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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박하고 슬픈 꽃

완도 야생화: 찔레꽃/장미과

  • 박남수 기자 wandopia@daum.net
  • 입력 2015.05.28 09:27
  • 수정 2015.11.04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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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을 노래한 이들이 많다. 양희은이 그렇고 이연실도 있다. 다들 슬프게 부른다. 요즘은 장사익의 찔레꽃이 대세인 듯하다. 그는 순박한 꽃이라 했다. 별처럼 슬프고 달처럼 서럽다 했다. 그 향기가 너무 슬퍼서 목 놓아 운다고 노래했다.

찔레꽃이 왜 이렇게 아프고 슬픈 꽃이 되었을까? 아마도 꽃 필 무렵이 배고팠던 과거의 기억 때문에 그랬던 것으로 보인다. 이 시기 가뭄을 찔레꽃가뭄으로 불렀으니. 이맘때 다들 찔레 순 껍질을 벗겨 먹으며 컸다. 

찔레꽃은 장미과에 속하는 우리 토종 꽃이다. 햇살을 좋아한다. 산과 들, 길가 어디라도 양지바른 곳이면 잘 자란다. 돌무더기에서도 덩굴을 뻗으며 군소리 없이 피어난다. 한여름 길가에서 아스팔트 안으로 낮게 포복하며 진출을 감행하는 놈도 있는데 땅찔레(돌가시나무)로 찔레꽃과 구분한다. 찔레 열매는 겨울까지도 빨갛게 남아 배고픈 산새들의 달콤한 먹이가 된다. 배설물 속에서 살아남은 씨앗은 더욱 멀리 퍼져 새봄에 그 순박한 향기를 퍼뜨린다.

양희은이 부른 찔레꽃은 시인과 촌장 하덕규가 만든 노래다. 찔레꽃 피면 돌아오겠다고 약속하고 전쟁터로 나간 뒤 결국 돌아오지 못한 남편에 대한 여인의 애잔한 슬픔을 그렸다. “너는 이렇게 차가운 땅에 누워 저기 흐르는 하얀 구름들만 바라보고 있는지. 나도 그렇게 네가 있는 나라 보았으면 좋겠다.” 한국전쟁이 낳은 하덕규 어머니의 실화라서 더욱 슬프다. /박남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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