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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 톺아보기)햄과 공자 그리고 추석

박남수(편집국장)

  • 박남수 기자 wandopia@daum.net
  • 입력 2015.09.23 05:51
  • 수정 2015.11.03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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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 탄생 2566주기 추기 석전대제가 지난 18일 완도향교에서 열렸다. 대제라고 부르기에 초라했다. 노인들 40여 명 참석이 고작이다. 제관들 외 3명만이 제사를 지켜보고 있고 나머지는 내문 밖 연회장에 있다. 헌관에게 술을 따르는 사준이 무릎을 꿇어야 하나 다리를 쭉 펴고 퍼질러 앉았다. 다리가 불편했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그만큼 제관이 부족한 탓도 있겠다. 큰 결례인데도 오히려 감동적이다.

군수와 과장은 미리 다녀갔다고 한다. 담당 계장이 지켜보더니 식사 때는 보이지 않았다. 같은 시간 서울 향교에서 집권당 대표가 초헌관으로 참여한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완도 향교는 전직 전교를 지냈던 이들도 보이지 않으니 이게 무슨 사연인가?

요즘 일부 종교에서는 유학(혹은 유교)을 미신쯤으로 알고 이단시하는 경향도 있는데 안타까운 일이다. 그래서 헌관으로 참여하기는커녕 대제 참석도 꺼리는 분들도 있다. 또 석전대제 홍보를 소홀히 한 탓도 있겠다. 어쨌거나 이번 석전대제의 흥행 실패는 결코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심지어 유림들도 참석하지 않았으니 남 탓할 것도 없다. 공자에 대한 푸대접에 그저 민망할 뿐이다.

상에 오른 제물은 곡식, 생고기, 생야채, 견과류 등 익히지 않은 날것들이다. 그 이유 또한 정확하지 않다. 전부터 그렇게 해 왔기 때문이라는 대답뿐이다. 유독 상 끝에 놓인 햄 깡통 하나가 눈에 거슬린다. 이 또한 예법을 고려했겠지만 ‘더 건강한 햄’이 무엇을 대신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어쨌거나 요즘 공자도 간이 딱 맞는 햄은 좋아할 것 같다.

사실 우리 일상 중 유교적 전통과 무관한 것이 별로 없다. 추석 명절 때 성묘하는 예법과 설날 세배하는 풍습이 그렇다. 어찌 보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의 정서조차 그 뿌리는 유교일 것이다.

2500년 동안 유지해 온 인류의 큰 스승 공자와 제자들 그리고 우리 완도의 스승들을 기리기 위해 봄 가을에 올리는 석전대제는 이렇듯 시들해졌다. 그래도 우리는 추석을 쇠야 하고 이제 공자에게 햄을 올렸다. 비교되는 건 대제 후 마련된 뷔페 음식은 가히 산해진미라 없는 게 없다. 다만 먹을 입이 부족할 뿐이다.

공자의 말은 2500년 된 낡은 것이 되었지만 사실은 우리가 아직 가보지 못한 미래의 진보일 수도 있다. 물질적 풍요에서 행복과 즐거움을 만끽하는 요즘, 오래된 미래의 큰 스승 공자를 생각해 본다. 우리가 군자의 길을 까맣게 잊고 사람의 길에서 너무 벗어나 살지는 않은지 반성해 볼 일이다.

“배우고 자주 익히면 즐겁고 벗이 멀리서 찾아오니 즐거운 일이며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으니 군자다.”(논어 학이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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