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완도 톺아보기)황칠나무의 가치, 꼭 식용뿐인가?

자생하는 야생 황칠나무 보존 시급하다

  • 박남수 기자 wandopia@daum.net
  • 입력 2015.07.02 07:44
  • 수정 2015.11.04 13:00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칠 바람이 거세다. 차, 비누, 음료 등이 제품으로 출시됐고 너도나도 닭백숙에 옻 대신 황칠나무를 넣는다. 신드롬이라 부를 만하다. 황칠 가공공장이 곧 완도에서 들어선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런데 대부분이 황칠을 식용으로 이용하는데 반해 10여년 전부터 말 그대로 황칠만 해온 사람이 있다. 문재석(77, 완도읍 장좌리) 씨다. 완도군청 공무원이었던 문 씨는 당뇨 때문에 고생하던 90년대 말 퇴직 후 건강을 위해 산행을 시작했다. 새벽녘에 상황봉에 올라 아침에 내려오는 일을 15년 넘게 계속해 오고 있다.

산을 오르면서 문 씨는 상황봉에 자생하는 황칠나무에 주목했고 50년생 아름드리 황칠나무에서 수액을 채취했다. 나무를 훼손하지 않는 그만의 방식으로 매일 소량을 채취할 수 있었다. 그 나무의 위치를 아들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그렇게 채취한 황칠 수액을 정제해 나무나 금속 등 작품에 바르기 시작했고 한지 부채에 칠했다. 그동안 시행착오도 많았다. 속아서 구입한 중국산 싸구려 철제조각에 칠했다가 전부 버리기도 했다. 그렇게 황칠한 작품을 대부분 지인들에게 선물하고 기증했다. 지금 소장하고 있는 작품만도 10여점 된다. 그중 10여 키로그램이 넘는 커다란 호랑이상을 군청 민원실에 기증하겠다고 김승주 기획실장을 통해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이 작업도 더 할 수 없게 됐다. 그만이 알던 아름드리 황칠나무의 위치가 알려져 기계톱으로 무장한 ‘꾼’들에게 죄다 잘려나갔기 때문이다. 완도군청 측에서 보호 어쩌고 붙여놓은 현수막에도 불구하고 50년생 황칠나무는 완도 상황봉에서 깨끗이 사라졌다. 이제 문 씨에게 남은 황칠나무 수액은 5년 전부터 보관해 온 1리터 정도가 전부다.

완도군이 황칠을 미래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 사실이라면 지금의 ‘황색 신드롬’이 쉽게 끝날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황칠나무 묘목을 새로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 야생에 남아있는 수령 50년 이상 된 황칠나무들이 더 잘려나가기 전에 수량을 파악하고 보존하는 것은 무엇보다 시급한 일이다. 황칠 수액의 효율적이고 지속가능한 채취방법을 개발하고 효과적인 정제방법과 사용법 등을 연구해야 한다.

삼국시대로부터 중국으로 수출되던 효자 품목이었고 황제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황칠은 식용이 아니라 귀한 도료였다. 이제 완도로 몰려드는 ‘요우커들’(중국인 관광객들)에게 황칠 넣은 백숙과 황칠 도금한 황룡 작품 중 무엇이 부가가치가 더 높을지 비교해 봐야 한다.

“숲과 나무를 보존해야 할 사람들이 경제적 이익을 이유로 상황봉을 훼손하는 것이 요즘 완도의 상황”이라며 걱정하는 문 씨는 최근 3년 이전에 도벌꾼들에게 잘린 굵은 황칠나무가 몸통과 가지는 물론 이파리 하나까지 깨끗하게 차에 실려 갔다고 전했다. 50년생 황칠나무 밑동에 톱을 댄 자들이 누구인지 거의 15년 동안 매일 산에 올랐던 그는 알지도 모른다.

저작권자 © 완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