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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보았더냐 궁복산 황금빛 액

완도 야생화: 황칠나무/두릅나무과

  • 박남수 기자 wandopia@daum.net
  • 입력 2015.08.27 08:13
  • 수정 2015.11.04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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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칠나무는 남해안이나 섬에서 자라는 상록활엽수다. 암꽃과 수꽃이 따로 있고 이맘때 흰색으로 핀다. 열매는 10월경에 검게 익는다. 보길도 정자리 키 15미터에 이르는 황칠나무 고목은 쳔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전통 칠은 옻나무 진액을 이용하는데, 부와 권력의 상징인 황금빛을 낼 수 있는 황칠은 황칠나무에서 얻어진다. 황칠은 음력 6월쯤 황칠나무 줄기에 칼로 금을 그어서 채취하는데 그 양이 매우 적다. 처음에는 우윳빛이지만 공기 중에서 산화되면 황색이 된다. 황칠을 하면 금빛을 띠며 투명하여 바탕의 나뭇결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황칠에 대한 기록은 ‘삼국사기’ ‘고구려본기’로 거슬러 올라가며 우리 황칠은 중국 쪽에서 더 유명했다. 통일신라 때 중국으로 수출하는 효자 품목이 황칠이었다. 2007년 발굴된 경주 황남동 통일신라 유적지에서 나온 항아리 밑바닥의 유기물 덩어리가 황칠이었다는 보고도 있다. 고려와 조선 때도 완도 황칠의 인기는 여전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충분하지 못한 조선후기 때 관리들의 수탈이 심해지자 백성들이 심기를 꺼려해 황칠의 맥이 거의 끊어지다시피 했다.

황칠나무가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런데 과거 최고급 전통 칠에서 요즘은 식용으로 쓰임이 변했다. 차나 건강식품 또는 닭백숙이나 삼계탕 등에 넣어 먹는다. 잎, 꽃, 열매, 줄기, 뿌리 등에 이르기까지 버릴 게 하나도 없다. 야산이나 도로변 가로수로 많이 심고 있으며 농가 수입원으로 많이 재배한다. 이렇듯 황칠나무가 웰빙식품으로 인기를 얻으니 상황봉 황칠나무가 뿌리째 뽑혀나가는 불운을 겪는다. 이래저래 또 수난이다.

다산 정약용의 ‘황칠’이란 시에 이런 표현이 나온다. ‘그대 아니 보았더냐 궁복산(弓福山) 가득한 황금빛 액/맑고 고와 반짝반짝 빛이 나네/껍질 벗겨 즙을 받기 옻칠 받듯 하네/아름드리나무에서 겨우 한잔 넘칠 정도/상자에 칠을 하면 검붉은 색 없어지나니 잘 익은 치자나무 어찌 이와 견줄소냐.’ 궁복은 장보고의 아명이니 여기서 ‘궁복산’은 완도를 지칭하는 듯 보인다. /박남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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