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다시 마을의 중심이 되기를 희망하며

옛 거리를 찾아서 ④ 46년째 자리 지키는 원일상회

  • 위대한 기자 zunjo@naver.com
  • 입력 2015.05.21 12:48
  • 수정 2015.11.04 15:12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월이 지나면 도시의 모습도 바뀌기 마련이지만 언제나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며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곳도 있다. 군내리 원일상회에 들어서는 순간 그 동안 잊고 지내던 학장시절의 추억들이 떠올랐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는 속담처럼 등하굣길 친구들과 함께 군것질거리를 사려고 들락거리던 상점이 그 골목 그 자리에 있었다.

어릴 적 일들은 사소한 추억이라도 아름답게 기억되나보다. 초등학교 시절 군것질이 우리에겐 유일한 낙이었기에 원일상회는 우리에게 보물창고 같은 곳이었다. 어쩌다 친구가 과자 라도 한 봉지 사면 여러 명의 친구들이 얻어먹으러 달라붙었고, 상점 안이 학생들로 북적거리면 과자를 슬쩍 훔치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도둑질은 나쁘다 생각하면서도 훔친 과자를 나눠주면 신이 나서 먹기도 했다.

으뜸 중에 으뜸이라는 뜻을 상호에 담은 원일상회는 46년째 주인 박인동(74)씨가 지키고 있다. 1969년 연탄불에 풀빵을 굽기 시작하면서 시작된 원일상회는 주인 박 씨의 노력으로 주변에서 파는 빵과 경쟁이 안 될 정도로 맛있었다고 한다. 그 빵이 얼마나 인기가 있었는지 지금도 예전 별명인 ‘빵 아저씨’라 부르는 사람들이 많단다.

몇 년을 쉴 틈 없이 연탄에 풀빵을 굽다보니 연탄가스로 인해 건강이 나빠져 고민하고 있을 때 장인의 소개로 핫도그라는 음식을 알게 되었고 서울 마포까지 올라가 반죽하는 비법을 배워왔다. 김 씨는 당시 핫도그를 광주보다도 먼저 팔기 시작했고 장사가 너무 잘돼 집까지 장만하게 되었다고 한다.

 

 

 

 



장사가 잘되는 원일상회를 보고 주변에 비슷한 상점들이 열 개가 넘게 생겼지만 현재 유일하게 원일상회만이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지역 주민을 자신보다 먼저 생각한다는 박 씨는 아직까지 한 번도 문을 닫은 적이 없다고 한다. 잠시라도 문을 닫으면 손님들이 불편을 겪게 되고 반복되면 신뢰를 잃게 된다는 게 이유다.

완도에 대형 마트가 여럿 생기고 자본에 밀려 작은 상점들이 하나, 둘 문을 닫는 실정이지만 원일상회는 46년간 건재하다. 그 이유에 대해 박 씨는 고객을 먼저 생각하고 대형 마트만큼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판매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터뷰 도중 담배와 커피, 막걸리를 사러 원일상회에 들리는 주민들을 친절하게 대하는 한결같은 모습에서 그 동안 영업을 하며 몸에 밴 서비스정신을 볼 수 있었다.

우리가 구멍가게라고도 부르던 상점은 마을의 중심이었다. 그곳은 마을 사람들이 모여 정담을 나누는 곳이었고 온갖 정보가 모이고 분배되는 곳이었다. 때때로 수수료 없는 부동산 중계소 역할을 하던 곳도 마을에 한, 두 개 있던 상점이었다. 눈에 띄게 사라져가는 마을의 작은 상점들을 보면 안타깝다. 작은 상점들이 우리 곁에 오래 남아 마을의 중심 역할을 계속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고민해야 할 때이다.

 

 

저작권자 © 완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