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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60년 된 완도 1호 농약사

옛 거리를 찾아서 ⑥ 생명농약사

  • 위대한 기자 zunjo@naver.com
  • 입력 2015.07.30 14:25
  • 수정 2015.11.04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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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건물끼리 다닥다닥 정답게 붙어있는 군내리 주도길을 걷다보면 옛 정취를 담은 오래된 건물들과 수십 년은 그 자리를 지켰을 상점들이 보인다. 60년 넘게 이 길을 지키고 있는 생명농약사도 그 상점들 중 하나이다.

한국전쟁 이후 모든 물자가 귀하던 시절 오정국, 임옥희 씨 부부는 당시 완도의 중심이었던 이곳에 생명약방을 시작했고  농약이 보급되기 시작하고부터는 농약도 같이 팔았다. 사람의 병은 약종사인 오정국 씨가 식물의 병은 임옥희 씨가 처방했었는데 지금은 사별 후 홀로 된 부인 임옥희(81) 씨가 생명농약사만 운영하고 있다.

임 씨는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농약사 옥상에다 갖가지 작물을 기른다. 단순하게 농약만 파는 것이 아니라 팔고 있는 농약이 작물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직접 실험하고 각종 식물에 생긴 병에 대한 처방과 대처법을 손님들에게 알려주기 위해서다. 임 씨의 이런 노력이 있었기에 완도 1호 농약사인 생명농약사가  60년 넘게 운영해 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실험들을 통해 임 씨는 포도당을 토양에 뿌려주면 작물의 빛깔이 좋고 튼튼하게 잘 자란다는 것과 가루 농약을 식물에 직접 뿌리지 않고 토양에 뿌려주면 병충해도 없고 농약성분이 빨리 사라져 건강한 작물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단다. 한때 임 씨의 이 비법들은 농부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져나가 농사에 이용되었다고 한다.

농약은 비료와 함께 식량의 안정적 생산에 큰 역할을 해왔지만 농약에 의한 환경오염과 유해성 논란 이후 새로운 세대의 농약들이 등장했다. 현재는 표적 생물 이외의 생물에게는 독성이 낮은 농약들이 사용되고 있다. 임 씨는 “요즘은 친환경으로 기른 작물을 선호해 농약을 많이 쓰지 않지만 한때 농약은 농민들의 소득증대에 많은 기여를 했다”며 “농약을 잘 쓰면 약이 된다. 하지만 과용은 독이 된다”고 말했다.

여기저기에 동종 업종이 생겨나고 손님들의 발길이 많이 줄었지만 과거 생명농약사는 지역에 사는 농부들을 비롯해 농약이 필요한 수많은 사람들의 단골 상점이었다. 그리고 이곳은 아직도 오랜 단골들이 찾아와 필요한 약도 사고 이런저런 추억담을 풀어놓으며 농사 이야기와 사람 사는 이야기를 나누다 돌아가는 쉼터이자 사랑방이다.

이 거리에 남아있는 다른 상점들은 물려받을 사람이 없어 사라질지도 모르는 위기에 있지만 다행스럽게 생명농약사는 대를 이어 운영할 딸 오영란(50) 씨가 있어 든든하다. 임 씨를 도와 농약사를 지키는 오 씨는 장사가 예전 같지는 않지만 아직도 생명농약사를 찾는 이들이 있기에 농약사를 계속 운영할 예정이란다.

오 씨는 자식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알려준 아버지가 지켰던 철칙이 하나 있다고 전한다. “해진 후에는 절대 농약을 판매하지 않는다”인데 이는 농약을 사간 사람이 혹시나 나쁜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며 그 철칙은 지금도 지켜지고 있다고 한다.

지역을 대표하는 상점들은 줄어들고 도시에서나 보던 상점들이 늘어나면서 지역적 특색도 사라져 간다. 완도군 군내리 주도길은 과거의 시간을 간직한 살아 숨 쉬는 거리이다. 그 곳에서 오랜 시간 한 자리를 지켜온 생명농약사가 앞으로도 완도의 역사를 증명하며 옛 거리의 일부분으로 남아있길 기대해 본다. /위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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