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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사건 성공보수약정 무효 논란

이창환 법무법인 공존 대표

  • 이창환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5.08.18 16:40
  • 수정 2015.11.04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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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환 (법무법인 공존 대표)

형사사건에서 성공보수란 구속영장청구 기각, 보석, 집행유예나 무죄 판결 등을 얻어내는 것을 조건으로 의뢰인이 변호사에게 지급하는 돈을 말한다.

최근 대법원은 이러한 형사사건 성공보수약정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대법관 전부로 구성된 전원합의체 판결이니 향후 모든 하급심 법원을 구속하게 되었고, 결국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이에 대하여 대한변협은 과도한 성공보수는 일부 고위직 전관 변호사들에게 국한된 현상이라고 전제하고 형사사건에서 성공보수약정은 무효라는 판결은 대다수 변호사들의 얼마되지 않은 수입을 빼앗고 다른 한편으로 착수금 인상을 가져와 의뢰인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의뢰인들 사이에 변호사가 제공하는 법률서비스의 양과 질에 비례하여 적절한 보수를 지급해야 한다는 인식이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않다. 다시 말해 변호사로부터 법률서비스를 제공받았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성과를 가져오지 못하는 경우에는 대가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변호사들의 입장에서는 의뢰인들의 의식이 결과와는 상관없이 법률서비스 자체에 대하여 정당한 보수를 지급해야 한다는 것으로 개혁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률적으로 성공보수약정을 무효로 할 경우 형사사건을 수임하는 변호사들이 정당한 보수를 받을 수 없게 되는 부작용을 우려할 수도 있다.

현재의 법률시장 관행 하에서 형사사건 성공보수는 나름의 합리성을 갖고 있으므로, 모든 성공보수가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과도한 성공보수만이 문제된다고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했을 때 대한변협이 발표한 성명의 내용이 이해되는 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법원이 판결에서 지적했듯이 수사와 재판의 결과를 금전적인 대가와 결부시킴으로써 인권의 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그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저해하고 의뢰인과 일반 국민의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현저히 떨어뜨릴 위험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형사사건에서 성공보수약정은 형사사법의 본질과 헌법과 법률이 변호사에게 부여한 직무상 의무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볼 수도 있다.

형사사건에서 성공보수를 약정하는 당사자들의 인식과 태도를 보면 위와 같은 대법원 판결의 지적이 타당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의뢰인들 사이에 형성된 성공보수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에는 심히 우려되는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성공보수는 액수가 과도한 것만이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법적으로 허용되는 변호사의 정당한 노력을 초과하는 어떤 활동에 대한 대가를 포함한다는 인식이 개입되어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의뢰인들이 단순히 형사사건 변론에 변호사가 들이는 시간과 노력을 측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또는 변호사에게 성실한 변론에 대한 적절한 동기부여를 한다는 생각만으로 성공보수약정을 한다고 자신할 수 있겠는가? 그 이상의 기대와 바램이 반영되어 있음을 단호히 부정할 수 있는 경우가 얼마나 되겠는가? 변호사들도 성공보수에 대한 의뢰인들의 오도된 인식을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성공보수 약정을 해온 것은 아니었는지, 나아가서는 과도한 성공보수 약정을 이끌어내기 위하여 의뢰인들의 잘못된 인식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경우는 없었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법률시장의 풍토하에서 형사사건 성공보수약정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변호사들에게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변화의 물결은 이미 시작되었고, 변호사들로서는 이를 피해갈 수는 없다. 그 동안 수없이 오고간 사법제도 개혁 방안 논의에서 형사사건 성공보수약정 문제가 누락된 것이 의아스러울 따름이다. 금번 대법원 판결이 법률시장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이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