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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애기달맞이꽃의 계절

완도 야생화: 애기달맞이꽃/바늘꽃과

  • 박남수 기자 wandopia@daum.net
  • 입력 2015.08.11 16:51
  • 수정 2015.11.0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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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달맞이꽃은 바닷가 모래밭에서 큰 존재감 없이 살아간다. 가끔 만나는 여름 소나기나 짙은 해무 혹은 아침 이슬에 겨우 목을 축일 뿐이다. 태풍이나 사리 때 들이닥치는 바닷물에 절여지는 쓰라린 고통도 겪는다.

요즘 길가에서 흔하게 보는 키도 얼굴도 큰 달맞이꽃은 남미가 고향인 다문화가족이다. 그런데 완도 바닷가 달맞이꽃은 키도 얼굴도 작아 귀엽고 애처롭기까지 하다. 이 애기달맞이꽃도 사실은 미국 출신이다.

여름 땡볕 작렬하는 대낮에 살포시 꽃잎 포개 눈 감고 수행하다가 서늘한 밤에 환하게 피어 달빛 아래 은은한 향기를 내뿜어 곤충을 초대해 짝짓기를 시도한다. 이처럼 고달프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애기달맞이에게도 낙은 있다. 피서지에 온 도시남녀들의 알몸을 지켜보는 재미다. 바닷가 피서지에서 추억을 만들려는 그대들의 은밀한 욕망과 야만적 객기를 가장 낮은 자세로 적나라하게 지켜본 이가 애기달맞이다. 애기달맞이는 지난 여름 바닷가에서 당신이 무엇을 했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여름 해변가에서 태양 아래 수줍다가 교교한 달빛 아래 예쁘게 피어나 은은한 향을 뽐내는 애기달맞이꽃을 만나려면 애기보다 더 낮아져야 한다. 하물며 그 향기라도 호흡하려면 더 낮게 엎드려 노란 애기와 입이라도 맞춰야 한다.

열악한 성장 조건과 환경에도 전혀 굴하지 않고 꽃을 피우는 결기와 심지어 지위 높은 당신마저 단박에 무릎 꿇게 하는 힘이 애기달맞이꽃에 있다. 여름은 자고로 애기달맞이꽃의 계절이다. /박남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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