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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韓流)의 원천은 한글

정재학(완도여중 국어교사)

  • 정재학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5.10.06 15:00
  • 수정 2015.11.0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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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학(완도여중 국어교사)

한글의 명칭은 무려 십여 가지에 이른다. 한글이 만들어졌을 때의 공식적인 이름은 '훈민정음'으로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뜻이었다. 그런 한글이 ‘우리 토박이말을 적는 글자’란 뜻으로 언문(諺文)으로 불렸으니, 이것은 한자를 '진서'(眞書)라고 한 것에 반해 천하게 대립시킨 명칭이었다.

또한 중국 음운학의 반절법에서 한 글자의 소리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그 소리를 성모(초성)와 운모(중성+종성)로 양분하는 방법을 쓰므로, 한글이 그와 비슷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반절’이라 불렸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부녀자들이나 쓰는 글이란 뜻으로 ‘암클’이라고 낮추어 부르기도 했으며, 19세기말에 이르러서야 민족주의 정신이 대두되면서 ‘국문’이라 하였다.

국어란 명칭도 1907년 주시경 선생께서 '하기 국어강습소'를 운영하기 시작하셨을 때, 비로소 ‘국어’란 말이 쓰여졌다. 그러나 1911년에 일제는 '국어'란 말을 쓰지 못하게 한다. 이에 이름을 '배달말글 몯음'이라고 했다가, 1913년에는 다시 '한글모'로 바꾸었으며, 1927년에 기관지인 ‘한글’을 펴내기 시작하면서부터 이 명칭이 널리 쓰여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었다. '한'은 '많다' 또는 '크다'는 뜻이니, 한글은 곧 ‘크고 위대한 글’이라는 뜻이었다.

한글은 이름 그대로 ‘크고 위대한 글’이다.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뀌는 동안, 시를 쓰고 문학을 하면서 국어를 가르쳐 온 필자는 우리 한글에 대한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신앙처럼 우러르고 있다. 나아가 누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묻는다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문자를 가진 민족’이라고 말하곤 한다. 한글은 왜 우리가 위대한 대한의 국민인가에 대한 훌륭한 답이었다.

지금 세계인의 문화코드는 한류이다. 한국의 문화, 한국인의 춤과 노래, 한국의 음악, 한국 드라마는 경이 그 자체일 것이다. 동북아시아 한 귀퉁이에 자리잡은 보잘 것 없는 조그만 나라, 5000년 역사를 이어오면서 무려 930여 차례나 침략을 받은 나라,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대한민국. 그런 나라가 문화 하나로 세계인을 휘어잡고 있는 것이다.

이런 한류의 원천은 한글이다. 한글의 우수함과 아름다움이 뛰어난 노래와 음악을 만들고 시와 문학을 창조해내면서 위대한 한류를 창조하고 있다고 믿는다. 특히 인간의 오감에 관련된 감각어의 발달은 감각적 이미지를 미세한 데까지 추적해내는 표현의 극치이다. 예를 들면 ‘달다, 달콤하다, 달착지근하다, 달부데데하다. 달콤쌉쌀하다’는 식으로 파생된 감각어가 수십 가지에 이른다는 것은 경이에 가깝다.

그리하여 이런 감각어는 시어의 아름다움으로 발전하고, 우리의 문학은 외국어로는 번역이 불가능한 경지에 이른다. 카프문학의 이념적 선동성과 문학의 도구화라는 절망에서 구해낸, 김영랑을 비롯한 시문학파 시인들은 우리 한글을 가장 아름다운 언어로 다듬었다고 평가된다.

신고와 간난과 불굴의 역사와 문화가 기른, 민족혼이 집약된 한글. 세계 역사상 가장 짧은 시간에 산업근대화와 민주화를 이룬 그 근간에도 한글은 존재한다. 언어의 우수함이 과학과 문화를 발전시켰던 것이다.

이에 세계인은 한글이 바탕이 된 ‘한류’와 우리의 위대한 민족혼이 이루어낸 ‘새마을 운동’을 가난한 나라가 배워야 할 21세기 전 지구적인 시대정신으로 인정하고 있다. 모두가 한글의 위대한 힘일 것이다.