를 푸는 방법을 엄마 앞에서 설명을 했다. 이때 엄마는 단지 듣기만 할 뿐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더 어려운 문제들을 풀며 단계를 높여 나갔다.

그러면 어느 집단이 가장 많은 문제의 정답을 맞혔을까? 엄마라는 의미 있는 청중 앞에서 문제를 설명한 아이들이었다. 문제가 까다로워질수록 엄마에게 설명한 아이들의 성적은 더욱 좋아졌고, 혼자 푼 아이들보다 약 두 배의 문제를 맞혔다. 이러한 현상은 초·중·고등학교 학생과 성인에게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2009년 클렘슨 대학의 마크 교수는 학생들에게 다른 나라의 학생들에게 보낼 글을 쓰라는 과제와 교사들에게 내기 위한 글을 쓰라는 과제를 주는 실험을 통해, 전자의 경우에 더 길고 더 논리적이고 더 풍부한 내용의 글을 썼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것은 온라인 사이트에 공개할 글을 쓸 때도 나타난다. 어떤 사이트에 어떤 수준의 독자들이 보는가에 따라 학생들의 글쓰기 수준도 달라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꼭 청중이 많아야 ‘청중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관계이다. 말하는 자와 듣는 자가 의미 있는 관계일 때 그 효과는 더욱 크고 빛을 발한다.

세계인학교 친구들은 요즘 8월 11~13일, 청산도에서 열릴 ‘세계인 장보고 캠프’를 지식으로 준비하고 있다. 지난 2주일 동안 ‘지도로 보는 한국사’로 선사시대부터 통일신라시대까지 역사를 배웠고, 이어서 ‘해상왕 장보고, 바다 실크로드에서 활약하다’를 열심히 읽고 있다. 한국사를 어려서부터 배우는 것이 정말 유익한 일임에도 시간(시대), 공간(지도), 수준의 차이로 여러 어려움을 겪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르쳐야 하는 나의 입장은 설상가상이다. 사실 수업을 준비할 때 사전 없이는 책 한 페이지도 진행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끝까지 책을 읽어낼 수 있었던 것은 지식을 배우기 위해 오는 학생들, 내게 가장 ‘의미 있는 청중’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 덕분에 나 역시 한국사가 재미있어졌다. 똑같은 내용을 여러 번 설명하면서 과거의 시간과 공간과 인간이 나의 ‘뇌서재’에 자리를 잡았다.

“목사님 우리를 똑똑하게 해주시고 책의 지식을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목사님 덕분에 우리가 똑똑하게 자랐습니다. 어른이 되면 더 똑똑해져서 사람을 돕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지난 스승의 날, 세계인 은찬(9세)이가 쓴 편지다. “세계인 친구들 덕분에 내가 똑똑하게 되었고, 한국사 책도 재밌게 읽게 되었단다. 나도 더 많은 사람을 돕는 사람이 될게. 고맙다.” 이것이 ‘청중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나의 답장이다. 8월, 세계인 장보고 캠프가 정말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