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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는 대양을, 두 손에는 책을

김주인(완도읍, 김주인 논술교실 원장)

  • 김주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5.09.02 20:31
  • 수정 2015.11.04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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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인(완도읍, 김주인 논술교실 원장)

주민등록증에 ‘전라남도 완도군’이 찍힌 지 두 달 남짓이다. 멀리서 보면 아름답던 것들이 가까이서 어울리다 보니 빈틈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이들과 부모들을 만나면서 듣게 되는 가장 큰 아쉬움은 교육 인프라의 부족이다. 부모들의 교육열은 광주나 서울 못지않다. 가정 경제에서 사교육에 투자되는 비중도 만만치 않다. 문제는 이를 충족시킬 만한 환경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어른들을 위한 것, 눈에 보이는 것에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다음 세대인 아이들의 필요에는 인색한 것이 완도의 현실이다. 전국 출산율 5위가 무색하다.

그 중에서도, 이제는 교육문화복합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는 도서관 문제가 대표적이다. 완도군립도서관을 가본 이는 안다. 어떤 이들에게는 지적 향수를 채워 주는 공간이지만, 완도 주민 대부분에게 요즘 시대와는 맞지 않는 곰팡스러운 공간으로, 일상과는 동떨어진 공간으로 치부된다. 국가도서관통계(2013년 기준)에 따르면, 군내 3개 도서관의 자료실 이용자수는, 완도군립도서관 17,337명, 금일공공도서관 7,015명, 노화공공도서관 9,115명에 불과하다. 서비스대상지역 인구 대비로 1인당 한해 방문횟수를 따져보면, 금일 주민은 1.7번, 노화, 보길 주민은 1.1번, 이외 완도 지역 주민은 0.4번이다. 완도군민 중 최소 40%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1년 동안 공공도서관을 단 한 차례도 이용하지 않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대출 권수도 3개 도서관을 합해서 볼 때, 1인당 0.8권에 해당하니 도서관 자료실을 방문하더라도 실질적인 이용률은 현저히 낮다고 할 수 있겠다. 1인당 장서 수도 비할 게 못 된다. 전국 1위인 경북 경산시의 22.9권은 물론이거니와 인근의 나주시만 하더라도 13.1권, 무안군이 13.4권이다. 완도군은 3.4권. 앞에 1이 빠진 게 아니다.

완도군은 도서관을 ‘책 창고’ 그 이상으로 여기지 않는 듯하다.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보관하고 대여해주는 곳이 아니다. 도서관은 어울림의 공간, 문화향유의 공간, 놀이의 공간, 평생교육의 공간이다. 이들을 자유롭게 누림으로써 현재의 부모세대는 삶의 위로와 힘을 얻고, 다음 세대는 내일을 향한 당찬 꿈을 키워갈 수 있다. 그 꿈을 채워줄 컨텐츠와 그 꿈에 날개를 달아줄 아이디어는 책, 그리고 도서관에 있다. 도서관은 다음세대의 토대가 될 꿈의 발판이다.

혹자는 이미 완도읍 중심으로 투자가 많았으니, 도서관을 짓는다면 섬에 지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더 크게 생각하자. 열 개의 섬에 장서 만 권의 도서관을 지어 똑같은 책들을 놓는 게 아니라, 완도 본도에 장서 10만 권, 20만 권을 갖춘 도서관 하나를 짓는 것이다. 그리고 각 섬의 기관 및 학교들과 연계해 본도에 있는 도서관을 정기적으로 방문할 수 있도록 교육문화프로그램과 일정을 디자인하면 된다. 디지털 도서관의 면모를 갖춰, 도서지역과 연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들이는 것은 기본이다.

사실 전남에만 장서 수 10만 권 넘는 도서관이 12곳이니 자랑할 만한 규모는 아니다. 세계적인 생태수산도시를 추구하는 완도는 더 나아가야 한다. 관내 섬들을 연결하는 교육허브, 문화컨텐츠 제작소로서의 도서관을 넘어, 완도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생태수산전문도서관으로까지 나아가야 한다. 세계 각지의 생태, 수산, 해양 전문가들이 방문하고 싶어 하고 그들의 전문성에 깊이를 더해줄 수 있는 도서관을 꿈꿔야 한다. 완도군이 도서관을 부수적인 문제가 아니라 지역 전체의 관점에서 인식하고 대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가슴에는 대양을, 두 손에는 책을 안겨 주자. 이를 위해 오늘을 사는 세대는 다음 세대를 위한 길을 준비해야 한다. 책 속에 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