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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피크제', 그 한계와 위험

김영신(태경해운 대표)

  • 김영신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5.09.16 23:45
  • 수정 2015.11.03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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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신(민주민생 완도행동 대표)

성인의 90% 이상 노동자로 살아가야 하는 사회에서 노동에 대한 사회적 교육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선택한 학생들에게 최저시급이 얼마인지, 취업규칙의견서를 회람했는지 등의 질문을 했을 때 제대로 답할 수 있는 학생의 숫자는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지난 14일 임금피크제에 대한 노사정 합의가 이루어졌다. 이번 합의에 대해 거의 모든 언론이 환영의 기사를 싣고 청년고용이 늘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필자도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희망하지만 임금피크제는 기대와 희망을 쏟아낼 문제가 아니라 제도와 시스템의 문제로써 실행 이후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임금피크제는 고용연장을 보장하는 대가로 특정시기를 정점으로 정년까지 임금을 일정비율로 삭감하는 제도이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자 하는 정부와 여당은 삭감된 임금으로 기업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는 논리를 폈고 야당은 “장년층 임금을 빼앗아 청년층에 주는 것”이라며 이 제도를 반대했다.

하지만 여당과 야당의 주장 모두 제대로 된 분석이라고 보기 어렵다. 2016년 1월 1일부로 정년연장법이 시행되면 60세 미만으로 정년을 규정해왔던 사업장의 사업주는 60세까지 고령자에 대한 고용을 일정기간 연장해야 되는 부담이 새로 발생하게 된다. 사용자는 그 부담을 임금피크제를 통해 노동자에게 전가시키고 취업규칙의견서를 쉽게 고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고치면서 근로조건을 후퇴시키고 있다. 내년부터 정년연장제는 시행돼야 하는 법령으로 임금피크제를 함으로써 정년이 연장되는 것이 아니라 임금삭감을 위한 제도일 뿐이라고 할 수 있다.

임금피크제로 장년층의 임금을 삭감했을 때 과연 청년고용이 창출될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실현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주장이다. 연합뉴스와 CEO스코어의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재벌들의 사내보유금이 710조를 넘어섰다고 한다. 그럼에도 청년실업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청년고용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임금피크제를 통해서 장년층의 임금을 삭감함으로서 생긴 기업의 이익이 청년고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은 제대로 된 분석이라고 보기 어렵다. 즉 임금피크제를 통해서 장년층의 임금은 삭감될 것이고, 청년고용 창출은 기대하기 어렵고, 노동자에 대한 해고는 더욱 쉬워질 뿐이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청년 일자리 부족과 비정규직 문제, 쉬운 해고를 통해 고용불안을 야기하는 노동정책으로 갈수록 노동 조건이 열악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는 사회구성원들에게 노동에 관한 교육을 얼마나 제공하고 있으며, 당사자인 우리는 자신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 되어있는 노동관련 정보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

임금피크제나 여타 노동관련 법규나 정보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것은 전적으로 노동교육의 부재에 있다. 특히 곧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노동자로 살아가게 될 학생들에게 최소한의 노동교육이 절실히 필요한 때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