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완도의 경쟁력은 완도 ‘자연 그대로’

이준택(건국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 이준택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5.08.18 16:54
  • 수정 2015.11.04 16:32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준택(건국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우연히 온 섬, 완도를 처음 접한 지 어언 7년이 되었다. 그동안 몇 번 보고 가는 길손이 완도에 대하여 무슨 말을 할까마는 그런데도 할 말이 있다, 서울에 살지 않는 사람이 서울을 더 잘 알 듯.

완도를 보면서 드는 생각 중 하나는, 완도를 다른 성공한 도시를 롤 모델 삼아 유사한 형태의 계획화 된 개발을 하려는 것이다. 안 된다. 큰 착오이다. 어느 정도의 투자로 이미 만들어진 다른 도시를 완도가 따라갈 수는 없을 것이다. 완도가 가장 완도다운 본래의 모습을 가질 때 완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서 경쟁력이 있는 법이다. 예를 들어, 서울 등 중부 이북의 자연환경에는 없고 완도에만 있는 햇빛에 반짝거리는 상록수종(동백나무, 황칠나무, 굴거리나무, 종가시나무, 후박나무 등)을 제쳐놓고서 외지에서 비싸게 소나무를 사다가 정원석과 잔디로 치장하고 영산홍과 산철쭉을 심는 천편일률적인 조경은 결코 아니다.

완도군의 위세를 돋보이기 위해서 크고 높은 건물을 세우는 것도 문제다. 그 건물이 꼭 필요한지와 군민들의 규모에 대비한 건물의 사용빈도를 고려해야 한다. 토건사업이 반드시 군의 전체적인 입장으로 보았을 때 득이 되는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미쉐랑’ 여행가이드에 소개된 바, 절벽 위로 세워진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중 한 곳인 프로방스 지방의 ‘고르드’라는 마을은 좋은 사례다. 현대식 대형건물이 없으나 지역 법규로 정해 그 지역의 돌을 재료로 하여 만들어진 돌담과 건물의 외벽들이 깊은 인상을 남겨주었다. 현대식 주변 경관을 헤치는 건물이 없어도 그 마을에는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다. 완도읍 가용리의 어떤 교회가 있는 좁은 길에 돌담이 있고 그 위에 회로 바른 흰색의 담과 거기에 서있는 감나무가 또한 한 폭의 그림이다. 문화예술의전당보다 더 완도풍의 그림 같다.

TV에 나오는 것이 볼거리라는 생각은 재고되어야 한다. 한국영화사의 한 획을 긋는 작품 중 하나로 ‘서편제’가 있다. 그 영화에 나오는 당리 마을의 자연스럽게 구부러진 나지막한 돌담길을 훼손시켜버린 것은 그 뒤로 서 있는 흉측스럽기까지 한 TV드라마 세트다.

이미 영화에 나오는 길이 있으니 나중에 만들어지는 TV드라마 세트는 당연히 다른 곳에 세워지도록 조정했어야만 했다. 새로운 것이 언제나 좋은 것은 아니다. 손때 묻고 언제나 드나들던 사립문과 돌담길, 우물가 등 우리 생활의 부분들이 새마을운동이란 명목으로 모두 훼손되고 파괴되고 사라졌다. 우리의 보물을 싸게 팔아버리고 함석, 심지어는 석면 스레이트로 만들어진 지붕 등 싸구려 재료에 국적불명의 가옥형태로 바뀌었다. 우리의 선조들이 살아왔던 그리고 어릴 적에 본 기억이 있는 정겨운 그림들은 이제 박물관 한 구석으로 치워졌다.

청산도 상서, 권덕 마을 구석구석 옛 모습이 남아 있는 곳에 국적불명의 우스꽝스러운 건물이 들어서지 않았으면 좋겠다. 청산면 여서도에도 좋은 그림들이 많다. 돌담이 좋은 골목길들과 집들을 개축해서 펜션을 만드는 등 우리가 당장 싸구려 경제논리에 맞춰서 귀한 것들을 헌신짝 버리듯 엿 바꿔 먹어선 안 된다. 이태리 엘바 섬(나폴레옹이 패전 후 처음 유배되어 갔던)에 딸린 피아노사 섬은 사전에 신청을 한 정해진 인원만 상륙하여 둘러보고 나오게 되어있다. 여서도도 마찬가지면 좋겠다.

더 이상 그곳을 훼손하지 말고, 건물의 외벽을 그대로 유지한 채(필요한 경우 내부만의 손질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세계 다른 곳에 내어 놓아도 당당하게 보여줄 수 있는 그곳을 제발 잘 보존해 다음 세대에게 전해야 한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 중이 서울 북촌이다. 40~50여년 전에는 흔했던 그림이지만, 그 중 99%는 다 없어져 버렸다. 싸구려 경제논리와 토건세력에 의해 우리 스스로가 우리의 문화를 내 팽개쳐 버린 것이다. 지금이라도 완도는 그러한 잘못을 답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