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뭇 나무들의 선구자

완도 야생화: 예덕나무/대극과

  • 박남수 기자 wandopia@daum.net
  • 입력 2015.07.02 07:41
  • 수정 2015.11.0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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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리 구계등 숲 맨 앞줄에 키 작은 나무들이 어깨동무하고 있다. 그 틈 여기저기에 손바닥만 한 이파리 위로 무수한 꽃대궁이 하늘 향해 기립했다. 꽃은 원색의 요란함 대신 연두색과 노랑의 중간 톤으로 보는 이의 눈이 아주 편하다. 예덕나무다.

예덕나무는 암수가 서로 다른데 남아를 더 선호하는 우리 사회를 닮았는지 수꽃이 암꽃(사진 왼쪽)보다 많다. 남녀 부동석의 유교적 전통에 빗대 예(藝)와 덕(德)을 안다느니 해석을 달아보지만 이 또한 믿기 어렵다. 대신 중국식 이름인 야오동(野桐)의 발음 ‘에통’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더 유력하다.

완도 바닷가에서 가장 흔하게 만나는 나무다. 아름드리로 크게 자라지는 않는다. 줄기가 미끈하고 날씬하다. 봄에 돋아나는 잎이 진한 붉은색이라서 일본 사람들은 ‘붉은 새싹 나무’로 부른다. 열매는 가을에 삭과(익으면 과피가 말라 쪼개지면서 씨를 퍼뜨리는 열매)로 열린다. 새까맣고 반질반질한 씨앗은 기름성분이 많아 오래 살아남는다.

요즘 소화 불량이나 위장병 등에 특효라고 껍질까지 홀딱 벗기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니 예덕나무 앞날도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행히도 작은 씨앗은 어디서나 잘 발아한다. 예덕나무는 도로 공사 등으로 큰 나무가 잘려나간 가파른 곳에서도 가장 먼저 자리를 잡는다. 그래서 선구식물(pioneer plant)의 명예로운 별칭도 얻었다.

이제 꽃 지는 예덕나무는 여름 태풍으로 밀려들 거센 폭풍우와 파도를 최전선에서 온몸으로 맞아야 한다. ‘선구자’는 쉽게 얻어지는 이름이 아니다. /박남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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